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IMF공식 블로그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대응 방안을 발표하였다. ‘건강한 세계 경제를 위해 필요한 정책 행동(Policy Action for a Healthy Global Economy)’이라는 제목의 이 블로그에서는 코로나19가 공중위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처하려면 검역이나 사회적 거리 전략(자주적인 격리)이 올바른 처방전이긴 하나 세계 경제를 보호하려면 그와 정반대되는 일도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 단축을 위해 연락상태를 유지하면서 긴밀하게 조정해 나가는 것이 최고이며, 각국 정부에게도 지금까지 이상으로 많은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전염병이 퍼지고 있는 동안이라도 경기를 개선하고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세계 경제의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한 3대 정책 행동을 제안하였다. 첫째, 장기적인 경제적 손실 예방을 위해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적인 재정 지출을 주문하였다. 각국 정부가 유급병가 확대, 표적화된 조세 부담 경감조치 등을 계속 확대하여 위기에 빠진 기업에 효과가 파급되도록 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둘째, 선진국 중앙은행은 금융완화와 실물경제로 이어지는 신용 흐름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수요를 뒷받침하여 경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금융정책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투자가들이 과거 자금 유출 사례 중 최대규모인 약 420억 달러의 자금을 신흥시장국에서 철수하였다는 국제금융협회(IIF)의 조사 결과도 언급하였다. 마지막으로는 은행들이 자본 유동성 버퍼 이용 등 현행 규제에 대한 유연성을 발휘하여 위험에 노출된 차주에게 융자조건을 다시 협정할 것을 장려하는 등 규제 완화를 다루었다. 그러면서 이 3대 정책 행동은 모두 협력적이고도 동시에 추진해야만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결국,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요지는 각국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상호 협조하여 재정금융정책을 총동원하였듯이 이번에도 규제완화조치까지 포함한 세 가지 정책 행동을 모두 동원해야만 코로나19로 손상을 입은 세계 경제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진단인 셈이다. 매우 타당하면서도 당연한 지적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려울 수도 있다. 각국 모두 자국민의 생명보호와 안전 확보를 위해 방역과 진단, 전염병 확산 방지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러한 자국 우선 보호조치 과정에서 상호 협조는커녕 국가 간 불편한 감정마저 생겨나는 상황이다. 따라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국가 간 자본 흐름에 관한 정책 공조가 원활해지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크며,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의 혼란도 당분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
사실, IMF가 권장한 것처럼 세계 경제나 우리 경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거시적인 정책 대안들이 아무리 유효한 정책이라도 포항과 같이 공간 지리적으로 크지 않은 지역 단위까지 실질적인 효과가 파급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국가 차원의 정책 행동은 어느 지역이나 균일하게 적용되는 것이지만 그 나라의 경제산업구조와 금융 시스템 등을 거치고 지역별 특징이 맞물리면서 조금씩 정책 효과는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번에 IMF가 발표한 3대 정책 행동도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추진 중인 정책이기도 하다. 중앙정부와 한국은행이 실시하고 있는 재정 지출 확대와 금리 인하 등 금융완화 정책의 효과도 물론 포항 지역경제에 유효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IMF의 제안과 관련한 지역 차원의 별도의 정책 행동은 그리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설사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재정 등 지역 자체의 여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무리 작은 규모의 단위여도 포항 지역경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는 한 나라의 구성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그저 크기나 종류,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게다가 포항을 둘러싸고 있는 대구 경북지역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그만큼 건강에 이상 신호를 나타내고 있는 기업, 상공업자, 서비스 유통업체 등 지역 소재 기업의 건강은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 기업보다는 부실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간단히 감기처럼 약이나 주사 한번 맞고 일어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므로 더욱 세심하게 심한 몸살이나 중병에 걸렸다가 회복하는 상태임을 고려한 보다 장기적인 보살핌이 필요하다. 지병을 지닌 사람이 이번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에 쉽게 노출되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 지금 긴급 금융 지원 등 단기 처방에 힘입어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착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또 다른 위기상황이 다가오더라도 버틸 수 있는 면역력을 갖추어 지속 가능한 경제 체질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장기처방전을 마련하고 이에 충실한 회복과정을 밟을 필요가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동안 각 기업, 단체 등이 마련하여 시행한 자구책 가운데 의외의 효과를 발휘한 부분도 있었다. 일례로 그동안 의구심을 가졌던 재택근무제도가 의외로 나쁘지 않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 무서운 전염병이라도 개인별 방역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각자가 방심하지 않고 철저하게 방역프로토콜만 지켜도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도 확인하였기에 공포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 사스, 메르스 등 그동안 수많은 전염병이 있었지만 크게 보건위생에 대한 경각심은 가지지 않았던 시민들에게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는 철저한 보건위생의 생활화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확실한 경계감을 모두에게 주었다는 점 등이다. 이처럼 우리가 가장 확실하게 깨닫고 체화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포항경제가 어떠한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포항경제가 건강을 조기에 회복하고 장수할 수 있는 포항지역의 자율적인 행동 강령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지금까지 각 경제 주체들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는 감염확산 방지 노력은 당연히 계속되어야 한다. 둘째,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아예 영업을 중단한 영업소는 철저한 방역 후 안내문과 함께 영업을 재개하여야 한다. 그리고 매출도 신통치 않았던 차에 이번 기회에 당분간 쉬겠다고 마음먹은 골목상권의 소상공인들이라면 폐업할 생각이 아닌 한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의식과 행동의 변화는 순식간에 바뀐다. 좀 더 폐업이나 영업을 중단한 시일이 지나게 되면 소비자의 행동 선택이 이루어지는 기억에서 아예 삭제되기 쉬우며, 소비자가 다시 그곳을 떠올려 찾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음식점, 카페 등 요식업소들은 당장 이번 사태가 공식 종료선언을 하더라도 주방은 물론 종업원 모두에게 투명위생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만 한다. 이는 포항 관광산업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넷째, 전통시장 상인회는 지금부터 1~2인용 소형 포장제, 정찰제, 지역산 표시제 등의 도입을 추진하고 인터넷, 모바일 쇼핑과 택배서비스를 마련해야만 한다. 당연히 이 쇼핑몰에서 지역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