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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 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화려한 색채로 그린 채색화가 아니고 묽은 먹으로 쓰윽 쓰윽 그린 풍경 한 장을 본다. 이 시의 제목처럼 이 것은 실제 그림이 아닐지 모른다. 그림의 내용이 화려한 색칠이거나 거창한 구도를 가진 그림이 아니다. 그저 편안하고 따스한 일상의 한 풍경이다. 묵묵히 하루를 함께 견디며 서서 먼 산을 같이 바라보고 고독한 하루의 시간을 함께한 소의 등을 어루만져주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그 묵향이 진하게 번져오는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시
등록일 2015.10.05
게재일 201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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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냄새가 없다 물은 색깔도 없다 얼음장 밑 깊은 어둠 속에서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서 물은 흐른다 낮은 곳으로 생명이 있는 곳으로 흐르는 것이 순리라는 듯이 물은 흐른다 막힌 길은 트며 주저하지 않고 섞여드는 더러움은 스스로의 힘으로 깨끗하게 만든다 물은 흐른다 생명이 있는 곳으로 생명이 있어야 할 곳으로 물은 생명을 내포하고 있으면서 생명을 구축하고 죽음에서 생명을 회복시켜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물은 모든 길로 흐른다. 아니 전방향으로 어떤 여건 속에서도 흐른다. 생명의 촉수로 번져가는 것이다. 주저하지 않으며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정력을 가지고 오직 생명을 향해 생명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5.10.04
게재일 20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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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 시인이 태어나서 엄마라는 말을 배우기 전에 그의 어머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한번도 엄마 앞에서 엄마라고 불러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가만히 운주사 누운 부처님 곁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엄마”라고 불러 보았다. 그의 눈에 가슴 속에 어머니의 인자하고 사랑스러운 얼굴과 “그래 우리 아가야”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인은 죽어 그리도 그리던 엄마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시
등록일 2015.10.01
게재일 201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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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밀어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가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 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우리네 아버지들에게는 평생 품고가는 운명의 자국들이 있다. 어떤 이는 손바닥에 돌처럼 박인 굳은 살이고 어떤 아버지에게는 시인의 아버지 등에 찍혀있는 지게자국이 바로 그 숙명의 자국이다. 처자식 먹여살리려고 온갖 힘겨움과 아픔을 속으로 삭이며 어둠 속에서 혼자 울어야 했던 아버지로서의 자존의 시간들 혹은 상처들이 있다. 그것은 지금의 나로 설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이다. 아버지 평생의 삶은 거룩한 희생이 아닐 수 없고 그 숙명의 자국들
시
등록일 2015.09.30
게재일 201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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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장미를 택했다 장미의 살점을 똑 똑, 뜯어냈다 하나, 둘, 셋, 넷…. 떨어져나온 살점이 끔찍하게 예뻤다 잘못 두 장을 겹쳐서 뜯어낼 땐 가늘게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중략) 나만이 이 비밀을 알고 있다 넓은 정원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는 그 정원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시인은 정원에 피어난 장미를 뜯어내며 정원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이면, 비밀스런 것들에 눈과 귀, 마음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실상만이 전부는 아닌 법이다. 우주의 모든 존재들은 외양 외에 더 깊고 아름다운 모습을 내밀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그것에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시
등록일 2015.09.24
게재일 201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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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바다가 걸어왔네 나는 바다를 맞아 가득 잡으려 하네 손이 없네 손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손이 없어서 잡지 못하고 울려고 하네 눈이 없네 눈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바다가 안기지 못하고 서성이다 돌아선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하고 싶다 혀가 없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 그 집에 다 두고 왔다 글썽이고 싶네 검게 반짝이고 싶었네 그러나 아는 사람 집에 다, 다 두고 왔네 시인의 절박한 심정을 읽는다. 살아가면서 듣고 보고 겪는 수많은 현상과 일들 속에 진작 그 주체가 되는 자신은 없다는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며 자신을 본다. 어쩌면 우리도 한 생을 방관자이거나 역외자가 돼서 대충대충 살아왔는지 모른다. 실존적 깨달음에
시
등록일 2015.09.23
게재일 201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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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짧게 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박수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들은 무슨 냄새처럼 나를 숲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어둠으로 꽉 찬 가을숲에서 밤새 제 열매를 던지고 있는 그의 얼굴을 끝내 보지 않아도 좋으리 그가 던진 말 몇 개가 걸어가던 내 복숭아뼈쯤에 탁…. 굴러와 박혔으니 가을숲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다고, 그 소리는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박수소리 같기도 하다는 시인은 환하게 귀를 열고 있다. 아니 마음의 귀를 기울이고 있으리라. 가을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성숙에 이르른 소리다. 겨울, 봄, 여름으로 이어져온 숲의 생태는 시리고 아프고 힘든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견디고 이기고 이뤄어낸 성취의 시간들이 열매 맺어진 시간이리라. 시인은 이런 가을 숲에서 들려오는
시
등록일 2015.09.22
게재일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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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랭이가 안내한 바닷길 구만리 살은 볏짚으로 덮고 뼈는 갈매기 둥지에 품고 살아가리 남도 바람에 세간일 듣고 관고개 넘나드는 까마귀 등에서날 보내다가 낡은 어선으로 어망질하여 한 삼년 살다보면 조금은 서운해도 품은 뼈에선 극락조가 날으리라 팔목의 한은 염기로 녹슬이고 동공은 낙숫물로 씻다보면 두고 온 아내 삼년길 다 간 후에 다시 둥질 틀다보면 사방으로 사방으로 외로운 삼년이 지나리라 초분은 남도의 장의풍속에 나오는 무덤 형태이다. 자연에서 왔으니 죽어서도 가만히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장례 풍속이다. 인간의 죽음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살은 볏집으로 덮고 뼈는 새들이 물어다 나르도록 하는 이러한 풍습은 온갖 인위가 판을 치고 화려하고 거창한 장례의식이 행해지는 우리 시대를 향해 시
시
등록일 2015.09.21
게재일 201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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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쑥이 웃자란 모래 두둑을 따라 길은 산뿌리까지 가서 끝을 둘로 갈랐다 말똥게 구멍이 머금은 건 날물인가 굴 껍질에 올라앉은 볕살이 희다 보리누름 자란바다 감상이 들고 푸른빛 단청 하늘엔 상날상날 배추나비 배 끊긴 솔섬에선 때 아닌 울닭 소리 보리가 누렇게 익어갈 즈음을 보리누름이라 부른다. 양력 유월 초순의 초여름햇살 아래 펼쳐진 솔섬 바다의 풍경 속으로 독자들을 들게하고 있다. 이 땅 어느 바닷가나 섬의 풍경이 이렇게 평화롭지 않겠는가. 시인은 푸른빛 단청 하늘과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배추나비가 자아내는 기막힌 그림 한 장을 우리에게 건내주고 있다. 푸른 평화경이다.
시
등록일 2015.09.20
게재일 20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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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보름 찬 달빛 아래 한 사나이 터벅터벅 세상의 길을 간다 밤하늘의 별빛은 너무 맑고 고와서 차라리 내 가슴 시리도록 에이는데 벗이여 우리네 살아간다는 것은 저 노숙의 차가운 밤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처럼 그 머나 먼 길을 쉼없이 걸어가는 것이네 맞다. 어쩌면 우리는 시인이 말하는 것처럼 노숙의 차가운, 날아가는 기러기와 같은 존재인지 모른다. 쉼 없이 한 생을 걸어가고 있지 않는가. 책임져야 할 식솔들을 안고 업고 붉은 노을 속으로 꾸역꾸역 걸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짐 지워진 운명 같은 것이리라. 그 힘겨움 속에 살아가는 재미도 행복도 스며있는 것이어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세상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5.09.17
게재일 201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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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허기진 일상은 출항의 뱃고동소리를 싣고 둔탁한 음향을 내며 사방으로 노다지 번져갑니다 공사장 햄머 소리가 몽둥이처럼 아프게 떨어지는 어시장 입구를 향해 사람들은 백지마냥 구겨져 가고 하늘 두어 장 내려 앉고 있습니다 산울림 허공을 하염없이 맴도는 들판에서 내 노래가 생동감 있게 되살아나는 부활의 종소리가 온종일 도란대며 속삭이고 있습니다 출항의 뱃고동소리 자욱한 포구, 활기찬 어시장의 새벽, 부활의 종소리가 들려오는 들판. 시인이 제시하는 시적 상황들이 역동적이고 활기차기 짝이 없다. 어쩌면 시인은 이런 활기찬 시적 현장을 노래하면서 재미없고 감동이 없는 현실에서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지 모른다. 시인이 부르는 희망의 노래가 부활의 종소리로 들려오는 아침이다.
시
등록일 2015.09.16
게재일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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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어두워서가 아니다 한 끼 굶은 몸을 데리고 중국집에서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는데 맞은 편 앉은 손님 참선짜장을 주문한다 참선짜장? 그래 짜장 한 그릇 비우는 일도 참선이란 생각이 든다 고픈 배 추스르는 한 그릇 참선 삼선짜장이 참선짜장으로 그래서 그런지 마음도 충만하다 재밌는 장면을 놓치지 않는 시안이 참 밝고 진지하다.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이 참선짜장을 시키는데, 그것이 삼선짜장이면 어떻고 참선짜장이면 어떤가. 그저 맛있는 한 그릇의 자장면이면 된다는 시인의 인식에서 조금더 나아가 고픈 배를 추스르는 그에게는 그것이 욕망에서 해방시켜주고 평화를 주는 참선에 이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는 깊은 시적감흥을 불러 일으켜주고 있다. 재밌고 의미 깊은 시다.
시
등록일 2015.09.15
게재일 201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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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저무는 적막이 어둑어둑 눈을 뜨는 빈 비인 보리피리 소리 별이 일렁이는 푸른 달빛을 잘게잘게 써는 석양의 시간을 간략한 언어로 그려내는 울림이 큰 시다. 고요하고 편안한 저물녘의 적요를 뚫고 들려오는 비인 보릿대의 보리피리 소리는 무한한 평화경으로 우리를 끌고 간다. 그 피리소리는 우리를 별이 일렁이는 푸른 달빛 위로 편안하게 눕게해 주고 있음을 느낀다.
시
등록일 2015.09.14
게재일 201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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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모종컵 속에 나를 심는다 아가야, 어서어서 피어라 너를 팔아 새 눈알을 사야지 그 때서야 내 너를 볼 수 있지 나는 빛나는 아버지를 쬔다 일렬로 줄을 선 모종컵 속으로 골고루 아버지가 비친다 아버지는 사흘만에 핀 떡잎을 보고 주문을 왼다 너를 팔아 새 다리를 사야지 그때서야 내 너를 업어주지 아가야, 어서어서 피어라 아버지의 얼굴에 무수한 길이 난다 아버지, 나는 어디서 나를 사나요 분무기에서 수천의 아버지가 쏟아진다 몰라, 몰라 이 길을 다 지워야겠어 내가 온 길을 되돌아가야겠어 나는 찢어지는 아버지를 받아 마신다 나는 쑥쑥 찢어진다 아버지가 환해진다 모종컵 속에서 아버지의 사지가 하나씩 피어난다 거울을 매체로 사회를 움직이는 질서 혹은 명령과 체제의 강압성과 폭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는
시
등록일 2015.09.13
게재일 201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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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징어들은 오랫동안 서울 시인의 안주가 될 것이다. 적당히 말려 씹기 좋은 부드러움의 선물을 쭉쭉 찢어 먹으며 서울 시인은 바닷가 시인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마다 서울 시인은 자신의 입 속에서 터지는 바다의 시를 읽을 것이다. 생각하면 그 오징어들도 신이 나 그 바다로 돌아가며 자신들을 홀린 집어등보다 더 빛날 것이다. 선물(膳物)이란 말에 숨어 있는 착한 선(善) 자처럼. 선물(膳物)이라는 글자에는 선(善)자가 들어있다. 착하고 고운 마음씀은 나누고 번져가는 효소가 들어있어서 또 다른 선물로 태어나고 다시 누군가에게도 번져가는 아름다운 순환의 원리를 가졌다고 시인은 역설하고 있다. 참 재밌고 되새겨봄직한 시다.
시
등록일 2015.09.10
게재일 201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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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자꾸 소리가 오는 쪽의 중심에 앉는다 탱자나무 가지에서 가지 사이로 이어지는 새의 신경의 올은 팽팽하다 바람 소리 거칠게 찢어진다 하늘은 거칠게 찢어진다 달빛도 거칠게 찢어진다 새 때문에 그렇다 거친 나무 속에서 내다보는…. 예민하게 감각을 세우고 살아가는 새의 생태를 관조하면서 인간을 얘기하고 있다. 거친 나무 속에서 신경의 올을 팽팽하게 세우고 사는 새들처럼 우리도 험난하고 힘겨운 삶의 현장에서 예민하게 감관을 열고 살아가고 있다. 바람소리도 하늘도 달빛도 거칠게 찢어지듯이 우리네 삶 가운데도 그러한 힘겨운 고통의 시간들은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 자신이 그런 시련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리라.
시
등록일 2015.09.09
게재일 201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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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꽃이 진다는 자연현상 앞에서 시인은 우주적 질서 앞에서 순응하고, 좀 더 나아가 영원에 이르는 어떤 법칙이랄까 현상을 발견하고 있다. 비록 낙화의 슬픔과 외로움, 우수에 찬 심정을 맛보지만 거기에 주저앉아 절망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해와 달이 다시 떠오르듯이, 다시 꽃은 피어날 것이고, 잊을 수 없는 사랑도 다시 회복 되리라는 확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본다.
시
등록일 2015.09.08
게재일 201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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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자르지 말라네 칼이 먼저 상하리라나는 뿌리가 있어내 몸을 계속 키울 수 있나니시간이 우리의 승패를 결정하리라나를 밟지 말라네 구두가 먼저 닳아 없어지리라나는 뿌리가 있어같은 몸 계속 밀어올릴 수 있나니네 무릎이 먼저 꺾이리라나는 뿌리의 힘으로겨울 나고 꽃 피우고타는 가뭄에 견디며 대지를 붙들고있나니내 억센 뿌리의 손아귀에네 뼈가 먼저 부러지리라 비록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나무일지라도 그에게는 당당한 뿌리가 있다. 존재를 가능케 하는 엄청난 저력을 가지고 있는 근본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외풍에도, 아무리 힘겨운 억압에도 쓰러지지 않고 견디며 끝내 꼿꼿이 다시 설 수 있게 하는 것은 깊은 뿌리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어떤 자존의 힘이 인간에게
시
등록일 2015.09.07
게재일 201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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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이 피었다 어머니는 보랏빛 나는 우울빛 평생 찬송가라곤 불러본 적 없는 어 머니 (여러 번 안수기도는 받으셨지) 하늘나라로 소풍 떠나기 전 초등 일 학년 국어책 읽듯 떠듬떠듬 따라 부르던 그 이름 예 수 그렁그렁 숨 가쁜 생의 길모퉁이 어 디쯤에서 한두 번 마주쳤을 법도 한 잎잎이 멍든 사랑의 빛깔 묘하게 닮은 보라! 보라! 감자꽃 피었다 예가 천국인줄만 알아 발 뻗고 누우 실까 염려의 먹장구름 짙은 오후 마른 헝겊 같은 마음 위로 후드득 소나기 지나간다 곱게 피어난 감자꽃을 바라보는 모녀의 따스한 눈빛이 정겹다. 숨 가쁘게 살아온 날들 그 길모퉁이에도 고운 보랏빛 감자꽃은 피었으리라. 잎
시
등록일 2015.09.06
게재일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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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월미도 바다는 어머니 황색 저고리 눈발 사이 언뜻언뜻 남빛 치마폭 휘날리고 어느새 불빛 가득한 목포항구 박하사탕 문 아이 오도마니 서 있네 서해 끝에서 서해 끝으로 떠도는 몸 철야 끝 달려온 월미도 오래 전 어머니 긴긴 철야에 밥줄 매단 육 남매 시퍼런 목숨처럼 파도 밀려오네 끼룩대는 배고픈 갈매기 소리 사이 밤새 윙윙대던 기계 소리 사라지지 않네 노동현장에서 뜨겁게 시를 써온 노동자 시인 김해자의 시에는 치열한 투쟁의 목소리보다는 치유와 싸맴의 따스한 정신이 묻어난다. 철야 노동을 마치고 찾아간 월미도는 품어주고 상처받은 영육을 싸매주는 어머니의 품이다. 푸근히 안기고 싶은 사랑의 가슴인 것이다.
시
등록일 2015.09.03
게재일 201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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