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창 환

너는 지금 나와 함께 적송 기울어진 언덕 구름 속을 달리고 있는 이 저녁을 세상 마지막날까지 갖고 가리라. 너는 자전거를 타고 나는 걷고 있다. 새로 지은 뒷집 건너 뒷집 똥개 두 놈이 내가 발을 뗄 때마다 정확하게 두 번씩 짖어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천천히, 그 담장 아래서 쟁반을 돌리고 있는 접시꽃 곁을 지나간다. 그 곁에는 털이 송송한 강아지풀과 시들어 버린 쓴냉이들이 붉은 노을에 얼굴을 적시고 있다. 이 골목을 따라 산그늘에 이르면, 새로 이사 온 네 반 소라네 집 인정 많은 가족들과 함께 사는 산닭이 다 된 토종닭과, 그들의 손때 묻은 고구마 감자 파 고추 참깨가 농장이 있다. 페달에 힘을 주는 네 발이 규칙적으로, 때로 불규칙적으로 달리는 내 발과 같은 역학으로 굴러간다.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날아오를 듯이 너무나 즐거워하는 너는, 구르는 바퀴 아래 툭툭 튕겨나가는 돌멩이 한 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굴러가는지 관심이 없지만, 지금 너를 둘러싸고, 너를 이루어가고 있는 어느 한 순간도 그리움 아닌 것 없는 날이 곧 오리라.

어린 아들과 자전거를 타면서 소리없이 가만히 아이에게 말하는 형식을 취한 이 시는 따스하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삭막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 소박한 시골의 가장자리를 페달 밟아 돌면서 지금의 이 평화로운 삶의 여건들이 언젠가는 그리움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는 걱정스러움도 섞여있다. 사람다운 삶을 담아내고 있는 지금의 따스하고 정겨운 전원에서의 맛과 멋을 가만히 아이에게 일러주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