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근 식

여기 올 때도

캄캄한 길을 혼자 왔다

아흔의 냇물을 건너자

홀몸으로 바람에 굴러간 누님

이 세상 업고 떠도는 고행이었다

어머니처럼

지글 지글 타는

사막 한 가운데서

길 없는 길을 찾아 헤매는

순례자였다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가는

외로움 하나

시방 쌍계사 불이문을

막 넘어서고 있다

망망한 대해 혼자 가는 길

바람만 어지럽게 불고

거친 세파와 맞서며 살아온 노시인이 생을 관조하는 깊은 시심이 녹아있는 시다. 생이 온통 고행 투성이고 캄캄한 길이며 그 길을 건너는 우리네 인생은 사막을 건너는 순례자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많이 가졌더라도 결국은 훌훌히 다 벗어던지고 혼자가는 외로운 길이 인생길이라는 시인의 말이 잔잔하게 가슴에 스며드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