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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황장애, 휴식·자극 관리·호흡이 회복의 기반

공황장애 치료는 병원에서 시작되지만 회복은 일상에서 완성된다. 공황장애를 지나온 많은 이들이 마지막에 묻는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많은 환자들이 첫 발작 이전을 돌아보면 공통된 이야기를 한다. 오래 이어진 스트레스와 피로다. 삶의 긴장이 높아질수록 몸은 더 예민해지고, 작은 신호도 크게 느껴진다. 그 순간 뇌는 이를 위험으로 해석하고 공황발작은 시작된다. 그래서 공황장애의 회복은 ‘삶의 조율’에서 완성된다. 치료는 증상을 낮추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신경계가 다시 안정된 리듬을 찾도록 돕는 과정이다. 첫째, 휴식은 치료다. 피로는 몸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를 흔드는 자극이 된다. 지친 상태에서는 심장 박동도, 호흡도 더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나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피로는 단순한 몸의 신호가 아니라, 뇌의 불안을 자극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휴식은 나약함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선택이다. 둘째, 자극을 줄여야 한다. 공황장애를 악화시키는 자극이 있다. 술, 카페인, 다이어트 약, 흡연이다. 알코올은 마실 때보다 깰 때 교감신경을 자극해 불안을 높일 수 있다. 카페인은 심박을 빠르게 하고 각성을 강화한다. 다이어트 약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불안을 키우고 수면을 방해한다. 흡연 역시 신경계를 흥분시켜 긴장을 높인다. 셋째, 부교감신경을 깨우는 습관이 필요하다. 명상, 기도, 요가, 조용한 산책 같은 시간은 신경계를 낮추는 통로가 된다. 길게 하는 것보다 반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안정의 경험이 쌓일수록 몸은 점차 ‘괜찮은 상태’를 기억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삶의 리듬이 다시 만들어진다. 그러나 공황은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그래서 미리 준비된 대응 문장이 필요하다. “이건 위험이 아니라 경보다.” “두려워도 괜찮다.” “이 두려움 결국 지나간다.” 이 문장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공포를 키우던 해석을 바꾸는 연습이다. 그 순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반응을 잠시 바라보는 것이다. 몸을 통해서도 신경계를 낮출 수 있다. 공황이 오면 호흡은 짧아지고 긴장은 더 올라간다. 이때 코로 들이쉬고, 더 길게 내쉰다. 내쉬는 호흡을 길게 두는 것만으로도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신경계는 서서히 안정된다. 호흡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조절 방법이다. 생각이 흔들릴 때는 문장을 붙잡고, 몸이 흔들릴 때는 호흡을 붙잡는다. 이것이 공황의 순간을 건너는 다리다. 공황장애는 삶의 끝이 아니다. 삶의 균형을 다시 배우는 과정이다.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방향을 잃지 않으면 된다. 공황은 삶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어떤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회복은 증상이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그 질문에 답하며 다시 삶이 흐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사공정규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의학박사 …………………… 사공정규 33년 차 공황·불안 전문의이자 ‘힐링닥터’로 알려진 그는 증상 호전을 넘어 삶의 근본적 회복을 위한 치료에 주력한다. 동국대 의대에서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진료·연구·교육에 힘썼고,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에서 방문교수와 임상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26-04-21

정신과 약은 중독이 되는가?

“정신과 약, 중독되지 않나요.” 진료실에서 공황장애 환자들이 많이 묻는 질문이다. 동시에 치료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걱정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떠올리는 ‘중독’의 모습은 대체로 비슷하다. 알코올이나 마약으로 통제가 무너지고 삶이 흔들리는 장면이다. 문제는 그 이미지가 치료에도 그대로 덧씌워진다는 데 있다. “정신과 약은 중독된다.” 이 말은 공황장애 환자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공황장애의 핵심 고리는 두려움이다. 두려움이 치료를 막으면 병은 더 길어지고 더 깊어진다. 한 환자가 말했다. “약이 무서워서 미뤘습니다.” 두 달 뒤 그는 다시 응급실을 찾았다. 발작은 더 잦아졌고 예기불안은 일상을 잠식하고 있었다. 치료를 미룬 대가는 병의 악화였다. 생각을 바꿔보자. 고혈압 약으로 혈압이 안정되면 우리는 그것을 ‘중독’이라 부르지 않는다. ‘치료’라고 말한다. 당뇨 약도 마찬가지다. 약을 줄이거나 끊으면 수치가 다시 올라갈 수 있지만, 그것을 약의 문제가 아니라 질환의 특성으로 이해한다. 공황장애도 다르지 않다. 약을 통해 발작이 줄고 불안이 낮아져 일상이 회복된다면 그것은 중독이 아니라 치료다. 약은 삶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민해진 불안 체계를 안정시키는 도구다. 물론 주의가 필요한 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은 신중한 처방과 단계적 감량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약을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이다. 전문의의 관리 아래 최소 용량과 적절한 기간을 지키면 위험은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치료는 과정이며, 시작과 조절, 정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공황장애는 조기에 치료하면 회복 가능성이 높은 병이다. 그러나 치료가 늦어지면 발작이 반복되고 삶이 점점 좁아진다. 만성화되면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 다른 어려움이 함께 나타날 수 있고, 삶 전체의 기능이 흔들릴 수 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주위의 말이다. “그 약 먹으면 평생 못 끊어.” 이런 말 한마디가 치료를 미루게 하고, 약을 임의로 중단하게 만들며 결국 재발을 부르기도 한다. 그때 공황장애 환자들은 스스로를 탓한다. “나는 약한 사람인가 보다.” 그러나 공황장애는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다. 과민해진 뇌의 불안 체계가 만들어낸 반응이다. 치료는 그 체계를 다시 안정시키는 과정이다. 약을 먹는다는 것은 내 스스로 증상을 통제할 의지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치료는 의지가 만들어내는 선택이다. 회복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중독이 두려워 치료를 피하는 선택이야말로 병을 키울 수 있다. 공황장애는 두려움이 키운 병이다. 치료는 이해에서 시작된다. 약을 편견으로 보면 공포가 된다. 정확히 이해하면 길이 된다. 그리고 그 길은 다시 삶으로 이어진다. 공황장애 앞에서 필요한 것은 버티는 힘이 아니라, 치료를 선택하는 용기다. /사공정규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의학박사 …………………… 사공정규 33년 차 공황·불안 전문의이자 ‘힐링닥터’로 알려진 그는 증상 호전을 넘어 삶의 근본적 회복을 위한 치료에 주력한다. 동국대 의대에서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진료·연구·교육에 힘썼고,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에서 방문교수와 임상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26-04-15

공황장애는 왜 생기고, 어떻게 회복되는가

진료실에서 공황장애 환자들이 자주 묻는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이해되지 않는 증상은 두려움을 키우고, 두려움은 다시 증상을 증폭시킨다. 공황장애는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몸과 마음, 뇌와 삶의 맥락이 함께 작용한다. 인간의 뇌에는 위험을 감지하고 생존을 준비시키는 경보 체계가 있다. 위협을 느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심장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몸이 긴장한다. 정상적인 반응이다. 문제는 이 경보가 지나치게 예민해질 때다. 화재경보기처럼 실제 위험이 없어도 경보가 울리는 상태가 공황발작이다.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흔들리면 이 경보 체계는 쉽게 과민해진다. 그래서 공황장애는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불안 회로가 예민해진 기능적 질환이다. 그러나 공황장애는 여기서 완성되지 않는다. 몸의 반응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병을 깊게 만든다. 같은 심장 두근거림도 어떤 사람은 “긴장했구나”라고 받아들이지만, 어떤 사람은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석한다. 이 차이가 공황을 만든다. 이를 파국적 해석이라고 한다. 가슴 두근거림을 심장마비로, 숨가쁨을 질식으로, 어지러움을 뇌졸중으로 단정하는 순간 공포는 커진다. 공포가 커지면 교감신경은 더 올라가고, 몸의 증상은 더 강해진다. 그리고 그 증상을 다시 위험으로 해석한다. 이 반복이 공황장애의 핵심이다. 문제는 공황발작이 아니라, 그 이후의 해석이다. 여기에 스트레스와 피로가 겹치면 신경계는 더 예민해진다. 수면 부족, 과로, 관계의 긴장은 경보를 쉽게 울리게 만든다. 또한 회피가 악순환을 강화한다. 발작을 경험한 장소를 피하면 일시적으로는 안심이 되지만, 뇌는 그 회피를 통해 “그곳은 위험하다”고 학습한다. 그래서 다음에는 더 빠르고 강하게 반응한다. 삶의 범위는 점점 좁아지고 공포의 영향력은 커진다. 그래서 치료의 목표는 분명하다. 이 악순환을 끊는 것이다. 그 출발은 몸을 안정시키는 데 있다. 공황 상태에서는 신경계가 과도하게 흥분되어 있어 이성적 이해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몸이 안정되어야 생각을 다룰 수 있다. 약물치료는 과민해진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경보의 민감도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춘다. 이는 증상을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울리는 경보를 정상 범위로 되돌리는 과정이다. 몸이 안정되면 다음 단계가 가능해진다. 해석을 바꾸는 치료다. 공황장애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일어나는가’보다 ‘어떻게 해석하는가’이다. 인지행동치료는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점검하고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는 연습을 한다. 동시에 회피하던 상황을 다시 경험하면서 “괜찮다”는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공황의 강도와 빈도는 줄어든다. 공황은 이해되는 순간, 힘을 잃는다. 결국 공황장애 치료는 몸의 반응을 낮추고 해석을 바꾸는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작동할 때 공황장애는 더 이상 위태롭지 않다. 공황장애는 낯설고 강렬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병은 아니다. 공황장애는 삶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을 때만 삶을 좁힌다. 이해하는 순간, 회복은 시작된다. /사공정규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의학박사 …………………… 사공정규 33년 차 공황·불안 전문의이자 ‘힐링닥터’로 알려진 그는 증상 호전을 넘어 삶의 근본적 회복을 위한 치료에 주력한다. 동국대 의대에서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진료·연구·교육에 힘썼고,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에서 방문교수와 임상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26-04-07

공황발작은 병이 아니라 경보다

공황장애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러나 공황, 공황발작, 공황장애를 정확히 구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막연한 두려움은 구체적인 이해로 바뀌고 치료의 출발점이 만들어진다. 먼저 공황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급성 공포와 불안의 반응이다. 밤길을 혼자 걷다가 갑자기 맹수를 마주쳤다고 상상해 보자. 심장이 거칠게 뛰고 숨이 가빠지며 진땀이 흐른다. 순간적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강한 공포가 밀려온다. 이 반응은 병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정상적인 작동이다. 불안은 우리를 무너뜨리는 감정이 아니라 지키는 감정이다. 반면 공황발작은 실제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반응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경우다. 불이 나지 않았는데도 경보기가 울리는 것과 같다. 이때 ‘발작’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진다는 뜻이다. 공황발작은 지속되지 않는다. 밀려오지만 결국 지나간다. 이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공포는 줄어든다. 흥미로운 점은 공황발작의 증상이 ‘죽을 것 같다’는 생각 같은 마음의 반응보다,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이 가쁘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등 몸의 증상으로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처음에는 심장이나 폐의 문제로 생각하고 병원을 찾는다. 때로는 응급실까지 가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환자가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장면이 있다. 병원에 도착해 안정을 취하는 순간, 그토록 심하던 증상이 거짓말처럼 서서히 가라앉는 것이다. 몸이 갑자기 좋아져서가 아니다. ‘이제 괜찮을 것 같다’는 안도감이 신경계를 잠시 진정시키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공황의 본질이 신체의 이상이 아니라, 과도하게 활성화된 경보 반응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공황발작이 한 번 있었다고 모두 공황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또 오면 어쩌지”라는 예기불안이 생기고, 몸의 감각을 위험 신호로 해석하며, 상황을 피하기 시작할 때 공황발작은 반복되고 굳어진다. 증상 자체보다 두려움의 해석과 회피가 이어질 때 공황발작은 공황장애가 된다. 결국 공황장애를 키우는 것은 공황발작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경험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공황장애에서 말하는 disorder(장애)는 신체나 정신 기능에 지속적인 결함이 있어 일상 기능으로의 회복이 어려운 상태를 뜻하는 disability(장애)와 다르다. disorder(장애)는 질서가 잠시 흐트러진 상태를 뜻한다. 균형이 깨졌다는 의미이지, 기능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즉, 핵심은 기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균형이 흔들린 상태다. 치료는 증상을 억지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흔들린 균형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공황장애를 정확히 이해하면 공황발작은 더 이상 재앙이 아니다. 그것은 뇌의 경보 체계가 과도하게 작동한 결과다. 경보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읽어야 할 신호다. 신호는 삶을 망가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상태를 돌아보게 만드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 당신의 마음에 울리고 있는 경보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 신호를 억누르기보다 차분히 이해하려는 순간, 두려움은 줄어들고 삶은 다시 넓어진다. 공황장애는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 사공정규 33년 차 공황·불안 전문의이자 ‘힐링닥터’로 알려진 그는 증상 호전을 넘어 삶의 근본적 회복을 위한 치료에 주력한다. 동국대 의대에서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진료·연구·교육에 힘썼고,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에서 방문교수와 임상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26-03-31

공황장애는 ‘연예인병’인가요?

최근 공황장애 환자가 급증하며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상 환자 수는 4년간 40% 이상 증가해 2021년 20만 명에 달했으며, 특정 직업군을 넘어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동국대 사공정규 교수의 공황장애 원인부터 치료법, 일상 전략을 체계적으로 다룬 5회 연재 칼럼을 게재한다. 증상 완화가 아닌 일상 회복에 초점을 맞춰, 환자와 가족에게는 위로와 실용 정보를, 일반 독자에게는 마음 건강을 지키는 법을 전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2010년 즈음부터 여러 유명 연예인이 공황장애 경험을 공개하면서 이 질환은 비로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영향으로 공황장애는 한동안 특정 직업과 연결된 병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은 분명하다. 공황장애는 일부 사람의 병이 아니다. 우리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다. 10여 년 전 진료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치료 후 많이 좋아진 한 중년 여성이 딸에게 말했다. “엄마가 공황장애 치료를 받았어.” 딸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엄마가 무슨 연예인이야?” 그 시절 공황장애를 바라보던 사회의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공황장애는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긴장과 스트레스를 견뎌온 몸이 보내는 신호에 가깝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몸은 긴장하고 심장은 빨라진다. 이 반응 자체는 지극히 정상이다. 다만 그 활성화가 과도하게 치솟는 순간, 공황발작이 나타난다. 이때 사람들은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숨이 막히며 “이러다 죽는 것 아닐까” 하는 공포를 경험한다. 그러나 그 감각은 실제 위험을 의미하지 않는다. 몸의 경보 시스템이 과하게 울린 상태일 뿐이다. 잠시 과열된 반응이 만들어낸 신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 경험을 한다. 공황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약 3%로 보고된다. 100명 중 3명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약 150만 명이 일생에 한 번은 공황장애를 경험한다는 뜻이다. 결코 드문 질환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도 있다. 공황장애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연예인은 남성이 많았지만 실제 환자는 여성에게 더 흔하다. 일반적으로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약 두 배 많다. 평균 발병 연령은 약 25세이며, 치료받는 환자의 상당수는 30~50대에 집중되어 있다. 삶의 책임이 가장 무거운 시기와 겹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일은 큰 의미가 있다. 누군가의 고백은 또 다른 사람에게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라는 안도와 용기를 준다. 실제로 연예인들의 공개적인 경험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공황장애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치료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면서 실제 치료 환자도 빠르게 증가했다. 2010년 약 5만 명에서 2023년 약 24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혼자 버티고 있다. 당뇨나 고혈압이 그렇듯 공황장애 역시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숨겨야 할 병도 아니고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다. 치료를 시작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치료를 경험한 환자들은 공통된 변화를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고 묻는다. 그러나 치료가 진행되면 질문이 달라진다. “왜 이제야 이해했을까.”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공황장애는 삶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았을 때만 삶을 멈추게 한다. 편견이 사라지는 순간, 회복은 이미 시작되고 삶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 사공정규 33년 차 공황·불안 전문의이자 ‘힐링닥터’로 알려진 그는 증상 호전을 넘어 삶의 근본적 회복을 위한 치료에 주력한다. 동국대 의대에서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진료·연구·교육에 힘썼고,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에서 방문교수와 임상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