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춘

감을 딴다

높은 사다리 타고 올라가

긴장 속에

붉은 태양을 딴다

툭! 툭!

내 몸에서 소리가 난다

맑고 깨끗한 가을의 노크 소리

발아래

문득

뱀 한 마리가 지나간다

섬짓하다

높은 사다리 타고 감을 따는

맑은 오후

나는 긴장 속이지만

감을 따는 순간은

은밀하고 향그롭다

감은 오늘의 행복이다

가을의 저 타는 입술

혼자 탐닉한다

아주 평화로운 그림 한 장을 본다. 높은 가지 끝에 매달린 감을 따면서 시인은 향그러운 가을의 향기를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시린 봄날의 맵찬 바람을 견디고 폭풍우 몰아치던 거친 밤을 지나고, 불볕 쏟아지던 한여름의 대낮을 견디고 발갛고 탐스럽게 익은 감처럼 한 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시인은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인고의 시간들을 지나 성숙한 결실에 이른 감처럼 우리네 한 생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