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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이 되지 못한 몇 알의 씨앗들이구멍 난 정수리 속에서 꿈틀거린다자꾸만 간지러워, 손톱으로 긁어 보지만뿌리에 박힌 낯선 얼굴이 고개를 든다슬픔을 머리에 이고 가만히 웃는 너,떡잎이 떨어질 때까지 푸드득 춤을 춘다가는 비를 맞으며 자유공원에서 월미공원까지사부작 걸어가면 어느새 해가 쨍쨍하다미워했던 마음 위로 불어오는 따뜻한 공기가냘픈 이파리들이 머리칼처럼 휘날린다땅과 물, 불과 바람이 가득 차오르면겨우내 굳었던 마음들이 새순으로 돋는다봄이 오면, 자연의 싹들만 새로 움트는 건 아닌가보다. 머리 안에 있었던 생각의 씨앗들도 꿈틀거리
시
등록일 2024.03.18
게재일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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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月의 빈 논/ 잘린 벼들의 발목/ 시름 얽힌/ 영하의 긴 아침떨며 가는/ 바람의 빗장뼈/ 사이사이/ 봄의 딸꾹질을 막는/ 겨울의 주먹소쩍,/ 소쩍,해거름 동풍冬風에/ 응어리진 살얼음 소리/ 먼 산 가득 흩어지고/ 소쩍새들/ 세월 앞당겨 미리 우는/ 당신의 무덤가소쩍, 쿵/ 소쩍, 쿵애절도 녹여 내리는/ 낫날 같은/ 이월의 목청.시에 따르면, 무덤가에서 봄은 시작된다. “당신의 무덤가”에서 “세월 앞당겨 미리 우는” ‘소쩍새들’의 울음이 봄을 가져온다. 그 울음은 죽음에 대한 슬픔의 표현이자, 새로이 삶이 곧 태어나리라는 징조이기도
시
등록일 2024.03.17
게재일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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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포항남부지사(지사장 민도기)가 최근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2024년 1차 상병수당 시범사업 지역협의체’를 개최했다고 17일 밝혔다. ‘상병수당’이란 취업자가 업무와 무관한 질병·부상으로 일을 하지 못할 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로, 2022년 7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돼 포항시를 비롯한 창원시, 부
건강
등록일 2024.03.17
게재일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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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응급실을 찾은 중독 환자 10명중 2명은 2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1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4개 시·도 15개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한 7천766명의 중독 환자를 심층 조사한 결과, 전체 중독환자 중 여성이 55.4%로 남성(44.6%)보다 많았다.연령별로는 20대가 18.0%로 가장 많았다. 이어 70대 이상(15
건강
등록일 2024.03.17
게재일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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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나무 병에 우유를 담는 일,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어두운 벽난로와 옴이 오른 늙은 고양이와,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어린 아이들 옆에서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한밤중에 귀뚜라미들이 날카롭게 울 때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그리고 따뜻한 달걀들을 거두어들이는 일,생명을 키우
시
등록일 2024.03.14
게재일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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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는 신명이 많았다당신의 감정을 노래로 대신하였다(중략)노래는 엄니의 삶과 생의 양식이었고 경전이었다엄니는 밝고 높고 경쾌한 노래보다는어둡고 낮고 무거운 노래를 즐겨 불렀다슬픔으로 슬픔을 문질러 닦아 내었다나는 엄니의 노래를 곧잘 따라 불렀다어린 몸속에 청승을 담고 산 것은엄니 때문이었다엄니는 내게 노래를 남기고 돌아가셨다노래를 살다 가신 엄니나는 오늘도 엄니의 노래를 부르며 살고 있다노래는 힘이 세다‘엄니’의 노래는 시인의 몸속에 녹아들어 있다. 아마 엄니의 삶은 고달팠을 테다. “슬픔으로 슬픔을 문질러 닦아 내”기 위해 노래
시
등록일 2024.03.13
게재일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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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꽃 핀 늙은 매화나무가느란 가지 끝에 소복이흰 눈 내려 쌓이네활들짝, 놀란 꽃잎들일순 잎을 오므리고놀란 꽃잎처럼 나도 깨어차고 은은한 매화 향에 눈을 뜨네누군가 봄눈 같은 말을 문자로 보내왔네삶은 기적이요 만남은 신비라고,섬세하고 풍부한 감성을 가진 시인에게 이 세계는 놀라운 일이 계속 벌어진다.‘늙은 매화나무’ 위로 새로 “흰 눈 내려 쌓이”는 일도 매년 반복되는 일이기보다는 놀라운 사건이다. 시인은 이 놀라움을 표현하기 위해 ‘활들짝’이라고 쓴다. 그래서 ‘누군가’ 보낸 문자 그대로, “삶은 기적이요 만남은 신비”인 것,
시
등록일 2024.03.12
게재일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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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인가의 불빛처럼 반짝이는 무엇이 되고 싶었다어둠이 밤새 일렁일 때마다 불 비늘이 되어외로운 이의 창가를 밝히고 싶었다심야 버스의 낯선 실내등이 파랗게 질려 간다어둠을 배경 삼아 더 파랗게 질려 가는 찌든 얼굴들이마가 창문에 차갑게 닿는다출렁거리며 어둠이 다가왔다가 물러선다어둠을 뚫고 먼 인가의 불빛이 다가오다 망설인다이 버스가 닿는 곳이 내일이다시인은 젊었을 때, “불빛처럼 반짝이는 무엇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어둠 속에 외로이 있는 다른 이를 위해 불빛이 되고자 했던 것. 하나 현재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들로 어둑한 심야 버
시
등록일 2024.03.11
게재일 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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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꿈속에지구가 들어왔다남루한 옷에 눈물이 젖고달은달달한 딸어두운 꿈속에서그녀가 울고 있다외계에서 보면푸르른 별인데내 꿈속에선시름시름 앓고 있는 짐승지구는 저기 떨어진 돌조각으로 취급할 수 없는, 모든 존재자들이 연결된 유기적인 존재이며, 그래서 하나의 생명체라고도 보는 시각이 있다. 위 시의 시인은 특히 그렇게 생각한다. 어떤 생명체인가? “시름시름 앓고 있는 짐승”이다. “남루한 옷에 눈물이 젖”은 사람이다. 이 시적 사유에서 달은 딸 같은 존재자다. “어두운 꿈속에서” “울고 있”는 딸. 이 시대엔 우리가 살고 있고 꿈꾸는
시
등록일 2024.03.10
게재일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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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었지만 그대는 여전히 살아 있다.하소연하며 울부짖으며바람은 숲과 오두막집을 뒤흔든다.아주 끝없이 먼 곳까지소나무 한 그루 한 그루씩이 아닌모든 나무를 한꺼번에마치 어느 배 닿는 포구의거울 같은 수면 위에 떠 있는 돛단배의 선체를뒤흔들 듯이따라서 이 바람은 허세나무의미한 분노에서 연유한 것이 아닌당신을 위한 자장가의 노랫말을이 슬픔 속에서 찾기 위함이다.“살아 있다”는 ‘그대’는 죽은 이 아닐까. 반면 ‘나’는 살고 있으나 죽은 듯이 무력한 상태고. 이와 달리 죽은 ‘그대’는 바람이 되어 “울부짖으며” “숲과 오두막집을”, 그
시
등록일 2024.03.07
게재일 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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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버렸다 국지성 호우가 쏟아졌다 가방도 마음도 젖었다 가지고 다니던 네 편지를 펼치자 오로라의 악보가 나왔다 네가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언제까지라도 보고 싶었는데 이제 너는 없다 언젠가 학교 앞에서 만난 너는 큰 기타를 메고 있었다 네가 음악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 나는 강의실로 가고 있었다 너는 방금 쓴 노래를 들려주겠노라 했다 나는 그런 네 모습이 낯설어서 “나중에, 나중에”라고 했다위 시의 ‘너’는 화자 자신의 소년 시절이거나 당시 그의 친구일 터, 여하튼 ‘너’와 지금의 화자는 “호우가 쏟아”지고 “가방도 마음도 젖”은
시
등록일 2024.03.06
게재일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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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할머니 이승 떠날 때는 가뿐했다.붉은 놀이 살갗에 닿자화악,흰 세포로 당겨져 공중에 흩어졌다.단촐하고 당당한 행장이었다.마치 눈발처럼 천지 사방으로 스미어홀홀홀,평생의 경륜을 퍼뜨리실 것이다.세상에, 별리가 이처럼 자연스럽다니.애초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는 듯 말끔했다.하늘로 뻗은 빈 가지가 탱탱해진다.억울한 죽음이 아니라면, 죽을 때 되어 죽는다면 슬픈 일은 아니다. 그 죽음은, 위 시의 “흰 세포로 당겨져 공중에 흩어”지며 ‘가뿐’하게 사라진 할머니의 모습처럼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그 죽음은 마냥 무(無)로의 회귀가
시
등록일 2024.03.05
게재일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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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 꼬부라는 졌지만 아직도 정정한 늙은이와풍 맞아 한쪽이 어줍은 안주인과대처 공장에 나갔다가한쪽 손을 프레스기에 바치고 돌아온 아들과젊어 혼자 된 환갑 가까운 큰딸이붉은 페인트로 새마을이라 써놓은무럭무럭 훈김이 나는 미닫이문 안에서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뽀얀 절편을 뽑아내고 있습니다방앗간이 ‘아직도’ 있는 곳이 있다. 위의 시의 방앗간은 ‘새마을’이란 이름이 붙은 걸 보니 1970년대에 세워진 곳일 테다. 이곳 주인은 늙었지만 아직도 정정하다. 하지만 안주인은 풍을 맞았고, 아들은 공장에서 “한쪽 손을 프레스기에 바”쳤다. “
시
등록일 2024.03.04
게재일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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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암보다 더 무서워하는 질병이 바로 고혈압입니다.혈압이 높다고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갑작스러운 뇌중풍, 심장병의 주원인이 고혈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 바로 고혈압입니다. 혈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인데요. 혈압 관리 방법에도 정석이 있습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수가 2018년 627만5천명에서 2020년에는 671만 명, 2022년에는 725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고혈압 팩트 시트 2023’에
건강
등록일 2024.03.03
게재일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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