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세 영

사랑하는 것은 깨질 수 있지만

좋아하는 것은 다만

버려질 뿐이다

파경(破鏡)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러나

10년 외길의 직장도

짤리면 버려진다

성서(聖書)엔

아내 대하기를 깨진 그릇처럼 하라 했지만

오늘의 식기는 대부분 일회용 종이컵

순간의 뜨거운 물만 있다면

오늘의 우리들은 누구나

즐기는 컵라면이다

문명의 이기(利器)라고 말하면 지나친 말일까. 스치로폼으로 만든 컵라면의 그릇은 편리하기 짝이 없지만 사용하고 난 뒤 폐기해야하는 물질에 불과하다. 시인은 컵라면 이야기를 하면서 평생직장에서 쫒겨난 사람도 잘리고 버려지는 안타까움을 비판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사랑도 일회용그릇처럼 취급되고 현대문명속 온갖 것들이 그렇게 용도폐기되면 기억도 없이 없어져 버린다는 사실을 야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