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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숲, 겨울밤 빛으로 물들다···경북도, 야간 경관조명 설치

경북도가 도청 신도시의 대표 녹지 공간인 천년 숲을 특별한 빛의 숲으로 탈바꿈시켰다. 경북도는 연말연시를 맞아 황톳길과 산책로 일대에 경관조명을 설치해 겨울밤에도 걷기 좋은 야간 산책 명소로 만들었다. 경북도는 겨울철 야외 활동이 줄어드는 시기에도 시민과 방문객이 머물며 걸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천년 숲 산책로에 은하수 조명, 녹색 별빛 오브제, 눈 결정 장식, 눈이 내리는 듯한 스노우폴 조명 등 총 640개의 조명을 설치했다. 스노우폴 조명은 20초 간격으로 점멸되며 숲길에 리듬감을 더해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또 소나무숲 약 150m 구간에는 반딧불이가 깜빡이는 듯한 조명과 청색 계열의 빛이 어우러져 깊은 숲 속에 들어온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따뜻하고 은은한 조명은 숲의 자연스러움과 어우러져 차분하면서도 아늑한 야간 산책로를 만들어낸다. 경관조명은 오는 24일부터 2026년 2월 28일까지 점등된다. 경북도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등 주요 시기에는 점등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더 많은 사람들이 빛의 숲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방문객 반응을 반영해 야간 경관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며, 천년숲을 신도시의 대표 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시킬 예정이다. 배용수 경북도 건설도시국장은 “숲의 자연스러움에 빛을 더해 겨울에도 걷고 싶은 야간 산책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며 “천년숲이 신도시를 대표하는 휴식과 여유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가꿔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은 “겨울밤 숲길이 어둡고 한적했는데, 조명이 설치돼 가족과 함께 산책하기 좋은 공간이 됐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관광객들 역시 “빛과 자연이 어우러진 숲길이 특별한 겨울 추억을 선사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국힘 지방선거기획단 ‘당심 70% 경선룰’ 권고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23일 국회에서 마지막 회의를 열고 내년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룰을 현행 ‘당원 선거인단 투표 50%, 여론조사 50%’에서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로 바꾸는 방안을 당 지도부에 권고했다. 일반 국민 의견을 더 수용해 중도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 것을 감안해 ‘권고’ 형식으로 당 지도부에 일임했다. 이에 따라 장동혁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기획단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은 “(당원투표 대 여론조사 비율을) 7대 3으로 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고, 5대 5 의견도 있었다”며 “그런 소수의견까지 담아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했다”고 밝혔다. 기획단은 지난달 21일 회의에서 당심 반영 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권고하기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 주호영(대구 수성갑) 국회부의장은 “공직선거의 최종 결정자는 당원이 아닌 국민”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고,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서울시 당협위원장들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일부에선 대구·경북(TK) 지역 정당으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나 의원은 지난 15일 ‘지선총괄기획단-전국청년지방의원협의회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좀 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원점 재검토를 시사했지만, 결국 원안을 고수했다. 다만 기획단의 결정 자체는 구속력이 없다. 경선룰은 최고위원회의와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정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 대표는 당심 반영 비중을 지역별로 달리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의원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기획단은 ‘청년에게 열린 공천’을 위해 가산점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35세 이하는 득표율의 60%, 35∼40세는 득표율의 50%, 40∼45세는 득표율의 40%를 가산점으로 부여하기로 했다. 청년·여성의 광역·기초의원 의무 공천, 하향지원 원천 배제,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 중 3선 이상 지원자에 대한 감산 등을 적용한다. 성범죄와 아동·청소년 상대 범죄 이력이 있는 이들은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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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묵 사려어~~”···'까묵까묵'한 그리움의 한 조각

메밀묵 사려어~~ 묵 먹을래? 친정에서 연락이 왔다. 힘들게 뭐 하러 묵을 쒔냐 했더니 친구분이 메밀묵을 쒀서 나눈 것을 내게 또 나누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양념장까지 만들어 완벽한 세트였다. 단단하고 간이 딱 맞아 겨울밤 훌륭한 간식이었다. 요즘에는 들리지 않지만, 어린 시절 겨울밤이면 “메밀묵 사려어~ 찹쌀떠억!” 골목길에 울리던 소리다. 하지만 부모님이 뛰어나가 사 오신 적이 없다. 묵은 만들어 먹는 것이지 사 먹는 게 아니라고 했다. 안동에서는 설에 메밀묵 많이 해 먹었다. 친구 인숙이네 할매는 시골 밭에 항상 메밀을 심으셨다. 그 밭을 집터로 샀다가 안 짓는 바람에 땅이 척박하니까 메밀을 심으셨다고. 놋 양푼에 한가득 만들어서 추운 설날에 식혜랑 메밀묵이랑 콩인지(강정)랑 항상 먹었다. 양념장에 참기름을 듬뿍 넣어서 묵 위에 한 숟갈 얹어서 숟가락으로 잘라서 먹었다. 그 메밀 향 가득한 맛! 그리고 그땐 멸칫국물이 어딨었나, 물에 김치 쫑쫑 썰어 넣고 백솥에 끓여서 마지막에 메밀묵 두껍게 채 썰어서 시원하게 먹던 그 묵사발도 아주 맛났다. 인숙이가 결혼하고 몇 해는 설에 가면 항상 싸주셔서 귀한 줄도 모르고 먹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아주 사무치는 그리움의 한 조각이 되었단다. 고향 떠나 태안 살 때 동네에서 겨울이면 가끔 두부며 메밀묵 팔던 할머니가 계셔서 사 먹어 봤는데 기름을 한 숟갈 넣는다는데 그 향긋하고 깔끔한 메밀묵 맛이 아니더라며 묵 이야기에 엄마 보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메밀묵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비율이 중요하다. 냄비에 메밀가루 1컵에 물 4컵을 넣어서 가루가 뭉치지 않게 잘 저어서 섞어준다. 물의 양이 많으면 묵이 물러지고 적으면 딱딱하고 푸석해진다. 파는 가루 중에 메밀 함량이 낮은 가루는 묵이 안 된다. 중불로 바닥에 눋지 않게 저어가면서 끓여준다. 다 끓였다고 바로 식혀버리는데 이게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겉만 굳고 속은 흐물거리게 된다. 뚜껑을 덮고 10분 정도 뜸을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꼭 거쳐야 쫀득하고 탱글탱글한 묵이 완성된다. 다 익은 메밀묵을 그릇에 부어서 냉장고에 넣어 2~3시간 식혀준다. 이런 복잡한 과정이 까다롭다면 맛집을 찾아가면 된다. 자명에 안동식으로 묵을 만들어 묵밥, 묵비빔밥, 묵한접시, 여기에 연잎밥까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집이 있다. 가게 이름이 메밀꽃이라 정직하다. 토요일 오후 2시에 도착하니 조용했다. 혹시 브레이크타임인가 싶어 여쭈니 평일에는 오후 3시~5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지만 주말엔 쉬는 시간이 따로 없고 손님이 오시면 대접한다고 했다. 묵밥+연잎밥 세트와 묵비빔밥을 주문하고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손님이 우리뿐이라 벽에 걸린 민화와 창가의 다육이 구경도 하고 1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장사한 사장님의 이야기도 엿들었다. 그러는 동안 작은 김치전 두 장이 접시에 담겨 나왔다. 늦은 점심이라 맛있게 해치웠다. 묵밥은 따뜻한 국물이었고, 비빔밥은 정갈하게 새싹 등으로 꾸민 꽃밭 같았다. 함께 나온 공기밥은 노란색을 띠어 무엇을 넣어서 밥을 했냐고 물으니 치자 물이라고 했다. 묵을 먹다가 나중에 밥도 말아 먹었다. 연잎밥은 찰기가 돌아 든든했다. 반찬으로 삼색나물과 각종 장아찌까지 함께 먹으니, 입이 깔끔해져 끝까지 맛있었다. 묵 한 접시는 집에 돌아와 늦은 밤 간식으로 엄마 친구분 솜씨로 채웠다. 지난가을에 통도사 메밀밭에서 ‘산허리는 왼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혀 하얬었다.’라는 구절을 되뇌었었다. 오늘 밤 또 읊어 본다. 메밀꽃: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자명로 302, 전화 (054)277-5922. /김순희 시민기자

의성 성냥공장에서 열린 김진우 기획전 ‘진화의 불씨’

의성군 의성읍에는 한때 지역 경제를 떠받쳤던 성냥공장이 있다. 1954년 문을 연 ‘성광성냥공업사’다. 1970년대 전성기에는 하루 1만5000갑의 성냥을 생산하며 연 매출 6억 원 이상을 기록했고, 공장 직원만 162명에 달했다. 마을 인력만으로는 일손이 부족해 단촌과 안동 일직까지 통근버스를 운행할 정도로, 성광성냥공업사는 의성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이었다. 성광성냥공업사는 2013년 5월에 경상북도 산업유산 향토뿌리기업으로 지정되었으나 성냥 산업 쇠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그해 11월 휴업을 하게 된다. 2013년 영업이 끝날 때까지 성광성냥공업사는 우리나라의 마지막 성냥 생산 공장이었다. 이후 고(故) 손진국 대표가 토지, 공장 건물 13개 동과 기계, 설비를 의성군에 기증하고 폐업하게 된다. 현재 이곳은 의성군이 부지를 매입해 ‘의성성냥공장 문화재생사업’을 추진 중이며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2025년 12월 현재 ‘산업의 기억이 고요히 잠든 공간’에서 불씨의 잔향을 발견한 김진우 작가의 전시 ‘진화의 불씨’가 열리고 있다. 성냥공장은 폐업 이후에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고 손진국 대표의 명패가 놓인 책상이 있고 폐공장엔 아직 성냥 머리를 얻지 못한 나뭇개비가 잔뜩 쌓여있고 각종 기계와 공구가 있다. 축목에 두약을 찍고 건조하던 ‘윤전기’는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성냥 제조 기계로, 근현대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이 모든 사물은 작품의 배경이 되고 함께 조화를 이룬다. 철, 스테인리스스틸, LED, 우레탄, 에나멜 등의 재료로 완성한 설치 작품은 상징성을 더한다. 사라진 산업의 흔적을 탐사하고 불씨의 진화를 시각화한 ‘의성탐사선’과 ‘성냥나무’가 그것이다. 드로잉과 설계도면은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성냥공장의 기계 부품인 볼트, 너트, 용수철과 빗자루, 망치, 낫, 톱, 드릴, 타커 등에 성냥개비에 두약을 입히듯 노랑 페인트를 입힌 오브제가 눈길을 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너머로 까마귀 소리가 들리고 폐공장 전시장 안 프레스, 밀링, 공갑기 사이의 다양한 오브제는 명랑한 기운을 뿜어낸다. 이 작품 ‘진화의 불씨’는 작가가 많이 고민하고 마지막에 현장에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시간이 퇴적된 공간에 예술의 두약이 입혀지니 낡고, 깊고 그윽한 멋이 난다. ‘안전제일’ 문구가 남아 있는 공장 벽면에는 미디어 아트가 상영되고 지붕에는 18미터 높이의 ‘성냥나무’가 우뚝 서 있다. 성냥개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김진우 작가는 전시 설명을 통해 “공장 건축물의 흔적과 나무 형상이 만나 산업의 기호가 생명의 상징으로 재구성되었다”며 “불을 만들기 위해 잘려 나간 나무가 이제는 스스로 불씨를 품은 생명으로 되살아난다”고 말했다. 설치미술가이자 엔지니어인 김진우 작가는 폐공장에서 온기와 미래, 생명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전시는 ‘The Spark of Evolution’ 즉, 진화(鎭火)가 아닌 진화(進化)의 의미를 뜻한다. 산불로 침체된 지역에 희망의 불씨를 점화한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10일까지 계속된다. /백소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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