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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 시세 한 달 새 15% 급락⋯대구 교동 귀금속 거리 ‘찬바람’

중동 전쟁이라는 초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금값이 이례적인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 대구 지역 귀금속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25일 오후 대구 중구 교동 귀금속 거리(패션주얼리특구)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평소라면 예물과 투자용 골드바를 찾는 이들로 붐빌 시간이지만, 상점 대다수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진열장 위 금반지와 목걸이는 빛나고 있었지만, 상담석에 앉은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황해범 대구패션주얼리특구상인회장은 “전쟁이 터지면 금값이 오른다는 공식이 이번에는 완전히 빗나갔다”며 “금값이 더 내릴 것이라는 심리가 퍼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최저점을 기다리고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 순도 99.99% 금 1kg 기준 가격은 이날 오전 10시 11분 현재 1g당 21만 9980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4% 넘게 반등했지만, 이란과의 전쟁 발발 이전인 지난달 27일(23만9300원) 대비 여전히 8% 이상 낮은 수준이다. 국제 금값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온스당 5000달러를 웃돌던 금 가격은 최근 4300달러 선까지 밀렸다가 소폭 반등했지만, 전쟁 전 대비 15% 이상 하락했다. 금 선물 가격도 한 달 사이 13% 넘게 빠졌다. 통상 전쟁이나 금융위기 같은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값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금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금리 상승 기대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수록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투자자들의 현금 확보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수익이 난 금을 먼저 팔아 주식·채권 손실을 메우는 ‘차익 실현’이 이어지면서 금값을 끌어내렸다. 전문가들은 현재 금 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금리와 유동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금값은 초기 상승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바 있다. 김성숙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금값 하락은 달러 강세까지 겹치며 달러로 결제되는 금의 실질 구매 부담이 커졌고,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수익이 난 금을 먼저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는 유동성 수요도 하락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동 전쟁의 전개 양상도 중요하지만, 결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오지 않는 한 금값의 반등 동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차량 5부제 공공부문 시행⋯민간 확대는 향후 검토

정부가 에너지 절감과 교통 수요 분산을 위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차량 5부제를 전격 시행했다. 공공기관 의무 적용은 2011년 이후 15년 만으로, 향후 민간 부문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5일 0시부터 시행된 이번 조치는 대구를 포함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등 약 2만여 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차량 5부제는 차량 번호판 끝자리를 기준으로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월요일은 1·6번, 화요일은 2·7번, 수요일은 3·8번, 목요일은 4·9번, 금요일은 5·0번 차량의 운행이 제한된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민간 부문은 자율 참여를 원칙으로 하되, 정부는 향후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3단계로 격상될 경우 의무 적용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민간까지 확대될 경우 이는 1991년 걸프전 이후 35년 만의 조치가 된다. 시행 첫날 현장에서는 일부 혼선이 발생했다. 공공기관을 방문하는 민원인은 적용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관에서는 차량 진입이 제한돼 불편을 겪었다. 특히 무인 주차장의 경우 번호판 인식 시스템이 방문 차량을 ‘부재 차량’으로 오인해 진입을 막는 사례도 나타났다. 또 일부 민원인들은 차량 5부제 시행에 대해 알지못해 주차장 입구 안내판만 보고 차를 돌리는 경우도 많았다. 대구법원을 찾은 한 민원인은 “차량 5부제가 시행되는 줄 몰랐다가 주차장 입구에 붙은 안내판을 보고 차를 돌렸다”며 “공공기관에 적용한다길래 관공서 주차장을 이용하는 차량들 모두가 5부제 적용을 받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현재 차량 5부제는 공공기관 직원들만 해당되는 조치이다. 이날 일부 기관에서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5부제 이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도 포착됐다. 대구시청 산격청사 주차장에는 운행 제한 대상인 차량이 그대로 주차된 사례도 확인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행 첫 날이다보니 적지 않은 착오가 있었다”면서 “무인 시스템의 경우 직원 차량에 대해서만 통제를 해야하는데 각 기관마다 시스템이 달라 일부 일반 시민들의 불편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부는 공공부문 시행을 계기로 대기업 등 민간 부문의 참여를 유도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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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제산 대골 계곡에 핀 청노루귀, 봄을 알리는 작은 기적

춘분이 지나니 봄기운이 공기처럼 스며든다. 청노루귀를 만나기에 다소 늦은 시기지만, 아직 남아 있기를 기대하며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에 위치한 운제산 대골 계곡으로 향한다. 대골로 이어지는 오어지 둘레길은 이미 봄기운 가득하다. 잎보다 꽃을 먼저 내민 진달래가 흐드러지고, 물 오른 버드나무는 가지마다 연둣빛 숨결이 드리운다. 대지가 기지개를 켜자 겨우내 갇혀 있던 색들이 한꺼번에 풀려난다. 계곡에 들어서니 꽃잎을 활짝 열고 나비와 벌을 기다리는 청노루귀가 눈에 들어온다. 군락을 이룬 모습이다. 청노루귀는 노루귀 가운데 청색을 띠는 개체를 일컫는 애칭으로, 흰색, 분홍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나기가 힘들다. 정식 명칭은 노루귀(청색)이다. 하늘거리는 청색 꽃잎은 낙엽이 쌓인 무채색 계곡과 대비를 이루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카메라 대신 스마트폰을 들이민다. 숨을 고른 뒤 셔터를 누르니 심장이 가볍게 뛴다. 노루귀라는 이름은 꽃이 아닌 잎에서 유래한다. 꽃이 진 뒤 올라오는 잎의 모양이 노루 귀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예로부터 ‘너무 아름다워 노루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소박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주는 꽃이다. 봄꽃의 개화 기간은 짧다. 벌과 나비 등 곤충의 활동이 활발해 수분(受粉)이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가을에는 곤충의 수가 줄어들어 더 오랜 시간 꽃잎을 열어두고 수분을 기다린다. 같은 꽃이라도 계절에 따라 생존방식이 달라지는 점이 흥미롭다. 이 밖에도 봄의 산과 들에는 다양한 이야기를 지닌 식물들이 자란다. 원추리는 ‘노루서리’ 또는 ‘망우초’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노루가 서리하듯 싹을 뜯어 먹는 모습에서 유래되고, 근심을 잊게 할 만큼 꽃이 아름답다는 의미를 담는다. 민들레는 토종끼리만 교배하는 특징을 지녀 경주시 문무대왕면 감은사지 일대에서는 아이보리 빛 민들레를 만날 수 있다. 토종 노랑 민들레와 하얀 민들레가 자연 교배해 만들어 낸 색으로, 외래종과는 절대 교배하지 않는다. 산수유와 생강나무는 노란 꽃이 비슷해 구분이 어렵다. 그러나 생강나무는 산에서 자생하는 토종 나무이고, 산수유는 원산지가 중국으로 민가 주변에서 약초를 위해 재배를 한다. 말하자면 산에서 만나는 노란 꽃은 생강나무이고 마을이나 밭 주변에서 만나는 노란 꽃은 산수유일 가능성이 높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맑은 봄날, 대골 계곡에서 만났던 청노루귀와 복수초, 꿩의 바람꽃 등은 자연이 전하는 작은 기적과도 같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뒤에는 아쉬움도 남는다. 계곡 곳곳에 무더기로 사라진 흔적이 보인다. 일부 방문객들이 사진 촬영 후 꽃을 훼손하거나 채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은 꽃 한 송이를 꺾는 행동이 결국 그 지역의 봄 풍경 전체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야생초를 비롯해 산림 내 식물 채취는 법적으로 제한되며, 상황에 따라 처벌대상이 된다. 자연을 찾는 이들이 ‘눈으로만 즐기는’ 성숙한 관람 문화를 지킬 때, 비로소 앙증맞은 봄의 기적은 오래 이어질 수 있다. 봄이 한창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걸음을 늦추고 주변을 바라보면, 봄은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운제산의 대골 계곡에서 마주한 청노루귀처럼, 우리가 지켜야 할 봄은 그렇게 조용히 피어나고 있다. /박귀상 시민기자

어머님의 유턴

병실 문을 열자마자 어머님과 눈이 마주쳤다. 심전도 센서를 단 손을 거칠게 휘저으며 눈을 감아버리신다. “어머님, 눈 좀 뜨고 말씀해 보세요. 손자도 왔어요.” 그제야 눈을 번쩍 뜨시지만, 이내 나가라고 손사래를 치신다. “내가 병원에 온 거냐, 죽으러 온 거냐. 나를 여기 버려두고 잠이 오더냐.” 잠시 숨을 고른 뒤, 낮은 목소리가 이어진다. “집에는 언제 갈꼬. 갈 수는 있을꼬.” 오늘도 일 마치고 씻지도 않고 달려온 우리는 어머님의 모습에 힘이 빠진다. 아흔셋의 시어머니는 열한 살에 돌림병으로 온 가족을 잃었다. 거죽데기에 싸여 나갔던 동생이 시신 더미 속에서 기어 나와 둘만 살아남았다. 자매는 친척 집 식모살이로 흩어졌다가 오십이 넘어서야 다시 만났다. 그 모진 풍파를 겪고도 어머니는 늘 웃는 낯이었다. 그렇게 버티며 살아온 분이었다. 입담 좋던 분이 코로나 시기 고립을 견디지 못해 시골로 오셨다. 시골에서 어머님의 일상은 단조로웠다. 바깥출입은 우리 집을 오가는 정도였다. 재작년 여름, 사고가 터졌다. 다리가 불편해 집안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다니셨는데 잠깐 순간에 콘크리트 바닥에 꼬꾸라졌다. 고관절이 부러졌다. 한창 과수원 일로 바쁠 때였지만 매일 병원에 오가야 했다. 자두밭에 응애가 퍼져 그해 농사를 망쳤다. 수습하느라 병문안이 뜸했을 때 “돈 많이 벌었나?”라며 서운함을 보이셨다. 그 말에 울컥해서 “농사 망쳐서 울고 싶은 거 참고 있다”라며 반응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말은 어머니보다 나를 향한 하소연이었다. 이번에는 손목을 다쳤다. 화장실에서 발을 씻으려다가 삐끗해 손목에 금이 갔다. 사고 후 혼자서 해결하려다가 상처가 깊어진 듯하다. 혼자 병원을 찾아 응급조치를 받고 돌아오셨다. 결국 안동병원에 입원하고 수술을 받았다. 수술실을 나온 어머니는 마치 중환자처럼 변해버렸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고통을 호소하셨다. 퇴원 후 옮긴 요양병원에서도 이성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부끄러움도 잊은 채 아프다는 소리만 반복하셨다. 정신을 놓은 듯 행동했다. 병실의 노인들은 비슷한 모습이었다. 누가 더 크게 아픈지 겨루는 듯했다. 가족들은 ‘이제 집으로 모시기는 힘들겠다’라는 체념 섞인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자식들이 모두 불려 왔다. 어머님도 그 분위기를 감지하신 듯했다. 갑자기 집으로 가겠다고 하셨다. 마음 약한 아주버님께는 “안 데려가면 침대에서 굴러떨어져 버리겠다.”라며 떼를 쓰셨다고 한다. 결국 남편은 병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머님을 집으로 모셔 왔다. 집에 돌아온 어머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랑방에 멀쩡히 앉아계셨다. 끓여 놓은 호박죽도 달게 비우셨다. “그곳에 있으면 나도 그 사람들처럼 실려 나갈 것만 같아 정신이 번쩍 들더라.” 열흘 사이 세 명의 환자가 떠났다고 했다. 코 줄과 소변 줄 없이도 어머니의 목소리는 다시 생기를 찾았다. 아흔세 해를 버텨온 그 질긴 생명력이 다시금 집이라는 안식처로 돌아오게 했다. 이제 더 조심하시라는 내 말에 어머니는 또 손을 내저으신다. “나 혼자서도 다 할 수 있다. 가서 일 봐라.” 그 모습이 평소보다 밝아 보였다. 그러나 다리가 불편한데다 팔목까지 수술한 상태라 당분간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다. 누군가 곁에 있어야 한다. 나는 대답 대신 마당을 바라본다. 시선은 사과밭으로 향한다. 봄볕 아래, 아직 손도 못 댄 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그 넓은 밭보다 먼저 돌아봐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손정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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