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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알루미늄 캔 수거율 96%에도 고부가 재활용은 후퇴

국내 폐알루미늄 캔 수거율이 96%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재활용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제는 그저 수거량 확대에 초점을 맞춘 현행 제도에서 벗어나, 품질과 용도를 고려한 ‘질적 순환경제’로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한국환경정책학회와 한국산업생태학회, 충북대 순환경제융합인재양성센터는 9일 오송 세종컨퍼런스센터에서 ‘알루미늄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폐알루미늄 재활용 구조의 한계와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첫 발제에 나선 권재원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특임교수는 “국내 알루미늄 캔 수거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동일 용도로 다시 사용하는 ‘캔 투 캔(Can-to-Can)’ 재활용 비율은 2021년 33%에서 2023년 17%로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량 기준으로 재활용 실적을 인정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가 고품질 재활용을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행 EPR 제도는 폐알루미늄 캔을 새 캔으로 재활용하든, 탈산제나 합금제로 다운사이클링하든 동일한 재활용 실적으로 인정한다. 이로 인해 고부가 재자원화보다 저부가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국민 부담금으로 조성된 EPR 지원을 받은 자원이 저가로 해외에 유출돼, 해외 제조사의 원가만 낮춰주는 구조”라며 정책 목표와 산업 효과 간 괴리를 문제로 꼽았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확대 국면에서 알루미늄이 주요 규제 대상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국가 차원의 전략적 관리 체계가 부재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주요국들이 알루미늄 스크랩을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고 수출을 제한하는 추세와 대비된다는 것이다. 김도원 충북대 교수는 “국내 알루미늄 재활용은 양적 성과는 냈지만, 질적 재자원화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EU의 에코디자인 규정(ESPR), 디지털 제품 여권(DPP) 등 국제 규제 흐름에 대응하려면 재생 원료 사용 확대와 함께 품질·추적·인증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에서는 정부·학계·산업계가 알루미늄 순환경제를 환경 정책을 넘어 산업·통상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맹학균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재활용 용도에 따른 지원금 차등화와 재생 원료 사용 의무화는 정부도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산업계 측에서는 고부가 재활용 확대를 위해 현장 여건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용도 기반 차등 인센티브(Eco-modulation) 도입 △고부가 재자원화 확대 △수거부터 재활용·수출까지 관리하는 디지털 추적 시스템 구축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수거율 중심의 양적 지표에서 벗어나, 고품질 재생 알루미늄을 국내에서 순환시키는 체계 구축이 자원 안보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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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커피 명가 “오래된 것은 향이 더 깊다”

한 자리에서 몇십 년 음식 장사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초심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36년 동안 커피를 내려온 가게가 있다. 포항 죽도시장 가까이 상가들이 어깨를 맞댄 거리에 아담한 양옥 한 채가 얌전히 앉았다. 겨울이라 마른 넝쿨을 울타리에 얹고 ‘아라비카’라는 동그란 명찰을 마당 가에 세워놓지 않았다면 손끝이 매운 주인이 정원을 잘 꾸며 놓은 가정집으로 보일 뿐이다. 입구에 주차 공간이 두 대가 세워지니 꽉 차서, 바로 옆 사설 주차장에 세웠다. 찻집의 뒷모습이 보였다. 예전엔 다른 건물이 있어서 못 보았는데 외벽에 검은빛 돌을 촘촘히 박아 더 예스럽다. 마른 넝쿨이 벽에 붙어 겨울을 난다. 봄부터는 초록으로 변하겠지. 가게로 오르는 계단참에는 ‘미미’라는 이름의 삼색 고양이가 주인처럼 앉았다. 커피색의 털이 커피 향을 오래 맡아 물든 양, 아라비카와 잘 어울렸다. 입구에 고양이 밥그릇 물그릇이 말갛다. 사랑받는 길냥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나무 한 그루가 손님을 맞는다. 커피나무였다. 카운터의 주인장 뒤로 1991년에 카페를 열었다고 명패가 달렸다. 함께 간 하원 선생님에게 비슷한 나이일 거 같다며 웃으신다. “하다 보니 좀 더 좋은 맛을 내려고 커피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원두도 직접 골라서 로스팅하는 법도 배우다 보니 지금껏 하고 있다”고 했다. 실내는 36년 전 처음 찾았을 때 그대로다. 살림집으로 지은 지 10년 된 건물에 유리창만 달아내 가게를 열었다. 그 후 벽지만 가끔 새로 할 뿐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다. 벽지도 다시 찾아온 손님이 생경해하지 않도록 비슷한 분위기로 한다는 말에 아, 이런 것까지 신경을 쓰고 있었구나,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카운터 옆 박스형 코너에는 커피를 드립 하는 남자 그림이 걸렸다. 주인장을 그린 그림 같다고 했더니 서울에 사는 여대생이 잡지에 인터뷰한 모습을 보고 커피로 그림을 그려 보내왔더란다. 마음이 담긴 선물이라 걸어두고 본단다. 그러면서 ‘이 박스가 뭔지 아시죠?’라며 되묻는다. 자세히 보니 지역번호가 표시된 전국 지도가 붙었다. 그제야 기억이 났다. 공중전화 박스였다. 머지않은 과거에 이곳에 줄을 서서 오지 않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8282라고 삐삐를 쳤었다. 공중전화는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없애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어서 우리를 그 기억 속의 그날로 데려간다. 스피커에서 재즈가 흘러 오래된 건물 안으로 번진다. 갈색 진한 커피향기와 잘 어울렸다. 메뉴판을 가져와 펼치니 몇 쪽이나 될 만큼 다양한 커피와 티 종류라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고르느라 한참을 정독했다. 겨울 목감기를 극복한 지 얼마 안 된 나는 유기농진저피어티를, 오후라 카페인에 약한 하원 선생님은 디카페인드립으로 골랐다. 요즈음 대부분의 카페가 손님이 가서 주문하고, 진동벨이 울리면 자리까지 배달하는 것도 손님이며, 먹은 자리 정리까지 손님이 해야 하는 마당에, 이 집은 손님은 마냥 제자리에서 수다만 떨다보면 가져다준다. 연세 지긋한 안주인의 우아한 손놀림이 아주 매력적이다. 안주인이 내려 준 커피 맛도 변함없다. 30대 하원 선생님은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디카페인 커피가 이렇게 맛있으니 커피 종류를 다 맛보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힙한 집을 알려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친구들도 좋아할 거라기에 주변 맛집도 몇 곳 알려주었다. 명승원, 시민제과, 초원통닭···. 메뉴판에 주인장이 궁서체로 깨알같이 써서 따로 붙인 정성에 싱긋 웃음이 난다. 오래된 세월을 마셨다. 경북 포항시 북구 칠성로47번길 11, (054)248-0148. /김순희 시민기자

“살던 집에서 여생 마치는 것이 소원”

2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21%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특히, 농촌 지역은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정도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봉화군 인구의 44%가 65세 이상 노인이며, 인구 감소 지역으로서 청년 유입에 전력을 쏟고 있다. 매일같이 청년 지원 사업이 쏟아지고 있다. 인구 감소 해결 방안으로 귀농과 귀촌 유입을 첫째로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누구를 데려올 것인가에 앞서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년퇴직하고 귀촌을 결심하는 데 걸림돌이 무엇인가? 또한, 귀농하거나 귀촌하여 부부가 여생을 마칠 때까지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사람이 물음표를 던진다. 평생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아온 노인들은 살던 집에서 남은 생을 보내길 원한다. 기대수명은 83.8세, 건강수명은 71.3세로, 10년 이상 돌봄이 필요하다. 혈연 중심의 돌봄이 어려워진 시대적 한계를 인정하고 지역사회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농촌 어르신들은 “요양원에 가지 않고 살던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소원이라며 늘 말하곤 한다. 평생 고된 농사일에 시달린 노인들은 거동이 가능하면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고, 몸이 불편하거나 산골 마을에 홀로 사는 이들은 외로이 노년을 보낸다. IMF 이후 농촌으로 귀농·귀촌 인구가 늘었고, 2000년대 초반 정착한 1세대 귀농·귀촌인이 현재 60~80세로 노년기에 접어들었다.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여기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 할까?”이다. 2010년 귀촌한 70대 부부는 원하던 전원생활을 하던 중 남편이 몇 년 전 갑자기 돌아가셨고 부인은 남편 떠난 빈자리의 외로움을 이겨내며 산골살이를 계속하고 있으나 노년에 여자 혼자 산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한다. 지금 이곳이 너무 좋고 살던 곳에서 계속 살고 싶지만, 여름이면 집주변에 잡초 관리도 안 되고 많은 눈이 내린 겨울이면 여자 혼자 몸으로 눈을 치울 수도 없고 도시로 돌아가야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귀농·귀촌인들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곳에서 전원생활 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힘이 없어진 말년의 시골 생활이 녹록지 않아 다시 옮겨야 하는 현실이다. 지역에 현재 사는 사람이 행복하게 말년을 보내고 여생을 마칠 수 있다면 자연히 찾아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지고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누구를 데려올 것인가보다 이미 살고 있는 지역민과 평생 살아온 노인들이 마음 편히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료·요양·주거·지역·돌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체계 구축이 필요하며, 돌봄을 단순한 복지를 넘어 노인의 삶의 질과 존엄을 지탱할 핵심을 모색해야 한다. 이곳에서 평생 일하다 일상이 어려워지고 가족이 돌보기 어려워지면 원치 않는 요양원에 입소해야 한다. 요양원에 가기 싫어하는 노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존엄과 삶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외로운 여생 끝에 대한 불안을 덜어줄 지역사회의 세심한 정책과 핵심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75세 이후 노인들은 경제적 문제보다 삶의 질, 만족도, 돌봄의 안전성과 존엄을 우선시한다. 전통적 가족 기능이 약화되고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지금, 노인들에게 가장 간절한 소망은 안전한 여생을 보내는 것이다. 돌봄이 단순한 복지 제공을 넘어 안전한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 그리고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한 불안을 해결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농촌을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지역 특성을 반영한 수요 맞춤형 정책과 노인 생활 패턴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행복한 노후를 보장한다면, 인구 감소 완화와 자연스러운 인구 유입이 뒤따르지 않을까? 주민이 살던 곳에서 편안히 여생을 마칠 수 있는 사회라면, 농촌의 지속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류중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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