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형 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빈집에는 빈 것들이 가득 고여있다. 그의 의식이 갇혀있던 빈집에는 잃어버린 사랑도 눈물도 열망으로 들떴던 가슴도, 그리움을 물고 창밖에 떠돌던 겨울 안개들도 이제는 모두 떠나버린 공허한 메아리만 남아있는 허허로운 공간이다. 시인은 그것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빈집에 갇혀 그 열망의 시간들을 쓸쓸히 바라보며 가만히 자기에게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