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용 숙

서쪽 하늘가에

새초롬이 떠 있는 초생달

손에 잡힐 듯 걸어둔

내 딸의 눈 밑 애교살이

청자 쟁반에 아로새긴 듯

선명하다

안부를 전하듯

가끔 짧은 밤을

흔들고 가는 바람

딸의 미소가

허공에 분분하다

서쪽 하늘가에 새초롬히 떠 있는 초생달은 슬하의 고명딸 같이 애처럽고 예쁘다. 엄마의 마음은 그렇다, 늘상 보는 딸아이지만 안부가 궁금하고 그 사랑스러움이 이렇듯 절절하다. 청자 쟁반에 새겨진 무늬처럼 딸아이의 고운 모습이 선하고 그리운 것이다. 이게 이 땅 어미들의 마음이다. 잠잠한 감동을 거느린 고운 시가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