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하

인간의 마을에서 살고 싶었다

집도 없고 절도 없던 그대, 아내를 만나

벽체를 이루고 지붕이 되어

비바람을 막듯이 낙숫물을 받듯이

체온을 나누며 미움도 쌓으며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었겠지

돈이 있어야 했다

돌아버리지 않으려면

아옹다옹 다투며 아득바득 부대끼며

체온을 나누며 음식을 나누며

살고 싶었으나

가족이여

우리(柵) 허물어진 가축들이여

그대 지금 미칠 도리밖에 없는….

삼국유사에 조신의 설화가 있다. 승려였던 조신은 꿈 속에서 인간적으로 꿈꾸던 욕망의 삶을 살다가 잠에서 깨어나 그 모든 것이 허망하고 허무한 것임을 깨닫고 구도에 정진했다는 설화다. 시인은 그 조신설화를 바탕으로 시를 전개하고 있다. 맞다, 돈 없으면 가축과 같은 삶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음이 현재의 문명현실이고, 그것을 극복하려면 재화를 얻기 위해 온갖 굴레에 갇혀 고생 고생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하는 시적 인식에 깊이 동의하고 싶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