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 희

어스름 시골 마을

눈이 내린다

정류소 간판도 없는

주막 추녀에

막차를 기다리는

겨울 나그네

어둠이 다가오는

이런 길에 서면

잃어버린 고향이

다시 서러운데

배꽃 같은 눈이

펄펄 내린다

어쩌면 노시인은 겨울 나그네가 되어 어둠이 다가오는 눈 오는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지 모른다. 언젠가 떠나야 하는 이승에서의 눈 내리는 길을 바라보면서 잃어버린 고향도 고향사람들도, 그들과 함께한 아름다운 서사들도 가슴 속에 아슴아슴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고요한 평화경 하나를, 노시인의 생을 관조하는 깊은 눈빛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