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동안 시민들이 소리친 격렬한 반대의 목소리도, 기관 사이를 오간 공식적인 문서도 국방부 앞에서는 소음이자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국방부가 허용한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 훈련이 4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에서 실시됐다. 훈련 저지를 위해 이날 아침부터 사격장 앞에 수많은 시민이 운집해있는 상황에서도 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의 머리 위를 오가면서 실사격을 강행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포항 수성사격장 앞에 장기면민들과 포항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아파치헬기 훈련 결사 반대 및 수성사격장 폐쇄 집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이강덕 포항시장과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 김병욱·김정재 국회의원, 김희수 경상북도의회 부의장 등을 비롯한 시·도의원들도 참여해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탰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국방부가 주민하고 협의 없이는 사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포항시에 공문도 보냈는데, 이렇게 갑자기 일방적으로 사격을 강행한다고 하니까 정말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주민들의 생존권을 지켜야 하는 시장 입장에서, 국방부가 정말 전향적인 대책과 항구적인 대책을 가지고 진정성있게 대화를 해서 이걸 풀어나갈 수 있도록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해종 의장도 “국방부는 주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더 이상 강요하지 말고 주민 동의 없는 사격훈련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시민과 함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국민과의 약속을 팽개치고 미군 약속만 지키는 국방부 관계자를 당장 처벌하라’거나 ‘포항시민 무시하는 국방부!갈때까지 가보자’라고 적힌 팻말과 현수막을 들고서 사격장 입구를 봉쇄했다. 이들은 국방부장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이라고 적힌 상여를 짊어지고 사격장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과 거세게 충돌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경력에 가로막힌 주민들은 상여를 불태우면서 시민의 기본생활권과 재산권을 위협하는 헬기 사격훈련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와중에 일부 장기면민들이 산을 타고 넘으면서까지 사격장 내부로 진입, 맨몸으로 사격훈련 저지를 시도했으나 경찰에 강제 연행되기도 했다.
훈련 예정 시각인 정오가 되자 아파치 헬기 2대와 군용 수송 헬기인 치누크 헬기 1대가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고, 치누크 헬기가 멀리서 지켜보는 가운데 아파치 헬기가 1대씩 번갈아가면서 표적을 향해 실제사격을 실시했다. 낮게 비행하는 헬기의 굉음으로 인해 바로 옆 사람의 이야기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이날 사격은 문제의 미사일 사격이 아닌, 소음이 비교적 적은 기관총 사격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약 20여 분간 사격 후 헬기도,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도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채 돌아갔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포항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 조현측 대표위원장은 “훈련을 계속한다고 하면 당장 집회를 할 것이다. 지금은 일단 국방부의 대응을 보고 행동하려고 한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의 기본 생활권 보장을 위해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지금 즉시 중단하고 수성사격장을 완전폐쇄할 때까지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싸우겠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이번 훈련과 관련해 “전투준비태세 유지를 위한 아파치헬기 사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군은 이날 훈련을 시작으로 오는 3월 5일까지 수성사격장에서 헬기 사격 훈련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바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