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관계자와 함께<BR>경북지역 양반촌 방문 화제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주 여름 휴가지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최부자댁, 양동마을, 칠곡 매원마을 등을 잇따라 방문한 배경에 대해 지역에서 화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 총리의 방문이 TK지역 공략을 위한 행보라는 지역 정가의 관측이 사실이라면 `왜 굳이 안동과 경주, 칠곡 등 양반촌에 한정했느냐`는 것이다. 포항, 구미 등 인구가 많은 대도시가 아닌 안동, 칠곡 등 인구수로는 비교가 되지 않는 지역을 찾은 점에 의문을 품게 한다.
이 총리가 휴가지 선정에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넌지시 풀어놓은 것도 이런 의문에 부채질을 했다.
꽉 짜인 일정 속에 문화재청 고위 관계자 등을 대동한 행보도 각본에 의한 계획적이고 의도된 `휴가`였음을 입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안동 방문에 이어 이 총리의 영남 양반촌 방문은 조선조 때 야당으로 오랜 세월을 보낸 영남지역 남인의 개혁정치 정신이 더불어민주당의 개혁정책이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시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의 `동진정책`은 김대중 정부시절 시도했던 `동진정책`과는 다른 `동진정책 2.0`에 해당하는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역사적으로 연원을 가진 정신적인 중심지 공략을 통해 정치이념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 중기 붕당정치 기간 내내 노론의 득세에 밀려 재야의 외로운 처지에 내밀려 있던 영남 남인들의 정신적 본향이기도 했던 이들 양반촌이 인구수로 따질 수 없는 정치적 가치와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
김세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민주당이 전체적인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불모지나 다름없는 TK지역에 호남 총리가 방문한 것에는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행보로 봐도 무방하다”며 “당장의 득표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아닌 정치철학적 면에서 정당성과 적통을 찾으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리의 휴가 전 일정에 문화재청 박영근 차장 등 관계자가 동행하면서 각 문중의 건의를 진지하게 듣고 이를 적극 처리하려는 자세가 돋보였다.
이 총리가 지난 10일 방문한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서애 류성룡 선생 기념관 건립에 따른 정부 지원을 건의했고, 임청각은 일제 강점기 강제 훼손된 독립지사 이상룡 선생 생가 원형 복원, 도산서원에서는 전국 9개 서원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정부 차원 지원을 건의했다. 다음날인 11일에는 이 총리가 의성 경북컬링훈련원을 찾아 국가대표선수들을 격려하고 평창올림픽에서 선전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경주 최씨 종가를 찾아 `경주 최부잣집`으로 불리는 종가 용암고택에서 집안 내력에 관해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양동마을로 이동해 경주 손씨 종가에 있는 서백당과 회재 이언적 선생 집안인 여주 이씨 종가 별채인 무첨당을 차례로 찾았다.
이날 일정을 함께한 김관용 도시자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또 김 지사는 “김천혁신도시의 핵심기관인 한국전력기술이 원전 정책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곳을 원전 해체사업 전담수행기관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어 이 총리의 휴가 마지막 일정인 칠곡군 매원마을에서는 박곡할배가 현종 임금에게 받은 국보급 옥잔과 미수 허목선생의 친필 편액을 나라에서 맡아주길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종손 이상곤(48)씨는 이 총리에게 국보급 옥잔에 국화주를 한잔 올리면서 “이 잔은 박곡할배가 현종임금께 받은 잔으로 나라에 기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리는 “임금님이 하사한 옥잔인데 저도 무릎을 꿇고 받아야 하지 않겠냐”며 무릎을 꿇고 잔을 받았다. 옥잔을 비운 이 총리는 박영근 문화재청 차장에게 “이 옥잔을 보관 할 수 있도록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옥잔은 조신시대 현종 때 장원급제한 이원록에게 어사주를 따라주던 것으로 350년째 박곡종택서 보관중이다.
/손병현·김재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