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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친환경·첨단소재 한자리에⋯PID 2026, 엑스코서 개막

“전통 섬유에서 AI까지, 섬유산업의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었어요.” 4일 오전 9시 50분, 대구 엑스코 서관 입구. 개장 10분 전이지만 행사장 앞은 이미 긴 줄로 가득 찼다. 정장을 차려입은 해외 바이어, 샘플 가방을 든 섬유업체 관계자, 학생 디자이너들까지 입장을 기다렸다. 10시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사람들은 빠른 걸음으로 전시장 안으로 향했다. ‘리부트(RE:BOOT)’를 주제로 막을 올린 2026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원단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다. 부스마다 걸린 기능성 소재들은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고, 곳곳에서는 영어·중국어·일본어가 뒤섞여서 들렸다. 해외 6개국 74개 사를 포함해 264개 사 438부스가 들어선 행사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분주했다. 한 바이어는 원단을 손끝으로 비벼보며 신축성을 확인했고, 다른 방문객은 원단을 조명 아래로 들어 올려 조직과 투과도를 살폈다. 상담 테이블에서는 명함이 오갔고, 노트북 화면을 사이에 둔 채 단가와 납기일을 조율하는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다. 개막 특별행사로 마련된 ‘직물과 패션의 만남전’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지역 직물로 제작된 의상이 런웨이 형식으로 전시되며 소재와 완제품의 연결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관람객이 몰린 곳은 ‘AI 테크관’이었다. 카메라 앞에 서자 화면에는 즉시 퍼스널 컬러 분석 결과와 어울리는 스타일이 제시됐다. 한쪽에서는 AI 로봇이 모델을 촬영하며 각도와 조명을 자동으로 조정했다. 참가 기업 관계자는 “AI가 의상의 디테일을 정밀 분석해 최적의 구도를 찾아낸다”며 “적은 인력으로도 고품질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청년 디자이너들의 도전도 이어졌다. 계명대 텍스타일디자인과 4학년 이지민(21) 씨는 직접 제작한 원단과 의상을 소개하며 바이어와 상담을 진행했다. 그는 “졸업 전시와 연계해 1년 반 동안 준비해왔다”며 “3월 대구, 8월 서울에서도 부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바로 피드백을 받으니 부족한 점이 더 분명히 보인다”며 웃었다. 행사장을 찾은 글로벌 브랜드 바이어들의 발걸음도 분주했다. 파타고니아, 룰루레몬, 버버리, 팀버랜드, 데상트 등 19개국 106개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담은 물론 ‘섬유 산지 시찰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실제 수출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지역 업체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상웅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은 “이번 PID를 계기로 지역 섬유패션 산업을 친환경·AI 기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도 “대구 섬유산업의 저력에 첨단 기술을 더해 미래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국힘 ‘절윤’ 포기·침묵 행진 헛발질···장동혁 리더십 도마에

더불어민주당의 ‘사법 3법(법왜곡죄 신설·재판소원 도입·대법관 증원)’ 처리에 반발해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섰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둘러싼 당내 노선 갈등이 이어지면서 투쟁 동력이 분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들은 4일 장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차례로 면담한 뒤 당 지도부와의 노선 차이를 인정하고 공개적인 ‘절윤’ 요구를 중단하기로 했다.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및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을 요청했지만, 방법론과 전략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노선 결정 권한은 지도부에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장 대표는 “권한과 책임은 내 문제이니 지방선거에 대한 최종 정치적 책임은 내가 질 수밖에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안과 미래’가 제안했던 의원총회 비밀투표는 지도부가 수용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당 안팎에서는 표면적으로 갈등이 봉합된 모양새지만 노선 차이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이견 속에서 진행된 대여 장외투쟁 역시 기대만큼 주목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전날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3시간가량 도보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사전에 집회 신고를 하지 못해 인도를 따라 걷는 ‘침묵 행진’으로 전락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청와대를 향한 항의 방문 자체가 어설펐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현장에서는 일부 강성 지지층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윤 어게인’을 외치는 모습이 부각되면서 ‘사법개편 반대’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외투쟁뿐만 아니라 당내 주요 현안인 ‘행정통합’과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엇박자가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단상에 오른 장 대표는 “민주당은 지역까지 갈라치고 있다”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부산·경남, 충남·대전 등 다른 지역에서는 통합 속도와 방식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당내에서조차 일관된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선거 체제 전환 과정에서는 공천을 총괄하는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현직 단체장들의 예비후보 등록을 연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지방선거를 90여 일 앞두고 내부 노선 갈등, 지역 현안 혼선, 공천 마찰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장동혁 지도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지지층 결집과 중도 확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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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공백 넘어 다시 잇는 문예지 ‘호미곶’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해바다 호미곶. 그 기운을 품고 한동안 멈춰 있던 문학의 숨결이 다시 살아났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포항지역 국어국문과에서 발간하던 문예지 ‘호미곶’이 2013년 5호 이후 12년 만에 6호를 세상에 내놓으며 끊겼던 전통을 다시 이었다. ‘호미곶’ 문집은 2009년 창간호를 시작으로 2013년 5호까지 발간되며 지역 학우들의 문학적 열정을 담아냈다. 일과 가정,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여건 속에서도 틈틈이 써 내려간 시와 수필, 단편들은 배움에 대한 갈증과 삶의 온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한때 경상북도 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으며 활발히 이어졌으나, 여러 사정이 겹치며 발간이 중단됐다. 현재 방송대는 학위 취득보다 자기계발과 평생학습을 목적으로 등록하는 학습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지원 학생 수는 감소 추세에 있어 학과 활동과 학회 운영에 어려움이 따르는 게 현실이다. 국문과 역시 선배들이 일궈 온 전통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재학생들이 뜻을 모았다. 학우는 물론 동문 선후배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 원고를 청했고, 선배들 또한 바쁜 일상 속에서도 기꺼이 글을 보탰다. 그렇게 모인 원고들이 한 권의 문집으로 묶였고, 지난해 12월, 창간호를 발간한 동문 김두섭을 비롯한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여 ‘호미곶’ 6호 발간식과 국문인의 밤을 열었다. 서울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참석한 이호권 지도교수는 현장에서 격려를 전하며 재학생들에게 든든한 힘이 됐다. 이번 6호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목소리가 담겼다. 사회 경험이 녹아있는 중장년 학우의 사색적인 수필과 오랜 꿈을 다시 붙잡은 만학도의 시, 지역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 단편 등이 담겼다. 단순한 작품집을 넘어 세대를 잇는 기록이라는 평가다. 총 200부가 제작돼 학우와 동문 선후배 그리고 2026년 포항지역 국문과 신입생들에게 배포됐다. 김일산 학회장은 “이번 문집 발간은 ‘재개’가 아니라, 앞으로의 열정을 다시 밝히는 출발”이라며 “선배들이 지켜온 전통을 이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예지 발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원고 수집부터 교정, 편집, 디자인, 인쇄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자발적인 참여와 회비, 작은 후원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들이 펜을 다시 든 이유는 선배들의 전통을 잇고, 감성이 통하는 사람들과 서로의 언어를 나누기 위해서다.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학습자들이 모이는 방송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공동체다. 그 안에서 피어나는 문학 활동은 개인의 성장을 넘어 지역 문화의 활성화에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 ‘호미곶’이 이를 보여준다. 한 권의 문예지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다시 글을 쓰게 하는 용기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잊고 지냈던 꿈을 떠올리게 하는 불씨가 된다. 무엇보다 함께 읽고 공감하는 경험은 삶을 한층 더 충만하게 만든다. 이는 곧 지역사회의 작은 자산이 된다. 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마음일 것이다. 12년의 공백을 넘어 다시 이어진 ‘호미곶’의 전통이 또 한 번 중단이 아닌 지속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 결단이 지역 문화의 또 다른 씨앗으로 싹을 틔웠다. ‘호미곶’의 맥이 더는 멈추지 않고 오래도록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눈을 눈으로만 바라볼 수 있게 된 날

몇 일 전, 몇 년 만인지 대구에도 반가운 눈이 내렸다.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로 가던 중, 비틀걸음으로 앞자리에 앉으신 할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눈이 와서 길도 미끄럽고 참 불편한데도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네. 내가 우습지요?” “아니요. 저도 눈이 오니까 아이처럼 좋네요.” 수줍게 건네는 말씀에 내 얼굴에도 실실 웃음이 번졌다. 버스에 오르기 전, 이미 휴대폰 가득 눈 내리는 거리의 풍경을 담아둔 터였다. 할머니의 웃음은 그저 눈이 주는 설렘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그 순수한 반가움이 우리를 잠시 동심으로 데려다준 듯했다. 사실 저녁 모임을 마치고 청송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아침부터 하늘이 희뿌연 것이 예사롭지 않아 아들과 함께 “꼭 눈 올 날씨 같다”라며 걱정을 했다. 눈이 내리면 밤늦게 운전하기가 쉽지 않을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에 베란다 밖을 보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시내 운전조차 버거운 상황이라 결국 청송 가는 것은 포기했다. 약속 장소까지도 버스를 타고 가려고 한 시간 일찍 집을 나섰다. 길은 녹은 눈으로 질퍽하였지만, 하얗게 채색되는 주변을 보노라니 마음은 오히려 들떴다. 우산을 쓰는 둥 마는 둥 아파트 주변의 눈 풍경을 담기에 바빴다. 점점 더 거세지는 눈발에도 버스는 거침없이 달렸다. 밤이 되면 이 설경을 못 볼까 아쉬워 달리는 차 창밖을 부지런히 살폈다. 주변 산은 이미 완전한 백색이었다. 정류장에 내려 걷다 보니 신발 속으로 차가운 물이 스며들었지만, 발바닥에 닿는 푹신한 눈의 느낌이 오히려 즐거웠다. 가지마다 하얀 꽃을 피운 나무들을 보며 연신 동영상을 찍고 사진을 남겼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아직 한 시간이나 여유가 있었다. 다행히 근처에 작은 공원이 있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푹푹 내 발자국을 새기며 걷노라니, 오랜만에 아무런 근심 없이 자유로워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눈길을 걷다 보니, 문득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시절의 나는 너무 빨리 철이 들어버린 아이였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이 버거웠던 시절,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막노동하시던 아버지는 공치는 날이었다. 눈이 오면 어른들 걱정하는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눈싸움하며 뒹구는 동네 아이들 틈에 끼고 싶은 속마음을 누르고, 어른처럼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나이가 들면서 눈 오는 날은 내게 줄곧 불편한 날이 되었다. 농부의 아내로 사는 지금도 여전히 날씨엔 민감하다. 줄기차게 내리는 장맛비나 농작물이 기지개를 켜는 3, 4월에 느닷없이 내리는 눈은 반갑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겨울 눈은 대지를 적셔 이듬해 농사를 돕는 귀한 선물이라는 것을. 운전이 조금 불편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고, 조금 늦게 움직이면 그만이다. 온통 하얘진 세상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좋다. 동심을 잃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나지막이 위로를 보낸다. 불편한 걱정들은 모두 눈 아래 묻어두고, 나는 지금 대구의 이 귀한 눈을 온전히 반기고 있다. /손정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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