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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서서 멀리 바라보는 세상은 참으로 아늑하고 평화롭기도 해라 나는 오늘도 목장갑 낀 채 앞산 중턱에서 한참을 거꾸로 서서 온 세상 내려다본다네 아득한 시가지는 환상과 동심의 세계 흰구름 위로 두둥실 떠가는 딴 세상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두 손 쳐들고 다리까지 번쩍 쳐들골랑 맨머리로 잘도 맴돌고 있구나 팽이처럼 팽이처럼 돌고 또는 세상에 나는 팽이채 든 거인 사람들은 갈수록 작아져 쳇바퀴 도는 개미들 사람들이 살기 힘들고 팍팍한 세상이라고들 하는 세상을 시인은 거꾸로 보고 있다. 물구나무 서서 바라보는 세상은 아늑하고 평화롭고 환상과 동심의 세계로 보인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과 현상을 거꾸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실존의 세상은 어떤가? 살아가기 힘든 팍팍하고 삭막한 세상이다. 시인은 이러한 세상
시
등록일 2015.06.11
게재일 201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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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벌판에 나가 나는 불을 지펴야 한다 이곳에 살기 위하여 목숨 바친 친구 머리맡에 불을 지펴야 한다 무덤이 그 영혼을 어떻게 가두었는지 내 눈으로 보리라 얼음 위에 불을 피우고 얼어붙은 그이 피가 내 몸 속에 어떻게 타오르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곳에 살기 위하여 어째서 그의 혼이 밤마다 언 땅 속에서 탈출하며 죽음과 삶이 어떤 형식으로 만날 수 있는가를 평생을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치열한 시대정신을 가지고 민주화운동에 비켜서지 않았던 시인의 시대인식이 깊이 배어나는 시다. 독재시대를 건너며 목숨 바쳐 싸워온 사람들의 그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으려는 다짐과 함께 아직도 세상의 곳곳에 혼재해 있는 불구와 불균형의 사회적 모순을 향해 의연하게 대결하겠다는 강단진 목소리를 들을
시
등록일 2015.06.10
게재일 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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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의 차가움을 견디며 명태를 파는 사람들 그 사이로 비린내는 이리저리로 흘러 다니고 있었다 영일만에서 일어난 어둠이 서서히 어시장에 내리자 사람들은 팔고 남은 생선을 챙긴 후 눈물의 비늘을 털며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집에 가면 마침내 가장 자유로운 시간 그들은 가슴속에 불을 지르고 울었다 새벽 어시장의 시린 풍경 속에서 시인은 곤고한 한 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겨움과 그 질긴 간난의 세월들을 헤쳐 나가는 어떤 힘 같은 것을 발견한다. 다 팔아봐야 별 돈도 되지 않는 비린 생선, 못다 팔고 남은 생선을 챙겨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삶을 비웃지 않는 당당함 혹은 깊은 신뢰 같은 것을 시인은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5.06.09
게재일 20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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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고 남은 것이 무엇일까 열정과 소망이 사라진 뒤 평등의 잔인함에 길들여지고 적막한 수평선 위에 누워 조갯살에 온 몸을 베이며 시퍼런 파도가 되는 바다를 꿈꾼다 바다는 신화를 간직하고 있다. 생성과 소멸이 끝없이 이뤄지는 곳이다. 열정과 소망이 차올랐다가도 어느 순간 허무하게 밀려나고 소멸되어버리는 곳이다. 바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바다는 무한한 가능성과 열망으로 성취에 대한 도전으로 나아가게도 하지만, 삶에 대한 허무와 체념에 깊이 빠지게도 하는 것이다. 시인은 패배에 젖어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퍼런 파도가 되어 희망과 열정으로 일어서는 것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5.06.08
게재일 201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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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직을 마친 새벽 미명 속으로 홀로 태극기를 달면 경건해야 할 마음을 밀치며 먼저 와 펄럭이는 깊은 슬픔의 힘살들 뜨거워져오는 눈시울을 털며 농성을 풀고 돌아가는 어둠 속으로 북으로 북으로 아득히 달려가는 산맥들을 본다 지금 이 시간 그리운 그 땅에도 태극기를 달며 모든 산맥들을 남으로 남으로 달려 보내며 눈물짓는 한 사내가 살고 있으리라 태극기를 달면서 시인은 민족통일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뜨거워지는 시인의 눈시울과 그 안타까움이 똑 같이 북녘의 시인도 그럴 것이라는 상상을 해보고 있다. 북으로 북으로 밀려올라가는 태극기의 물결처럼 남으로 남으로 물결쳐올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태극기의 물결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5.06.07
게재일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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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동이 트기 전 이 무거운 공간을 으젓하게 메우며 말없이 섰는 저 깊은 산 외로움을 벗 삼아주는 하늘의 목소리였구나 온 몸으로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살다 가신 시인의 시대정신이 깊이 새겨져 있는 작품이다. 어둡고 괴로웠던 밤이 지났지만 아직 새벽이 오지 않았다는 시인의 인식이 푸르다.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아 불균형과 비민주적인 세상과 마주보고 선 깊은 산이야말로 바로 시인 자신이 아닐 수 없다. 평생을 쉬 잠들지 않고 새벽이 오기를 지켜보아온 시인의 눈빛이 뜨겁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시
등록일 2015.06.04
게재일 201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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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저것 좀 봐! 억척 돌틈 간간 사이 노오란 꽃잎 네 장 이름 모를 저 풀꽃 좀 봐! 몇 가닥 볕살을 움켜쥔 생명. 그리고 뭉클함 어디, 가뭄 없었으랴 어디, 비바람 없었으랴 옹이진 마디 마디 숭고한 이 부활의 상흔들 한 송이, 저- 기도 한 송이 삶 그리고 몸부림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피워올린 풀꽃을 바라보며 시인은 힘겨운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인생을 떠올리고 있다. 어디 몹쓸 가뭄과 거친 폭풍우가 없었을까마는 몇 가닥 볕살을 움켜쥐고 되살아나는 저 풀꽃들의 강단진 생명력을 예찬하고 있다. 우리네 인생에도 마디마디 옹이지고 상흔이 깊이 새겨져 있음을 본다. 그 질기고 억척스러운 생의 의기가 오늘
시
등록일 2015.06.03
게재일 20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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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220m 풍경처럼 내어걸린 푸른시인학교 남루한 행장 걸머쥐고 내려선 발 앞에 너 먼저 와 있었구나 죽북초등 교정 모퉁이 치켜든 눈썹 옹다문 입술 치병의 끝인 줄 알았는데 미열의 이마로 도지는 상사의 꽃그늘 진저리치듯 예감한다 < ···> 순식간에 별똥별 꽃술 속으로 지다 앓아야 할 깊은 병으로 가야할 길이라 했더냐 끝끝내 몸 한 채 홀랑 태워먹고 홀로 금 하나 그어놓지 않았다 그해 시인이 본 산속 분교 운동장에 내리던 유성우(별똥별)와 교실 앞 화단에 피어오른 상사화 몇 송이를 시인학교 문학캠프에 참석했던 필자도 보았다. 참으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막힌 풍경이 이러한 깊은 서정의 시 한 편을 탄생시킨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시
등록일 2015.06.02
게재일 201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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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로 남편이 사다준 수련 한 포기 돌함지에 가부좌 틀고 앉았다 며칠을 형광 내음속에 졸고 있더니 어느 아침 고개숙인 꽃봉오리 연록 잎새까지 다붓이 져갔다 이사를 잘못 왔나보다 손발 잘린 수련이 눈치챌세라 살풋이 볏 바른 뜰로 피접시켰더니 오 놀랍게도 두런거리는 햇살의 메시지를 받고 저 힘찬 손짓들 그렇구나 내가 살아간다는 건 당신이 나를 해바라기하는 그 울림으로 오늘도 따뜻한 하루였구나 납작 물 위에 엎드려 고운 꽃 한 송이 피우는 수련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다감
시
등록일 2015.06.01
게재일 201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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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몇 겁쯤 건반에 얹히더라도 지치거나 병들거나 늙는 법이 없어서 소리로 파이는 시간의 헛된 주름만 수시로 저의 생멸(生滅)을 거듭할 뿐 접혔다 펼쳐지는 한순간이라면 이미 한 생애의 내력일 것이니 추억과 고집 중 어느 것으로 저 영원을 다 켜댈 수 있겠느냐 채석에 스몄다 빠져나가는 썰물이 오늘도 석양에 반짝거린다 고요해지거라 고요해지거라 쓰려고 작정하면 어느새 바닥 드러내는 삶과 같아서 뻘밭 뒤 무수한 겹주름들 밀물과 썰물로 밀려왔다가 썰려나가는 바다야말로 아코디언 같은 것이다. 접혔다가 펴지고 하는 반복으로 끝없이 소리는 내는 바다와 아코디언은 닮았다. 바다는 영원의 존재다. 끊임없이 삶과 죽음의 변주곡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한 번 쓸려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유
시
등록일 2015.05.31
게재일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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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면서 한 곳쯤은 그리워하면서 살아야지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내 이미 사랑을 품은 그런 한 곳쯤은 그리워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지 꽃이라고 해서 다 피기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 그래, 세상 살면서 한 사람쯤은 그리워해야지 내 아직 한 번이라도 만나 꽃물 들이지 않았지만 그 한 사람쯤은 그리워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지 선운사라는 제목의 시지만 실상 시인이 그리워하는 대상은 선운사가 아니다. 동백꽃이 짙붉게 뚝뚝 떨어지던 이른 봄날의 선운사가 아니다. 그리움의 대상은 어쩌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어쩌면 시인이 염원하고 갈망하는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거나. 떠나가버린 사랑인지 모른다. 우리도 그 간절한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시
등록일 2015.05.28
게재일 201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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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곳을 잃어버린 날 넝쿨장미 까르르 웃는 그늘 아래 녹슨 오월이 서성거리고 클릭 한 번으로 보내지 못했던 삐죽삐죽 자라는 알싸한 밤 꽃잎에 붉게 물들인다 언제였던가 별이야기 달이야기 또박또박 빛나는 청춘으로 수 만 갈래의 길이 되었다 늦지 않았다면 우물 속 고여드는 푸른 물같이 마음 밖의 그리움 다소곳이 적어 머뭇거리지 않을 그대 향해 거슬러 오르는 기쁨이 되리라 신록의 오월의 푸르름 속으로 한 장의 편지를 띄워보내고 싶어하는 시인의 마음은 저만치 가고 있는 청춘의 시간들에 머물러 있다. 별이야기 달이야기로 빛나던 청춘의 시간들, 그 아름다운 시간들이 흘러가버린데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진하게 스며있는 작품이다. 거슬러 오르는 기쁨이 되고 싶어하는 시인의 간절함이 푸
시
등록일 2015.05.27
게재일 20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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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만삭으로 차오르는 밤 사내의 가슴에 밀물이 들고 있었다 수억의 알들을 산란하며 달빛이 금빛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그의 가슴에 크고 둥근 알 조금씩 껍질을 깨며 부화를 시작하고 있었다 관절이 툭툭 침묵을 깨고 혈흔 선명한 지느러미가 일어서고 심장을 찌르던 가시 희고 든든한 등뼈로 자라 있었다 눈부신 물기둥을 내뿜으며 태양과의 정사를 뜨겁게 꿈꾸는 고래 바다로 가고 있었다 이 시에서의 고래는 바다의 고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시련과 힘겨움 속에서도 참고 이기기 위한 인고의 시간을 축적한 사내가 비로소 생의 험난한 바다로 뛰어든다는 역동적이고 생명력이 넘치는 속 이야기 있는 작품이다. 심장을 찌르던 고통과 고난의 시간들을 새 힘으로 승화시켜 큰 희망를 품고 당당히 거친 삶의
시
등록일 2015.05.26
게재일 20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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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꼿꼿이 맞서 침을 세우던 전나무가 넘어졌다 마지막까지 지켜왔던 팔, 다리, 몸통이 전기 톱날에 토막나 한 나절 만에 실려 나간다 그 옆에 늙은 아카시아나무 손가락 마디, 어깨까지 분질러지고 풀어헤친 머리칼 반 넘어 빠진 채 살아 넋 놓고 있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는 일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태풍에 넘어지는 전나무처럼 엄청난 시련 앞에서 넘어지고 꺾이는 인생들이 부지기수다. 크고 작은 시련 앞에 병들고 상처입은 인생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망연자실하여 넋을 놓고 바라만 볼 수 있는 일도 아닌 것이다. 나에게 혹은 이웃들에게 이러한 태풍은 수도 없이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견디고 이겨나가는가 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한 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길일 것이다.
시
등록일 2015.05.25
게재일 20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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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소리가 웅얼거려 알 수가 없다 밖으로 가니 안이 그립고 안으로 가니 밖이 그립고 안팎을 하나로 하겠다고 얼마나 덤볐던가 저 물빛은 안인지 밖인지 오늘 아침 얼음물에 빨래를 하는데 그 물빛이 어찌나 눈부시던지 오랜 세월 노동의 현장에서 일하며 시를 써온 시인의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나온 백무산시인 특유의 목소리를 듣는다. 안과 밖이라는 이분법적 존재의 조건들을 넘어서서 하나로 연합하고 묶으려고 무든히도 애썼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성찰이 나타나있다. 현실과 바램은 가까우면서도 먼 곳에 떨어져 있는 것이다. 부단히 그 안과 밖을 하나로 묶으보려고 우리는 애쓰고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시
등록일 2015.05.21
게재일 201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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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에 있지 않다 사람이 사랑 속에서 사랑하는 것이다 목 좁은 꽃병에 간신히 끼여 들어온 꽃대궁이 바닥의 퀘퀘한 냄새 속에 시들어가고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있다 꽃이 어제의 하늘 속에 있다고 말하는 시인은 사랑도 현재가 아니라 어제의 시간 속에 있다고 말한다. 사랑은 지금이 아니라 다른 시간 속에 있다는 것이다. 간신히 끼여든 꽃대궁이 꽃병 바닥의 퀘퀘한 냄새에 시들어가듯이 일회성의 사랑도 그러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시
등록일 2015.05.20
게재일 201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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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장 뒷길, 석양은 내던져진 유리 조각 속에서 부서지고, 풀들은 유리를 통해 살기를 느낀다 밤이 오고 공기 중에 떠도는 물방울들 차가운 쇠 표면에 엉겨 반짝인다 어둠 속으로 투명한 속을 열어놓으며 일부는 제 무게에 못 이겨 흘러내리고 흙속에 스며들어 풀뿌리에 닿는다 붉은 녹과 함께 흥건한 녹물이 되어일부는 어둠 속으로 증발해버린다 땅속에 깃들인 쇳조각들 풀뿌리의 길을 막고 어느덧 풀뿌리에 엉켜 혼곤해진다 신문지 위 몇 개의 사건들을 덮는 풀 쇠의 곁을 돌아서 아늑하게, 차차 완강하게 쇠를 잠재우며 풀들은 또다른 이슬의 반짝임 쪽으로 뻗어나간다 뒤쪽 풍경은 대개의 경우 어둡고 읍습하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버려진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기도 풀이 자란다. 폐차장 뒷길에 난 풀은 기름 찌꺼기와 폐
시
등록일 2015.05.19
게재일 201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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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로 기어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린 줄 쳐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것이 사랑의 본성이 아닐까. 그런 집요한 사랑에서 벗어나 마음 없이 살고 싶다고 고백하는 시인은 초연한 마음 상태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초연한 사랑을 갈망하면서 어찌 시의 제목은 `쨍한 사랑 노래`라고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시다. 곰곰이 곱씹고 곱씹어 봄직하다.
시
등록일 2015.05.18
게재일 201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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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가슴에 이토록 뜨거운 낙인 찍는 법을 세상에! 돌림병처럼 자욱한 눈보라 이 병 걸리지 않고는 네 몸을 건너갈 수가 없겠구나 모든 삶의 밑바닥에는 끔찍하게 무겁고 끔찍하게 힘들고, 끔찍하게 뜨거운 것 있잖아? 그 뭉쳐진 것이 터지는 날 세상에! 눈보라처럼 흐느끼는 바이러스 같은 것! 나 어떻게 이 숨찬 눈보라를 건너가지? 사랑은 사랑이 있는 곳에서 가장 많이 모자란다는데 네 몸 속에 눈보라처럼 자욱한 사랑이 있다는 것이 아주 인상적으로 읽혀지는 작품이다. 돌림병처럼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번져나가는 것이 사랑이다. 진정한 사랑은 자욱하다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끔찍하게 무겁고 힘들고 뜨거운 것이기 때문이다. 숨찬 눈보라 같은 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말에 귀 기울여 봄직하지 않은가
시
등록일 2015.05.17
게재일 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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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가 다 풀어져 버릴 것 같은 때 버려진 풍경을 보고 싶다 묵은 아스피린을 먹고 반쯤 북창을 연다 몸속으로 지나가는 바람이 아스피린을 굴리며 간다 베인 흔적 위로 어린 개미들과 바퀴벌레들 건너온다 간격이 다 메워진 밀도 속으로 나를 찍어 나르는 게 보인다 창을 닫는다 버려진 풍경 속으로 새들이 날고 기울어진 땅을 지나는 바람의 상처가 선명하다 이 시에서의 두통은 육체적 두통만은 아니다. 두통처럼 고통스럽고 어지러운 시대적 징후를 의미하기도 한다. 버려진 풍경 속으로 새들이 날고 기울어진 땅으로 지나는 바람의 상처라는 이 시의 마지막에서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다.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수없이 두통이 찾아오는 것 아닐까.
시
등록일 2015.05.14
게재일 201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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