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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만 감싸… 더 이상 양보 못 해”

이바름기자
등록일 2021-02-02 20:11 게재일 2021-02-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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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수성사격장 훈련 재개 관련<br/>훈련장으로 최적지 입장만 강조<br/>장기면 주민 생존권 보장은 뒷전<br/>극도로 악화된 민심 되레 들끓어<br/>내일부터 훈련 예정… 갈등 고조

‘국군(國軍)’의 도넘은 주한미군 감싸기에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 할 국군이 이를 내팽개친 채 오히려 동맹국에 충성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일 저녁 포항 장기 수성사격장과 관련한 군 당국의 공식입장을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지역협력관을 통해 포항 장기면민들에게 “2월 초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 왔다. 지역 민심이 극도로 나빠지자 국방부는 포항 해병1사단을 통해 기자들에게 군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날 입장문에서 국방부는 “그간 군은 굳건한 연합방위태세 유지의 핵심요소인 주한미군의 훈련 여건보장을 위해, 훈련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 “특히, 미8군의 핵심 전력인 아파치 헬기의 전투준비태세 유지를 위해서는 사격훈련 숙달이 반드시 필요하며, 현재 국내에서는 수성사격장이 사격훈련 조건을 충족하는 사격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군은 “더이상 미 아피치헬기 사격을 미룰 수 없어 불가피하게 2월부터 아파치헬기 사격을 실시할 예정이며, 세부 사격일자를 지역주민들에게 알려드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군 당국의 이번 발표를 두고 지역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사실상 국방부가 헬기 사격 등으로 삶에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주민들의 생존권보다 주한미군의 훈련 여건 보장 등을 더 중시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일부 온건파들조차 “더 이상의 양보는 있을 수 없다”며 서욱 국방부 장관 경질 및 관계자 책임 조치 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기면이 지역구인 이준영 포항시의원은 “지금 국방부의 성명은 불에 기름 붓듯이 아주 잘못된 처사”라면서 “장기주민들은 (군의 훈련에)60년 가까이 협조해줬는데, 한 마디 협의 없이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을 실시한 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포항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 김상규 사무국장은 “저희들은 금전적인 건 원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런 걸 바라지 않고 수십년을 함께 군과 살아왔다”면서 “국방부가 하루속히 아파치 헬기 사격 훈련을 중단하고, 지금까지 있었던 피해에 대해 먼저 사죄하고, 향후 발전방향과 아파치헬기 훈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군 당국은 2일 오후 3시께 수성사격장 인근을 헬기로 정찰비행한 데 이어, 4일부터 약 한 달간 포항에서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 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면민들은 수성사격장 입구에서 훈련 저지를 위한 장기면민총궐기대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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