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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 함께 ‘모두의 놀이터’서 놀자

경북도와 봉화군이 조성한 새로운 형태의 공공 놀이공간 ‘모두의 놀이터’가 지난 15일 봉화군 내성리 축제광장 일원에서 문을 열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설계에 참여해 만든 지역 맞춤형 놀이터로, 저출생 문제를 지역에서부터 풀어가려는 경북도의 정책 실험이 실제 공간으로 구현된 첫 사례다. 이 사업은 경북도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저출생 대전환 150대 실행과제’ 중 핵심 프로젝트로, 총 30억 원이 투입됐다. 지난달 완공된 놀이터는 이름 그대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무장애 공간이다. 놀이시설에 휴식·체험·커뮤니티 기능을 더해 어린이부터 노약자까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무엇보다 이번 놀이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획부터 감리까지 아이들과 지역 주민의 참여로 진행된 점이다. 단순히 어른들이 만들어준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직접 의견으로 제시하고 구조와 디자인에 반영해 ‘아이 주도형 공공시설’로 완성됐다. 봉화 시니어클럽과 연계한 어르신 ‘놀이활동가’ 참여 프로그램도 준비되고 있다. 세대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구조를 더해, 놀이터가 지역의 소통 거점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김병곤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아이와 주민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세대 공감형 문화관광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저출생 극복과 지역 관광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금강송 숲길·왕피천·해파랑길…몸과 마음이 쉬는 길들

동해선 개통 이후 울진군이 걷기 여행과 자연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바다, 숲, 계곡을 잇는 다양한 코스가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동해선 열차가 후포 역에 닿자 차창 밖으로 짙은 바다색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닷바람은 짭조름했고, 철도 개통 이후 가까워진 울진은 ‘멀리 있어서 한적한 도시’에서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고요한 도시’로 변해 있었다. 역을 나서는 순간부터 울진의 걷기 여행은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금강소나무숲길에서는 숲이 먼저 속도를 조절한다. 500년 금강송이 하늘을 향해 곧게 서 있고, 바람이 스치면 잎이 은빛으로 흔들린다. 해설사는 “여긴 숲의 호흡에 맞춰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걷는 이들의 발걸음은 점차 느려지고, 말수도 줄었다. 숲은 그렇게 사람을 고요하게 만든다. 왕피천 생태탐방로에 들어서면 분위기는 한층 깊어진다. 투명한 물길과 손대지 않은 숲은 울진의 원시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불영사 쪽으로 이어지는 구간에는 물소리와 새소리만 남아, 여행자는 자연과의 거리만큼 일상과의 거리도 멀어진다. ‘자연이 주도하는 여행’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해파랑길로 내려오면 풍경은 다시 탁 트인다. 후포항에서 죽변항까지 이어지는 해안 길은 평탄해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넓은 수평선과 파도 소리, 해안가의 잔잔한 공기가 마음을 비우게 한다. 길 위에서 사람들의 표정이 가장 밝아지는 구간이기도 하다. 덕구계곡은 울진 걷기의 마지막 장면처럼 편안하다. 계곡수를 따라 걷다 자연 용출 온천에 다다르면 쌓인 피로가 느껴지기도 전에 풀려버린다. 숲은 속도를 늦추고, 바다는 생각을 비우며, 계곡은 몸을 이완시킨다. 그래서 울진의 가을은 걷는 것만으로 이미 완성된 여행이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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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참으로 억울한 이름이다. 개망초라니. 이 순한 얼굴에 ‘개’자를 붙인 것도 모자라, ‘망할 망(亡)’ 자까지 덤으로 얹었다. 누가 봐도, 이건 꽃에게 붙이는 이름이라기보다 저주에 가깝다. 그런데 이게 우리 주변 어디에나 흔히 피어 있는 꽃이다. 도심 화단, 아스팔트 틈새, 고속도로 옆, 밭두렁···. 심지어 버려진 집 마당에서도 활짝 웃고 있다. 귀여운 얼굴에 노란 동그라미 하나 톡 찍힌 모습은 계란프라이를 닮았고, 티 없이 맑은 미소는 동네 꼬마가 “안녕하세요~” 하고 손 흔드는 듯하다. 이런 꽃을 두고 ‘개망초’라니. 누가 이름 짓다가 술김에 그랬는지, 참 짓궂기도 하다. 그 억울한 유래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아메리카에서 철도 침목에 실려 온 이 꽃. 한국 땅에 무단 입국한 건 맞지만, 처음부터 그런 비운의 이름을 달 생각은 없었을 거다. 그런데 철로를 따라 일제히 하얗게 피어나자 일본인들이 잔뜩 겁을 먹었다. “이거 조선이 살아나려고 그러나?”가 아니라, “조선이 망할 조짐이다!”라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망초(亡草)’가 되었고, ‘개’까지 덧붙여 ‘개망초’로 진급했다. 꽃으로는 처음일 거다. 무슨 중죄라도 진 양 이름을 달게 된 건. 젊은 시절, 강원도 인제 원통에서 군 복무를 했다. 낮에는 총 들고 뛰고, 밤엔 보초 서며 졸음을 쫓았다. 그러다 문득 초소 앞 언덕에 핀 개망초를 보곤 했다. 하얀 꽃들이 밤안개 속에 소금 뿌린 듯 깔려 있었다. 혼자 피었을 땐 눈에 띄지 않던 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으니 제법 위엄도 있었다. 그 하얀 군락을 보며 가끔 나도 모르게 중얼댔다. “야, 너희도 잠 안 자냐?” 그런데 그런 애잔한 기억의 꽃이 ‘망조’라니. 일제가 이 꽃을 싫어한 이유는 아마도 뭉쳐 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망초처럼 조선 사람들이 똘똘 뭉치면 자기들이 곤란하니까, ‘이 꽃 피면 망조’라고 겁부터 먹은 게 아닐까. 꽃에 주술적 의미를 씌운 것도 모자라, ‘개’ 자까지 붙여 기를 꺾으려 했던 것이다. 도무지 일제는 꽃 이름 하나 지을 때도 집요하고 옹졸했다. 그러나 “이제 이름 좀 바꿔줘야 하지 않겠나?” 망할 망(亡) 자 대신 바랄 망(望) 자로 바꾸면 어떨까? 그리고 그 앞에 ‘기쁠 희(喜)’ 자까지 얹어 ‘희망초(喜望草)’! 듣기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어딘가 힘이 솟는 이름이다. 개망초가 아니라 ‘희망초’라면, 길가에 피어 있어도 사람들 눈빛부터 달라질 것이다. 생각해보면, 개망초야말로 희망의 꽃이다. 화단에서 사치스럽게 가꿔지지도 않고, 비료 한 톨 못 받아도 꿋꿋하게 자란다. 아스팔트 틈바구니에서조차 굳센 생명력으로 꽃을 피운다. ‘개’ 소리 듣고도 주눅 들지 않고, ‘망조’란 이름 붙여도 매년 잊지 않고 돌아온다. 이런 꽃이야말로,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이름 때문에, 환경 때문에 주눅 들고 억울한 삶을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이름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살아가는 방식이, 뿌리를 내린 태도가 진짜 그 사람이다. 개망초도 마찬가지다. 이름은 억울해도, 살아가는 모습은 당당하고 곧다. 그래서 올해는 화분 하나에 망초를 심고, 이름표를 붙여줄 생각이다. “희망초 – 기쁨을 바라는 꽃.” 보는 이마다 궁금해할 것이다. “이 꽃이 무슨 꽃이에요?” 그러면 나는 웃으며 대답할 것이다. “옛날엔 개망초였는데, 요즘은 희망초라고 불러요. 시대도 바뀌었잖아요?” /방종현 시민기자

대구 달서은빛합창단, 인생의 선율로 감동을 노래하다

대구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관장 김진홍) 소속 달서은빛합창단(단장 최윤서)은 지난 13일 달서아트센터 청룡홀에서 제2회 정기공연을 열었다. 이날 공연에는 450여 명의 주민 등이 참석해 합창단의 노래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깊어가는 가을 분위기를 즐겼다. 달서은빛합창단은 2024년 5월 창단된 평균 연령 70세의 합창단이다. 하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어느 청춘 못지않다. 남녀 혼성으로 구성된 50여 명의 단원들은 매주 복지관에 모여 노래 연습을 한다. 김유수 지휘자와 표혜창 부지휘자, 반주자 김효경, 트레이너 이성희의 지도 아래, 만들어진 하모니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졌다. 작년 11월 달서아트센터에서 첫 정기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올 5월에는 대구합창연합회가 주관한 ‘광복 80주년 기념 815합창대회’에 참가해 두류공원 팔공기념탑 앞에서 장엄한 합창을 선보였다. 815명의 합창단이 만들어낸 대규모 무대 속에서도 달서은빛합창단의 진심 어린 노랫소리는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또 지난달 3일, 월광수변공원에서 열린 박태준 기념음악회에서는 ‘고향의 봄’과 ‘그리운 금강산’ 등 서정적인 선율을 선보여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인생의 여정이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번 제2회 정기공연에서도 그 감동은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단원들은 흰 셔츠와 은빛 스카프를 매고, ‘청춘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사랑으로’ 등 다양한 곡을 선보였다. 각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축사를 통해 “음악과 노래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힘이 있다. 세월의 깊이와 인생의 이야기가 담긴 여러분의 목소리는 듣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전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최윤서 단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무대는 단원 한 분 한 분이 흘린 땀과 미소, 그리고 인생의 이야기가 모여 이룬 결실이다. 우리의 노래에는 젊은 날의 꿈과 지나온 세월에 대한 감사, 그리고 지금 함께 살아가는 사랑이 담겨 있다.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든 이 노래가 여러분의 마음속에 따뜻한 울림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홍 관장은 “달서은빛합창단이 은빛 세대의 문화와 예술을 선도하며 지역사회에 감동을 전하는 자랑스러운 합창단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은빛 세대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달서은빛합창단의 무대는 단순한 음악회가 아니었다. 그것은 노래로 이어진 세대의 공감이자, 인생의 아름다움을 다시 노래하는 시간이었다. 무대를 마친 뒤에도 청룡홀 안에는 여운이 오래 남았다. 관객들은 “은빛의 목소리가 오히려 청춘처럼 빛났다”며 박수로 화답했다. /방종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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