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 현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라면

나지막하게라도 꽃을 피우겠습니다

꽃잎을 달고 향기도 풍기겠습니다

제 이름을 달지 못하는 꽃도 많습니다

토담 위라고 불만이 있을 리 없지요

속셈이 있어 빨강 노랑 분홍의 빛깔을

색색이 내비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메마르고 시든 일상에서 돌아와 그대

마음 환하게 열린다면 그만이겠습니다

몸을 세워 높은 곳에 이르지 못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세상 살아갑니다

사람들에게 화려한 빛깔이나 향기로 주목받지 못하는 채송화 같은 꽃들은 많다. 그저 어떤 상황에서라도 최선을 다해 꽃 피우고 제가 가진 향기와 고운 빛깔을 사람들에게 건네준다. 사람들 중에도 이런 채송화 같은 사람들이 있다. 별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겸허하고 소박하게 제 빛깔과 향기를 풍기면서 가만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들이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