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제는 서비스업 보다는 제조업, 그중에서도 제1차금속제조업인 철강업에 대한 편향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홀로서기 보다는 태생적으로 전후방 연관산업과 공존해야하는 융·복합형 체질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공급사슬 또는 가치사슬 분석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쉽게 말하자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아파트 등 주택건설 붐이 일어나고, 대구· 경북지역의 설비투자가 활성화되며, 창원 등 경남지역의 기계금속 수출 증대, 울산의 자동차 및 조선업계의 경기가 활발하면 포항경제는 몸살에 걸렸다가도 벌떡 일어나 춤을 추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에 이르러 사회간접자본이 대부분 확충돼 과거와 같은 수준의 철강재수요는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세계 경제도 당분간은 대대적인 투자확대가 쉽지 않은 상태여서 포항경제도 단기간 내에 활력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사실 그 해답은 이미 8년 전에 찾았었다. 우리나라를 동북아경제의 중심국가로 도약시킨다는 비전하에 외국인 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 개선에 주안점을 둔 경제자유구역의 조성에 포항도 한발을 걸쳤기 때문이다. 당시 포항의 각계각층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포항의 경제자유구역은 과거 유행했던 `생산중심형`이 아닌 최근 주목받고 있는 `복합형`이었다. 포항경제의 현 체질을 개선할 최고의 대안이었던 것이지만 아무래도 역사속의 이야기로 사라질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의 상실감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아마도 외양간에서 소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아예 만들지도 않았던 외양간 자리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히려 2008년 5월 지식창조형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내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로 지정받았던 흥해읍 대련리와 이인리 일대에 대한 지난 8년간의 규제가 풀어지면 부동산경기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 마저 가지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는 향후 인구 100만의 국제항만도시로 포항이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것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바이오의료산업단지, 신소재산업단지, 에너지산업단지, 바이오의료·신소재·에너지 R&D혁신단지, 글로벌기술금융센터, 정보지원센터, 컨벤션센터, 호텔, 외국인학교 등 포항의 취약점을 일거에 해결할 묘책들이 허다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당연히 포항의 편향된 경제체질을 보완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었다. 포항의 각계각층이 엄청난 노력을 들여 어렵게 성사시켰던 만큼 관련됐던 지역 인사들의 실망도 크겠지만 과연 앞으로 또 다른 어떠한 미래의 사활을 건 프로젝트가 생겼을 때 지역의 역량을 결집시켜야 할 때 얼마나 동참하게 될 것인지가 더욱 염려스럽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번 일이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사실 책임소재를 따지고 어쩌고 할 시간도 사회적비용을 지불할 여력도 거의 없다. 가급적 최대한 포항경제가 직면한 현실을 인식하고 가진 강점은 더욱 발전시키고 부족하거나 취약한 점은 서둘러 보완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모든 것을 포항지역 안에서만 해결하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마침 박근혜정부가 착안한 `포항중추도시 행복생활권` 구상에는 경주, 영덕, 울진, 울릉 등 경북동해안의 2시 3군이 모두 들어있다.
이제는 옆집의 외양간도 눈여겨 볼 때다. 포항에 컨벤션센터가 없다면 경주에서 곧 개관할 화백컨벤션센터를 활용하면 된다. 에너지산업단지는 지역내 연료전지회사 등과 협력사들을 모아 미니 클러스터로 발전시키면 대체 가능하다. 정보지원센터는 이미 가동 중인 포항상공회의소의 기능을 더욱 확충하면 된다. R&D혁신단지도 포항테크노파크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 등 R&D 부문간의 연계를 긴밀화시킨다면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지자체들은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더욱 발전시키고 약점은 상호 보완할 수 있는 경북동해안의 부문별 융·복합정책을 이제부터라도 서로 손잡고 발굴하여 상호 번영의 길을 개척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