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남

달, 저 달을

싸리울에 묶어본다

허름한 말뚝에 매어본다

그러면 달은 짖는다

짖어 푸른 밤이 된다

나는

푸른 밤 속으로 들어간다

들어가 묶어둔 달을 풀어준다

(….)

이내 나는 허우적거릴 것 같아

허우적거리다가 지붕과 함께

잠겨버릴 것 같아

익사 직전의 구조 요청을

누군가에게 하게 되고

달, 저 달은 날 가둔다. 바다 한가운데

가두고

고백하라. 반성하라 고문을 해온다

푸근하고 아름다운 달밤의 정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시인이 달을 싸리울에 묶어 보기도 하고 말뚝에 매어 보기도 한다는 표현이 재밌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연을 즐기고 있음을 본다. 달을 포박한다는 부분에서 그 재미는 더해진다. 새로운 시각에서 자연의 감흥을 찾아가는 시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