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미 승

버릴 옷들이 수북하다

늘어지고 색 바랜

헐렁해진 이력들이 한 짐이다

삶이 짐 투성이었는지

짐이 삶의 중력이었는지

한풀 꺾인 열기가

감나무 잎사귀로 숨어드는

가을, 비울 일로 가득한

아침 식탁처럼

별 그럴 만한 것도 없이 수고로운 날들

무얼 어쩌겠다고

이 많은 허물 껴입었는지

……

나는 또 갈팔질팡이다

무언가 내려놓는 일이

아직 수월치 않다

……

부려야 할 짐과 다시 지고 갈 짐 사이에서

시인은 가지의 열매들도 이파리들도 모두 떨어져 자기를 비우는 가을나무들을 보면서 깊은 사색에 빠져든다. 색 바랜 헌 옷가지들이며 살면서 닥지닥지 붙인 헐렁한 삶의 이력들을 내려놓고 부질없는 욕망의 삶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시인의 인식에 깊이 동의하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욕망으로 껴입은 허례허식의 옷가지들도 보잘 것 없는 생의 이력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나씩 벗어던지고 어디에 진정한 생의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봄 직하지 않는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