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숙 희

종일 저 혼자

등 돌려 놀던 적막이

문을 열면 쪼르르

치마폭에 감긴다

한마디 투정도 없는

이 하루가 기특하다

힘겨운 하루 일을 마치고 무거운 어깨로 문을 열면 가만히, 가득 고여있는 적막이 반겨주는 쓸쓸한 시인의 퇴근 즈음을 본다. 한마디 투정도 없이 하루를 혼자서 견디고 견딘 시간들을 가슴에 담아내고 있음을 본다. 우리네 한 생의 많은 순간들이 이런 쓸쓸한 퇴근 같은 시간들은 아닐까. 쓸쓸한 늦가을 숲을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지독한 쓸쓸함 같은 것을 가슴으로 담아내는 우리의 한 생은 어쩌면 시인이 가만히 펴 놓는 이 짤막한 몇 줄의 시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느낌 같은 것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