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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에어컨 실외기에 불이라니

김남희기자
등록일 2008-08-11 16:11 게재일 2008-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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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한 지 두 달밖에 안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갑자기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하자 원인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제품 결함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이 입장을 바꾸는 등 책임회피에 급급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5시10분께 포항시 북구 장성동 새마을금고 인근에 위치한 한 복합상가 PC방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나 실외기와 주변에 있던 폐자재 등을 태우고 7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뒤 소방관에 의해 5분 만에 꺼졌다.


문제는 단순한 화재처럼 보였던 이 사건에 대해 에어컨 제조회사가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


당초 에어컨 판매회사는 PC방 주인이 ‘실외기 자체의 문제로 불이 난 만큼 실외기를 무상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외부적 요인에 의해 실외기에서 불이 난 만큼 무료교체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PC방 주인 김모(32)씨는 “에어컨을 설치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실외기 자체 결함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서비스센터에 연락을 취해 해결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이의제기를 접수하고 현장에 온 에어컨 서비스센터 관계자의 입장은 달랐다.


현장을 확인한 회사 측 관계자는 “현장상황을 볼 때 에어컨과 실외기를 연결하는 PVC 파이프 주변의 담배꽁초에 남은 불씨가 PVC 파이프에 옮겨 붙은 뒤 실외기를 태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불이 나기 전 바람은 실외기에서 PVC 파이프 방향으로 불고 있었다. 바람이 반대방향으로 부는데 어떻게 불이 옮겨 붙느냐”고 했다. 김씨는 경찰에게 화재감식을 요구했다.


김 씨의 강력한 반발에 당초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우기던 에어컨회사 측이 갑작스레 입장을 바꿨다. 현장 주변에 있던 목격자의 결정적인 진술로 인해서다.


복합상가 1층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목격자가 “실외기에서 갑자기 불꽃이 튀면서 ‘뻥’ 소리가 나더니 불이 나기 시작했다”고 김씨에게 말한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회사 관계자는 다시 김씨를 찾아와 “실외기를 새 걸로 교체해줄 테니 더 이상의 책임은 묻지 말아달라”며 이 같은 내용의 각서를 내밀며 도장을 찍어줄 것을 요구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소비자 잘못이라고 주장하던 회사가 자신들의 잘못이 밝혀질 것 같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회사 측의 무책임한 대응에 화가 난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이런 회사를 어떻게 믿고 물건을 사겠냐”고 불쾌해했다.


한편, 불에 탄 실외기는 지난 8일 경찰이 화재감식을 위해 가져갔다.


/김남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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