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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라면 나지막하게라도 꽃을 피우겠습니다 꽃잎을 달고 향기도 풍기겠습니다 제 이름을 달지 못하는 꽃도 많습니다 토담 위라고 불만이 있을 리 없지요 속셈이 있어 빨강 노랑 분홍의 빛깔을 색색이 내비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메마르고 시든 일상에서 돌아와 그대 마음 환하게 열린다면 그만이겠습니다 몸을 세워 높은 곳에 이르지 못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세상 살아갑니다 사람들에게 화려한 빛깔이나 향기로 주목받지 못하는 채송화 같은 꽃들은 많다. 그저 어떤 상황에서라도 최선을 다해 꽃 피우고 제가 가진 향기와 고운 빛깔을 사람들에게 건네준다. 사람들 중에도 이런 채송화 같은 사람들이 있다. 별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겸허하고 소박하게 제 빛깔과 향기를 풍기면서 가만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
시
등록일 2016.01.06
게재일 201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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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꼭이 왼 신은 오른발에 신고 오른 신은 왼발에 신는데 그러나 무슨 상관이람 애초에 무슨 상관이람 왼 신을 오른발에 신고 오른 신을 왼 발에 신고 희옥이는 저 혼자서 신나게 놀다가 신발은 저만치 내팽개친 채 법당 앞 마룻바닥에서 곤히 잠들었다 순진무구한 어린 아이의 행동에서 시인은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의 미를 발견한다. 세상 살다보면 우리는 많은 굴레와 고리에 얽매이고 갇혀 얼마나 불편한 지 모른다.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어린 아이의 행동에서 시인은 가장 자연스러운 우주의 순리 하나를 발견하고 우리에게 건네주고 있다.
시
등록일 2016.01.05
게재일 201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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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것은 깨질 수 있지만 좋아하는 것은 다만 버려질 뿐이다 파경(破鏡)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러나 10년 외길의 직장도 짤리면 버려진다 성서(聖書)엔 아내 대하기를 깨진 그릇처럼 하라 했지만 오늘의 식기는 대부분 일회용 종이컵 순간의 뜨거운 물만 있다면 오늘의 우리들은 누구나 즐기는 컵라면이다문명의 이기(利器)라고 말하면 지나친 말일까. 스치로폼으로 만든 컵라면의 그릇은 편리하기 짝이 없지만 사용하고 난 뒤 폐기해야하는 물질에 불과하다. 시인은 컵라면 이야기를 하면서 평생직장에서 쫒겨난 사람도 잘리고 버려지는 안타까움을 비판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사랑도 일회용그릇처럼 취급되고 현대문명속 온갖 것들이 그렇게 용도폐기되면 기억도 없이 없어져 버린다는 사실을 야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시
등록일 2016.01.04
게재일 201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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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시골 마을 눈이 내린다 정류소 간판도 없는 주막 추녀에 막차를 기다리는 겨울 나그네 어둠이 다가오는 이런 길에 서면 잃어버린 고향이 다시 서러운데 배꽃 같은 눈이 펄펄 내린다 어쩌면 노시인은 겨울 나그네가 되어 어둠이 다가오는 눈 오는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지 모른다. 언젠가 떠나야 하는 이승에서의 눈 내리는 길을 바라보면서 잃어버린 고향도 고향사람들도, 그들과 함께한 아름다운 서사들도 가슴 속에 아슴아슴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고요한 평화경 하나를, 노시인의 생을 관조하는 깊은 눈빛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시다.
시
등록일 2016.01.03
게재일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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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지금 나와 함께 적송 기울어진 언덕 구름 속을 달리고 있는 이 저녁을 세상 마지막날까지 갖고 가리라. 너는 자전거를 타고 나는 걷고 있다. 새로 지은 뒷집 건너 뒷집 똥개 두 놈이 내가 발을 뗄 때마다 정확하게 두 번씩 짖어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천천히, 그 담장 아래서 쟁반을 돌리고 있는 접시꽃 곁을 지나간다. 그 곁에는 털이 송송한 강아지풀과 시들어 버린 쓴냉이들이 붉은 노을에 얼굴을 적시고 있다. 이 골목을 따라 산그늘에 이르면, 새로 이사 온 네 반 소라네 집 인정 많은 가족들과 함께 사는 산닭이 다 된 토종닭과, 그들의 손때 묻은 고구마 감자 파 고추 참깨가 농장이 있다. 페달에 힘을 주는 네 발이 규칙적으로, 때로 불규칙적으로 달리는 내 발과 같은 역학으로 굴러간다. 자전거를 타고
시
등록일 2015.12.30
게재일 201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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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캐는 밭 벼논을 향해 집개가 짖는다 팔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아는 체한다는 곁의 어머니 말씀 그 고요와 사랑이 만들어내는 소란의 맨얼굴을 나보담도, 줄기를 끌어당길 때마다 숨겨진 얼굴들 속속 딸려 나오는 걸 솔깃해 하는 나보담도 멍청하게 먼 곳만 쳐다보는 듯한 네가 더 잘 알고 있다니 늙은 개가 짖어댄다 고요와 사랑이 소복하게 담겨있는 동화 같이 재밌는 시다. 개짖는 소리가 요란한데 어찌 시제목을 고요 이야기라고 했을까. 씨 뿌린 논밭에 비 내리고 햇빛을 받아 식물들이 쑥쑥 자라 소담스런 결실에 이르는 시간은 요란하지 않다는데 착상한 시인은 식물 이야기를 하면서 요란하게 성장하고 요란하게 살다가 요란하게 죽는 인간의 한 생에 대한 것을 빗대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5.12.29
게재일 201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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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도 등뼈가 있었구나 길의 등뼈 인도 한가운데 우둘투둘 뼈마다 샛노랗게 뻗어 있다 등뼈를 밟고 저기 저 사람 더듬더듬 걸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밑창이 들릴 때마다 나타나는 생고무 혓바닥 거기까지 가기 위해선 남김없이 일일이 다 핥아야 한다 비칠, 대낮의 허리가 시큰거린다 온몸 핥아야할 뼈마다 내 등짝에도 숨어 있다 우리는 끝없이 걷는다. 시인은 걷는다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길의 등뼈라는 표현은 길이라는 실존을 인정하면서 장애인의 걷기와 자신의 삶의 길 걷기를 연민의 눈으로 풀어내고 있다. 온 힘과 마음을 기울여 걷는 장애인들의 길 걷기에서 수월하게 대충대충 걸으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길 걷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이 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아닐
시
등록일 2015.12.28
게재일 201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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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금호강에서 그에게 편지를 썼다 등에 업혀 새록새록 잠들다가 어두운 강물 속으로 사라져간 개밥바라기 하얗게 얼어붙은 강 어귀에서 모닥불 지펴놓고 그를 기다렸다 한참 뒤, 폭설 내려와 강의 제단에 바쳐지는 눈발 부둥켜안고 모래톱 돌며 제를 올렸다 눈 그친 서녘 하늘에 걸린 초롱불 하나 어린 아이의 죽음에 대한 가슴 아픈 심정을 풀어내는 눈시울이 뜨거워져 오게 하는 시다. 그를 위하여 제를 올리며 어두운 강물 속으로 사라져간 어린 영혼은 소멸이 아니라 서녘 하늘에 떠오르는 초롱불 하나로 부활한 것이라 믿으며 엄청난 슬픔을 극복하는 시인의 따스한 마음이 매우 감동적이다.
시
등록일 2015.12.27
게재일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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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빈집에는 빈 것들이 가득 고여있다. 그의 의식이 갇혀있던 빈집에는 잃어버린 사랑도 눈물도 열망으로 들떴던 가슴도, 그리움을 물고 창밖에 떠돌던 겨울 안개들도 이제는 모두 떠나버린 공허한 메아리만 남아있는 허허로운 공간이다. 시인은 그것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빈집에 갇혀 그 열망의 시간들을 쓸쓸히 바라보며 가만히 자기에게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5.12.23
게재일 201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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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저 혼자 등 돌려 놀던 적막이 문을 열면 쪼르르 치마폭에 감긴다 한마디 투정도 없는 이 하루가 기특하다 힘겨운 하루 일을 마치고 무거운 어깨로 문을 열면 가만히, 가득 고여있는 적막이 반겨주는 쓸쓸한 시인의 퇴근 즈음을 본다. 한마디 투정도 없이 하루를 혼자서 견디고 견딘 시간들을 가슴에 담아내고 있음을 본다. 우리네 한 생의 많은 순간들이 이런 쓸쓸한 퇴근 같은 시간들은 아닐까. 쓸쓸한 늦가을 숲을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지독한 쓸쓸함 같은 것을 가슴으로 담아내는 우리의 한 생은 어쩌면 시인이 가만히 펴 놓는 이 짤막한 몇 줄의 시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느낌 같은 것은 아닐까.
시
등록일 2015.12.22
게재일 201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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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웃을 때 헤아려 보니 흰 이빨이 열두 개 보인다 잇몸이 드러나고 그 중 한 개가 덧니구나 네가 웃을 때 네 큰 입보다 쌍꺼풀 낀 네 눈이 더 슬프다 네 큰 입술 사이로 보이는 열한 개의 사랑의 시와 단 한 개의 절망열두 개의 이빨 중에서 빗나간 모양의 덧니를 절망으로 보고 나머니 열한 개를 사랑의 시라고 표현한 인식에서 시인의 세계관을 엿본다. 시인은 정상적인 이빨에서 희망과 사랑을 느낀 시인은 삐뚜룸히 박힌 한 개의 이빨에서 절망을 읽는다. 워낙 불구의 사고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정도를 추구하는 반듯한 시인의 세계관에 깊이 동의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
등록일 2015.12.21
게재일 201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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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다 추령재 넘다가 우연히 들른 백년찻집에서 마시는 대추차 한 잔 내 사랑도 이랬으면 좋겠다 비바람, 소나기, 천둥번개 주는 대로 받아먹고 붉어진 대추 몇 알이 우려낸 이 진한 맛 경주 보문관광단지에서 감포로 넘어가는 길에 추령고개가 있다. 일명 관해동고개라고도 하는데 지금은 터널이 생겨 쉬 넘어갈 수 있지만 굽이진 옛길 그 고개마루에 백년찻집이 있다. 봄꽃과 가을 단풍이 고운 거기서 시인은 대추차 같은 은근하고 진한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시련에도 단단히 매달려 붉고 맛스러움을 가득 품은 붉은 대추를 우려낸 차 한 잔에서 시인은 그런 깊고 그윽한 사랑을 염원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5.12.20
게재일 201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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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졸인 그는 우동배달과 도배공 그리고 막노동판의 삽자루처럼 굴러다녔다 마침내 그는 눈을 떴다 월사금 미납으로 교실에서 쫓겨나 운동장 한귀퉁이에서 나무꼬챙이로 땅그림을 그리며 울던 아프고도 아련한 기억은 이제 더 이상 추억이 아니다 그는 그린다 조각도로 파고 먹으로 찍고 붓으로 칠하기도 하면서 밤을 새운다 거친 손과 강철 같은 근육질의 정서로 노동자계급의 영혼을 한 화가의 암울했던 어린 시절과 그 힘겨웠던 시간들을 극복하고 이제는 어엿한 화가로 우뚝 선 인간승리의 서사를 잔잔한 감동과 함께 읽는다. 시인이 살아가는 시대는 가진 것 없는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엔 그리 녹록지 않은 자본의 시대다. 시인은 정하수라는 한 화가의 인생역정을 소개하면서 시인이 줄기차게 추구하고 염원해오는 사람다움이 물결처럼
시
등록일 2015.12.17
게재일 201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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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올 때도 캄캄한 길을 혼자 왔다 아흔의 냇물을 건너자 홀몸으로 바람에 굴러간 누님 이 세상 업고 떠도는 고행이었다 어머니처럼 지글 지글 타는 사막 한 가운데서 길 없는 길을 찾아 헤매는 순례자였다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가는 외로움 하나 시방 쌍계사 불이문을 막 넘어서고 있다 망망한 대해 혼자 가는 길 바람만 어지럽게 불고 거친 세파와 맞서며 살아온 노시인이 생을 관조하는 깊은 시심이 녹아있는 시다. 생이 온통 고행 투성이고 캄캄한 길이며 그 길을 건너는 우리네 인생은 사막을 건너는 순례자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많이 가졌더라도 결국은 훌훌히 다 벗어던지고 혼자가는 외로운 길이 인생길이라는 시인의 말이 잔잔하게 가슴에 스며드는 아침이다.
시
등록일 2015.12.16
게재일 20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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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옷들이 수북하다 늘어지고 색 바랜 헐렁해진 이력들이 한 짐이다 삶이 짐 투성이었는지 짐이 삶의 중력이었는지 한풀 꺾인 열기가 감나무 잎사귀로 숨어드는 가을, 비울 일로 가득한 아침 식탁처럼 별 그럴 만한 것도 없이 수고로운 날들 무얼 어쩌겠다고 이 많은 허물 껴입었는지 …… 나는 또 갈팔질팡이다 무언가 내려놓는 일이 아직 수월치 않다 …… 부려야 할 짐과 다시 지고 갈 짐 사이에서 시인은 가지의 열매들도 이파리들도 모두 떨어져 자기를 비우는 가을나무들을 보면서 깊은 사색에 빠져든다. 색 바랜 헌 옷가지들이며 살면서 닥지닥지 붙인 헐렁한 삶의 이력들을 내려놓고 부질없는 욕망의 삶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시인의 인식에 깊이 동의하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도 살아
시
등록일 2015.12.15
게재일 201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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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딴다 높은 사다리 타고 올라가 긴장 속에 붉은 태양을 딴다 툭! 툭!내 몸에서 소리가 난다 맑고 깨끗한 가을의 노크 소리발아래 문득 뱀 한 마리가 지나간다 섬짓하다 높은 사다리 타고 감을 따는 맑은 오후 나는 긴장 속이지만감을 따는 순간은 은밀하고 향그롭다 감은 오늘의 행복이다 가을의 저 타는 입술 혼자 탐닉한다아주 평화로운 그림 한 장을 본다. 높은 가지 끝에 매달린 감을 따면서 시인은 향그러운 가을의 향기를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시린 봄날의 맵찬 바람을 견디고 폭풍우 몰아치던 거친 밤을 지나고, 불볕 쏟아지던 한여름의 대낮을 견디고 발갛고 탐스럽게 익은 감처럼 한 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시인은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인고의 시간들을 지나 성숙한 결실에 이
시
등록일 2015.12.14
게재일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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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저 달을 싸리울에 묶어본다 허름한 말뚝에 매어본다 그러면 달은 짖는다 짖어 푸른 밤이 된다 나는 푸른 밤 속으로 들어간다 들어가 묶어둔 달을 풀어준다 (….) 이내 나는 허우적거릴 것 같아 허우적거리다가 지붕과 함께 잠겨버릴 것 같아 익사 직전의 구조 요청을 누군가에게 하게 되고 달, 저 달은 날 가둔다. 바다 한가운데 가두고 고백하라. 반성하라 고문을 해온다 푸근하고 아름다운 달밤의 정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시인이 달을 싸리울에 묶어 보기도 하고 말뚝에 매어 보기도 한다는 표현이 재밌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연을 즐기고 있음을 본다. 달을 포박한다는 부분에서 그 재미는 더해진다. 새로운 시각에서 자연의 감흥을 찾아가는 시인의
시
등록일 2015.12.13
게재일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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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하늘가에 새초롬이 떠 있는 초생달 손에 잡힐 듯 걸어둔 내 딸의 눈 밑 애교살이 청자 쟁반에 아로새긴 듯 선명하다 안부를 전하듯 가끔 짧은 밤을 흔들고 가는 바람 딸의 미소가 허공에 분분하다 서쪽 하늘가에 새초롬히 떠 있는 초생달은 슬하의 고명딸 같이 애처럽고 예쁘다. 엄마의 마음은 그렇다, 늘상 보는 딸아이지만 안부가 궁금하고 그 사랑스러움이 이렇듯 절절하다. 청자 쟁반에 새겨진 무늬처럼 딸아이의 고운 모습이 선하고 그리운 것이다. 이게 이 땅 어미들의 마음이다. 잠잠한 감동을 거느린 고운 시가 아닐 수 없다.
시
등록일 2015.12.10
게재일 201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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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운명적인 겹침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너는 잘 견뎌내었다 물리적으로 먼 거리는 때로 심정적으로 가까운 거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달은 지구의 주위를 빙빙 돌며 지켜보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위해 고투하는 그들의 모습이 약간은 아름다웠다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운명적 거리를 지구와 태양의 거리와 일식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달의 시선으로 지구와 태양을 바라본 느낌을 그리고 있다. 온전히 만날 수도 영원히 헤어져 있을 수 밖에 없는 가슴 아픈 사랑에 대해, 우리네 한 생이 그렇게 점철되어간다는 것을, 그 한스러운 운명적 사랑에 대해 담담하게 다가서고 있다.
시
등록일 2015.12.09
게재일 201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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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을에서 살고 싶었다 집도 없고 절도 없던 그대, 아내를 만나 벽체를 이루고 지붕이 되어 비바람을 막듯이 낙숫물을 받듯이 체온을 나누며 미움도 쌓으며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었겠지 돈이 있어야 했다 돌아버리지 않으려면 아옹다옹 다투며 아득바득 부대끼며 체온을 나누며 음식을 나누며 살고 싶었으나 가족이여 우리(柵) 허물어진 가축들이여 그대 지금 미칠 도리밖에 없는…. 삼국유사에 조신의 설화가 있다. 승려였던 조신은 꿈 속에서 인간적으로 꿈꾸던 욕망의 삶을 살다가 잠에서 깨어나 그 모든 것이 허망하고 허무한 것임을 깨닫고 구도에 정진했다는 설화다. 시인은 그 조신설화를 바탕으로 시를 전개하고 있다. 맞다, 돈 없으면 가축과 같은 삶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음이 현재의 문명
시
등록일 2015.12.08
게재일 201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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