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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휴대폰으로 하는 졸업식

등록일 2021-02-08 18:55 게재일 2021-02-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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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구 <br>포항 중앙고 교사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

세상은 바뀌었다. 신축년 2021학년도 새해는 코로나19로 졸업식이 온라인 졸업식으로 바뀌었다. 3년간 함께한 친구들과 대학 진학의 기쁨을 나누며, 부모님의 축하 꽃다발을 받으며, 친구와 함께 사진도 찍고, 담임 선생님과 이별의 인사도, 추억의 사진을 남겼던 축하의 졸업식이 바뀌었다.

올해는 텅 빈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 혼자 인사를 하고 졸업식을 진행했다. 교장선생님의 인사 말씀도, 부모님의 축하인사도, 친구와 교정에서 마지막 나눌 이야기도, 선생님과 마지막 감사의 인사도, 강당에서 상을 받는 친구에게 보내는 큰 박수 소리도, 교복 입고 남길 추억의 사진도, 학교 앞 꽃다발을 파는 상인들이 줄지어 있던 모습도 없는 썰렁한 모습의 졸업식이 되어 버렸다.

필자는 졸업식 날 정든 제자들에게 늘 편지를 낭독했었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몇 날 동안 깊은 잠을 계속 들지 못했다. 잠결에 울컥 화가 나기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하며 1월이 시작되면서 생긴 새로운 현상이다. 새벽에 잠이 깨면 늘 이런 생각들을 한단다. 아! 이제 서서히 준비를 해야 겠구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하며 살아가는 모습 이길 진심으로 빌며 00학년도에 우린 같은 공간에 머물던 가족이었고 3학년 3반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여라. 너희들의 앞날에 좋은 일, 행복한 일, 기쁜 일만이 있길 바랄게. 그리고 그럴 땐 언제나 너희를 생각하고 있는 한 사람을 생각하여라. / 이별을 가슴 아파하는 아빠 같은 선생님이”

이러한 편지를 낭독하게 되면 교실 뒤쪽에 계시던 학부모님께서 눈물을 훔치곤 하신다. 편지 속에는 간단하게 졸업생들에게 축하의 말, 당부의 말, 대학생활, 사회생활, 앞으로 시련과 고난을 이겨 내야 할 일 등 이런 저런 이별과 축하의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학생·학부모·교사 서로 졸업을 축하해 주고 함께 사진도 찍고 이별의 악수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축하와 격려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코로나19로 세상은 바뀌었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웃는 얼굴에서 마스크를 사용해서 웃는 얼굴을 볼 수 없는 세상으로 교실은 바뀌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혹은 친구들과 함께 졸업사진 대신 각자 추억의 스냅사진 찍기가 요즘 유행을 한다.

2020년은 온라인 수업으로 인하여 학교에서 서로 얼굴을 보기도 힘들었던 한해였다. 그러나 졸업생들은 휴대폰 속의 줌 채팅창으로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나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상으로 변해 버렸다.

정든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은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모든 것이 멈춘 일상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두 번은 없어야 한다.

2021년에 처음 경험해 보는 휴대폰 졸업식 풍경, 코로나19로 힘든 한 해를 보낸 친구들과 대학합격의 기쁨도 축하도 나누지 못한 채 또 다른 세계를 향해 첫 발을 내딛고 있다. 바라건데, 온라인 공간에서 이별의 정을 나누었지만 서로를 격려하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마음과 힘찬 전진을 약속하는 친구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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