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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없는 ‘약물 단속’에 환자도 의료진도 ‘패닉’⋯“약 2만종인데 징역 5년이라니”

2일부터 약물 복용 후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해지는 강력한 단속이 시작된다. 최근 ‘반포대교 포르쉐 추락’ 사고 등 약물 운전 사고가 5년 새 10배 폭증한 데 따른 조치지만, 현장의 혼란은 극심하다. 단속 대상 약물은 방대한 반면 단속의 잣대가 될 명확한 농도 기준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라 약물운전 처벌 수위는 기존 ‘3년 이하 징역·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된다. 재범 시에는 최대 6년까지 징역형이 부과되는데 이는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의 음주운전 처벌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단속 대상은 마약류를 포함해 졸피뎀(불면증), 펜타민(식욕억제제), 옥시코돈(진통제) 등 향정신성의약품 481종과 환각물질 9종 등 총 490종이다. 경찰의 측정 요구를 거부하면 신설된 ‘측정 불응죄’가 적용돼 현장에서 즉시 형사처벌을 받고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문제는 ‘기준’이다. 현재 국내 유통 의약품은 2만 품목에 달하지만, 부작용이 발생하는 농도나 약물 성분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반감기’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개인의 체질과 컨디션에 따라 약물 반응이 천차만별인 점도 혼란을 키운다. 평소 수면제를 복용한다는 직장인 A씨는 “몸이 무거워지면 이게 약 기운인지 단순한 컨디션 난조인지 분간이 안 돼 단속 대상인지 알 길이 없다”며 “매일 아침 운전대를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조차 판단의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포항의 한 정신과 전문의는 “사람마다 똑같은 양을 복용해도 반응이 달라 의료진조차 확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기준도 없이 단속만 강화하면 의사는 방어적 처방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약사 B씨 역시 “약물 감수성이 사람마다 다른데 ‘운전하지 마세요’라는 말 외에 어떤 지도를 더 할 수 있겠느냐”며 책임 소재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단속 대상 490종에 포함되지 않는 일반 감기약이나 알레르기 약(항히스타민제)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이러한 약물을 먹고 사고를 낼 경우 3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해질 수 있다. 20년 경력의 택시 기사 C씨는 “환절기엔 비염 약을 달고 사는데 사고 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소리에 동료들 사이에서 비상이 걸렸다”며 “졸려도 생업이라 차를 세우기 힘든데 아예 일을 접으라는 소리냐”고 되물었다. 실제 대한약사회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 27종을 자체 ‘운전 금지’ 약물로 분류한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단순 농도가 아니라 약물 복용이 이상 행동으로 이어져 운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인과관계가 핵심”이라며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면 아예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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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작가들의 ‘문학과 미술의 만남’ 행사 가져

문장인문학회(대표 장호병)는 지난달 28일 신인 작가들 상호 간의 친목 교류와 문학적 감수성 고양을 위해 ‘문학과 미술의 만남’ 행사를 실시하였다. 문장인문학회는 계간 ‘문장’을 활성화하고 저변 확대를 위해 결성된 중견 문학단체다. 이번 신인 작가들의 봄 투어는 당일 오전 10시에 대구간송미술관에서 단체 기념사진 촬영으로부터 시작하였다. 다음으로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 신윤복의 미인도 AI, 장승업의 삼인문년(三人問年) 전시를 둘러보고 11시부터 20분간 미술관 전문해설사로부터 간송 전형필과 소장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달성군 가창면 소재 ‘고향칼국수집’으로 이동하여 옻닭 삼계탕과 치자 밥을 먹고 자기소개와 자신의 문학 활동 및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 다양한 형태의 문학 입문 동기와 현재까지의 활동, 장차 작가로서의 포부 등을 나름대로 자세하게 발표하여 박수 갈채를 받았다. 장호병 문장인문학회 대표는 문학인으로서 유머스럽고 멋진 표현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맛남은 만남’이라고 전제하면서 만남을 통하여 맛난 창작활동에 신선한 자극을 공유하는 기회를 얻기 바란다고 주문하였다. 동석한 본회의 주간, 김석 시인은 “여러분들이 발표하는 작품 수준이 좋아지면 문장의 위상도 자동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우리 함께 훌륭한 잡지 ’문장‘을 만들어 가자”라고 당부했다. 멀리 서울에서 참가한 김국현 시인은 ‘문장’이 문청 시절, 문학의 고향처럼 푸근하고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고 회고하고, 이영옥 문장 편집위원은 연재 중인 ‘그림 속 비밀을 찾아서’의 모티브를 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수성구 청호로에 위치한 국립대구박물관을 관람하였다. 회원들은 삼삼오오 뒷뜰에 특별 전시된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석조물을 감상하며 봄꽃 속에서 문정을 나누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윤일환 신인 작가는 “오늘 이 행사가 꽃들이 만개한 아름다운 봄날에 선배, 동료 문학 동호인들과 함께하니 너무 즐겁고 행복하였으며 앞으로 선배들의 뒤를 이어 문장인문학회를 빛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종식 시민기자

꽃피는 봄날, 삼대가 함께 웃는 윷놀이 한 판

멍석 깔린 앞마당에서 한바탕 윷놀이가 펼쳐진다.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한 봄 햇살 아래, 다섯 살배기 아이부터 일흔을 훌쩍 넘긴 어른까지, 집안 식구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세 세대가 한자리에 둘러앉으니 그 자체로도 한 폭의 풍경이다. 조용하던 시골 동네에 사람 사는 소리가 봄바람을 탄다. “나도, 나도” 다섯 살배기 고사리 손에 굵은 윷가락이 버겁다. 결국 두 개씩 두 번에 나눠 던진다. 결과는 ‘모’. “모다! 모다!” 어른들의 함성이 터지고, 아이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도 한 번 더 던지라는 말에 금세 의기양양해진다. 작은 손에서 시작된 놀이가 온 마당의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린다. 마당 한편에는 매화와 살구꽃이 흐드러지고, 다른 한편에는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이 차려진다. 새우를 넣은 오리불고기와 참가자미 회국수에 떡볶이와 각종 김치, 과일과 술까지 더해지니 그 자체로 잔치 분위기다. 올해는 칠순을 맞은 어른을 위한 축하 자리도 함께 마련됐다. 이날은 해마다 꽃피는 삼월에 열리는 집안 모임, 화수회(花樹會)가 있는 날이다. 한때는 백 명 넘게 모이던 자리였지만, 이제는 직계 가족이 모인 삼대가 자리를 채운다. 규모는 줄었어도 정은 외려 더 두텁다. 요즘 세대에게 화수회라는 이름은 다소 낯설다. 그러나 그 뿌리는 깊다. 집안의 결속을 다지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자손들의 삶의 도리를 전하기 위해 이어져 온 전통적인 모임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흩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생활 방식이 다른 젊은 세대의 참여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화수(花樹)는 ‘꽃나무’라는 뜻을 지닌다. 그 유래 또한 흥미롭다. 지금으로부터 1300여 년 전 당나라 시절, 위씨 집안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아버지가 남긴 땅을 두고 아들들이 서로 사양하다 보니, 결국 그 땅은 경작되지 못한 채 비어 있게 되었고, 시간이 흐르자 그곳에는 자연스럽게 꽃나무(박태기나무)가 무성하게 자란다. 이를 본 집안사람들이 그 아래 모여 즐기며 화목을 다졌다고 한다. 욕심을 내려놓은 자리에서 오히려 더 큰 기쁨이 피어난 셈이다. 윷놀이는 그 중심에 있다. 단순한 놀이 같지만 그 안에는 묘한 긴장감과 웃음이 함께한다. 한 번의 던짐에 희비가 엇갈리고 팀을 나눠 응원하다 보면 금세 한마음이 된다. 결과가 좋으면 환호가 터지고 좋지 않아도 웃음으로 넘긴다. 이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세대 간의 벽은 허물어진다. 어른들의 덕담은 변함이 없다. “건강이 최고다” “서로 아끼며 살아라”. 단순한 인사 같지만 오랜 삶에서 우러난 당부다. 아이들이 지금은 그 의미를 다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따뜻한 그 목소리와 분위기는 마음 어딘가에 남는다. 그리고 언젠가 어른이 되었을 때, 같은 말을 건네게 될지도 모른다. 해가 기울 무렵, 음식은 거의 비워지고 웃음소리는 한결 잦아들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채워진 느낌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꽃은 피었고, 또 한 번 윷가락은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제례 문화가 점차 사라져 가듯 화수회 또한 기성세대를 끝으로 희미해질지 모른다. 이런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요즘, 가족이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시간이 된다. 함께했던 하루의 온기가 각자의 삶으로 이어져, 이 작은 전통이 오래 남기를 바라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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