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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신생대 두호층 고래화석·결핵체,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지정

우리나라 대표 신생대 지질 도시인 포항에서 발견된 ‘신생대 두호층 고래화석’과 ‘신생대 두호층 결핵체’가 국가지정 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25일 포항시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이 희소성이 높고 심미적·학술적 가치가 큰 포항 신생대 두호층 고래화석과 포항 신생대 두호층 결핵체를 국가지정 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발표했다. ‘포항 신생대 두호층 고래화석’은 신생대 제3기 신진기 두호층에서 발견됐다. 퇴적암 내에 개체 하나가 거의 완전한 형태로 보존된 매우 드문 사례다. 2008년 9월 포항시 장량택지개발지구에서 발굴된 이후 대전 서구 소재 국가유산청 천연기념물센터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이 고래화석은 국내에서 발견된 신생대 고래화석 가운데 가장 큰 표본이다.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수염고래아목(Mysticetes) 화석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포항 신생대 두호층 결핵체’는 총 2점으로 2019년 9월 포항시 우현동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발견됐다. 두 결핵체도 발굴 이후 고래화석과 함께 국가유산청 천연기념물센터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결핵체는 퇴적물 입자 사이의 빈 공간에 광물이 침전돼 형성된 단단한 덩어리이다. 생성 당시의 지질·환경 조건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자료다. 이번에 지정된 결핵체는 국내에서 발견된 결핵체 중 크기가 큰 편에 속하며 원형 보존 상태가 뛰어나 희소성과 심미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천연기념물 지정은 포항이 보유한 지질유산의 학술적·자연사적 가치를 국가적으로 인정받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2028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 중인 포항시립박물관과 연계해 포항에서 출토된 지질유산을 비롯한 포항문화유산의 체계적인 관리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포항의 지질 유산은 이번에 지정된 2건을 포함해 포항 달전리 주상절리, 포항 오도리 주상절리, 포항 금광동층 신생대 화석산지,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까지 총 6건이다. 이 가운데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 등 3건의 포항 출토 천연기념물이 국가유산청 천연기념물센터에 소장돼 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갈평 운강전승기념공원 조성 1차 마무리

사단법인 운강이강년의병대장기념사업회(회장 신영국)는 지난 24일 문경읍 갈평리 신북복지회관 앞에서 추진해 온 ‘갈평운강전승기념공원’ 조성사업의 중앙 상징조형물 설치를 완료하며 1차 조성공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사업은 2017년 하천부지 매립공사를 시작으로 약 700평 부지에 운강 소공원을 조성한 데 이어, 2022년부터 경상북도와 문경시의 지원을 받아 ‘운강전승기념공원’으로 단계적 정비를 추진해 왔다. 공원에는 표지석과 안내설명판, 원두막을 비롯해 길이 12m, 높이 약 2m 규모의 석조형물이 설치됐으며, 이 석조물에는 전·후기 운강 선생의 의병전투 이동로가 8폭으로 새겨져 있다. 올해에는 중앙부에 높이 4.2m, 길이 2.0m, 폭 1.0m 규모의 화강암 대리석 상징조형물이 들어섰다. 조형물에는 운강 이강년 선생의 흉상과 함께 횃불 전투도를 형상화한 부조, 그리고 관련 글귀가 새겨져 갈평 전승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기념사업회는 향후 갈평리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도로 확장사업과 연계해, 갈평리 입구 삼거리에 위치한 ‘경모각’과 ‘창의대장도체찰사운강이공전승기념비’, ‘의병대장 운강이강년 선생 기념비’를 기념공원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후 조경 보완공사를 거쳐, 운강 선생의 최대 전승지인 갈평 전투 120주년이 되는 2027년 9월 10일 준공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운강 선생의 갈평 전투는 1907년 9월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벌어졌다. 갈평 아래·윗마을에서 소각과 약탈을 자행하고 신북천에서 휴식 중이던 일본군 1개 소대를 기습해 일본군 6명을 사살했고, 용연·당포 일대에 숨어 있던 일본군 2명을 처단했으며, 패주하는 적을 추격해 외어에서 다시 2명을 사살한 대표적인 승전 사례로 기록돼 있다. 또한 갈평리는 1919년 4월 15일 갈평장날 대규모 3·1만세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며, 해방 이후 좌우 대립이 극심했던 1949년 9월 23일에는 국군에 의해 주민 20여 명이 희생되는 비극도 겪었다. 이처럼 갈평리는 나라의 격동기마다 역사의 현장이 되었던 문경 근·현대사의 중요한 공간이다. 운강이강년기념관 황용건 관장은 “이번 갈평운강전승기념공원 조성으로, 차량 통행이 빈번하고 협소했던 기존 경모각과 기념비 주변 환경에서 벗어나 학생 답사와 체험 중심의 교육행사를 보다 안전하고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문경에 대한 자긍심과 지역 정체성을 높이고, 인접한 하늘재 역사·문화 관광자원과 연계해 현충시설을 활용한 청소년 나라사랑 교육과 현장 체험학습의 거점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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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정혜숙을 만나다

비단과 한지의 결을 따라 모란이 피어난다. 선덕여왕의 이야기 속 꽃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귀와 평화를 주는 현대의 모란으로 재탄생 시킨 정혜숙 화백. 정성으로 피워낸 붉고 푸른 에너지가 당신의 삶을 환하게 비추길 바란다는 화가의 작품 속에선 그녀의 열정이 가득하다. 그녀를 만난 건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4층에서 열린 지아트마켓에서였다. 모란을 주테마로 작업 중인 작가답게 벽면들이 모란으로 가득하다. 정 화백의 모란들은 화려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붉은 모란에서부터 오묘한 색을 띄는 모란까지 모란이라는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중 검은 배경에 빛이 나는 듯한 꽃잎을 가진 모란 그림이 있어 작가에게 기법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보통 종이나 비단에 물과 색을 올리는 반면 이 그림은 색을 가진 종이의 물을 빼냄으로 색다른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독특한 자신만의 방법을 연구 중이라며 바탕 색지에 따라 다른 색이 나타난다고 한다. 오묘한 느낌에 빠져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모란들 사이 눈에 띄는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단순한 붓놀림으로 그려진 듯 하지만 현장 느낌이 물씬 나는 탑그림이다. 깜깜한 밤 크고 둥근 달 아래 탑이 놓여있다. 달빛이 탑과 댓잎을 감싸듯 비추고 있다. 각각의 다른 존재는 이질감 없이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룬다. 원래 하나의 생명이었던 것처럼. 김시습의 마음을 담은 듯 용장사지 3층 석탑은 많은 이야기를 품은 채 그림 속에 존재한다. 어느 정도 작품에 관한 설명을 듣고 난 후 그림을 시작한 계기에 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림을 시작한 건 마흔 즈음이었다. 삶이 어둡게만 느껴지고 다음날 아침 눈뜨기조차 괴로웠던 시기였다. 그런 마음을 마냥 덮어두고 살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삶의 방향을 바꿔야 했다. 그리고 만난 스승이 고 정담 조필제 선생이다. 조필제 선생은 생전 지역에서 부드러운 이미지와 인품으로 후배들에게 존경받던 분이다. 또한 제1회 신라미술대전 대통령상 수상자이며 모란 그림 전문가다. 여담이지만 대통령상은 1회를 시작이며 마지막으로 없어져 조 선생은 유일한 대통령상 시상자이기도 하다. 시민기자도 선생께서 생전 건강하실 때 우연히 몇 번 뵌 적이 있었는데 인심 좋은 동네 할아버지처럼 늘 웃고 계셨다. 도인 같던 스승에게 매일 같이 사는 게 힘들다며 넋두리했다. 그때마다 10년만 더 견뎌보라 하셨다. 50즈음엔 반드시 세상이 달라져 있을거라 단단히 말씀하셨다. 마치 예언이 이루어진 것처럼 50즈음 마음도 삶도 달라졌다. 그러다 조필제 선생께서 작고하셨고 존경하고 의지하던 스승의 죽음은 정 화백에게 굉장한 충격이었다. 그때까지 쉬엄쉬엄 취미처럼 하던 그림을 전문적으로 해야겠다 마음먹었고 허만욱 교수를 만나 대학원 2년 동안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더 단단해져갔다. 지금도 기일이 되면 옛 스승을 찾는다. 마치 스승이 앞에서 듣고 있듯 그간의 달라진 작품 결과물들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안부도 전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먼저 현재 경주 선도동에서 운영 중인 일우갤러리는 전문적 갤러리의 모습보다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유공간으로 유지하길 원한다. 그리고 작업에서는 큰 욕심 없이 모란을 잘 그리고 싶다 했다. 돈보다 곧은 정신을 추구하는 작가로 남는 게 그녀의 꿈이다. 화사하면서 강렬한 모란을 닮은 정 화백의 맑은 꿈을 응원한다. /박선유 시민기자

송년회 풍경이 말해주는 달라진 술 문화

12월이 되니 어김없이 송년 모임이 이어진다. 직장 회식은 물론 각종 동호회와 소모임까지 총회, 송년회, 망년회를 들먹이며 다사다난했던 을사년 한해를 마무리 하는 분위기다. 이런 자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술이지만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부어라 마셔라’ 가 당연시되던 술 문화 어디가고 시대 흐름에 따라 달라진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방송대 총 동문 송년회. 많은 인원이 함께할 수 있는 널찍한 횟집 식당에서 맛있는 회를 앞에 두고 건배사가 이어진다. 동문회장의 건배사에 맞춰 들어 올린 저마다의 잔에는 소주도 있고 맥주도 있고 음료와 물도 있다. 이미 술은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에 익숙한 듯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다. 권하는 사람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없다. 포항영상문화포럼 송년파티는 또 다른 풍경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와인 잔을 들고 가볍게 건배한다. 붉은 와인 잔이 맑게 부딪히는 소리를 배경으로 한 해를 정리하는 대화가 이어진다. 취하기 위한 술자리가 아니라 분위기를 나누는 시간이 중심이 된다. 송년모임에 술이 더 이상 부담이 되지 않는다. 기성세대들에게 술은 인간관계의 윤활유이자 사회생활의 필수 요소였다. 회식자리에서 상사가 권하는 술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였고 즐기기보다 취하기 위해 마셨다. 식사보다 술이 우선이었고 폭음으로 2, 3차는 기본이었다. 잔이 비워지기 전에 다시 채워지는 술자리는 늘 시끄럽고 분주했다. 술을 거절하는 행동은 무례함으로 여겨졌고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사회성이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건강이 무참히 학대받던 시대의 단면이다. 그러나 이제 술에 대한 인식이 분명히 달라졌다. 마시지 않는 선택 또한 존중받고, 술을 마셔야 친해진다는 공식은 힘을 잃었다. 더불어 ‘술 마셔서 그랬다’는 변명도 더 이상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 술은 이제 있어도 좋고 없어도 괜찮은 존재가 된다. 취함보다는 맛과 향, 다음날 컨디션을 중시하는 문화로 옮겨가며 ‘음주 강요’는 외려 문제행동으로 인식된다. 코로나 이후 회식 자체가 줄어들며 술자리는 저녁식사나 카페모임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늘었다. 이는 단순한 음주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는 사회 구조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상명하복과 연장자 중심에서 벗어나 수평적 조직을 지향하면서 더 이상 술을 통한 통제나 강요가 정당화 되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술을 덜 마시는 것만이 아니라 음주 관련 사고와 폭력, 범죄가 줄어들고 사회적 비용까지 낮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 밤 10시만 넘어도 골목식당들은 불이 꺼지고 빛을 잃은 거리는 한산해진다. 손님이 없으니 택시도 귀하다. 그나마 남아있는 야간 택시조차 취객보다는 카페 손님을 선호한다. 얼마 전 늦은 밤까지 술자리를 가진 지인이 택시를 잡지 못해 결국 집까지 운동 삼아 걸었노라 허허롭게 웃던 그 모습은 달라진 밤의 풍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건강과 직장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술 문화의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선택적으로 마시는 문화가 이미 뿌리를 내렸고 세대가 바뀔수록 더욱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술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자리, 송년회 풍경이 말해주듯, 음주문화의 변화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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