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석 현

진하다

추령재 넘다가

우연히 들른 백년찻집에서

마시는 대추차

한 잔

내 사랑도 이랬으면 좋겠다

비바람, 소나기, 천둥번개

주는 대로 받아먹고 붉어진

대추 몇 알이 우려낸

이 진한 맛

경주 보문관광단지에서 감포로 넘어가는 길에 추령고개가 있다. 일명 관해동고개라고도 하는데 지금은 터널이 생겨 쉬 넘어갈 수 있지만 굽이진 옛길 그 고개마루에 백년찻집이 있다. 봄꽃과 가을 단풍이 고운 거기서 시인은 대추차 같은 은근하고 진한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시련에도 단단히 매달려 붉고 맛스러움을 가득 품은 붉은 대추를 우려낸 차 한 잔에서 시인은 그런 깊고 그윽한 사랑을 염원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