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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된 딸이 생선을 먹다가 목에 가시가 걸렸다 밥 한 숟가락을 떠 씹지 말고 삼키라고 했다 딸아이는 울며 입속의 밥을 연신 우물거린다 씹지 말고 삼켜라 그냥 씹지 말고! 어릴 적 나도 호되게 생선가시 하나가 목에 걸린 적이 있다 밥이 삼켜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직접 밥 한 숟가락을 떠 꿀꺽, 씹지도 않고 삼켜 보였다 그리고 아, 입을 벌려 당신의 입속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지금은 이승에 계시지 않은 아버님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스민 참 착한 시 한 편을 본다. 필자가 만난 고영민 시인의 심성은 그지없이 착하고 순하고 진실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제는 시인이 아버지가 되어 아이를 양육하지만 돌아가신 부모님의 그 정성과 사랑, 헌신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따스하고 아름다운 시편이다.
시
등록일 2017.07.18
게재일 201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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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인데 왜 죽어야 했나 스물두 살에 왜 죽어야 했나 일흔일곱 살에도 왜 죽어야 하나 꽁지 톰방한 저 어린 숲종다리는 오늘 아침 어디서 왔나 평생을 인식론과 존재론 같은 인간실존의 문제를 가르치며 시를 써온 노시인이 쓴 시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 묻어난다.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생명을 얻어 태어나고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에 이른다는 평범한 진리지만 시인은 어린 숲종달새를 바라보면서 자신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가만히 묻고 있는 것이다. 잔잔한 감동의 울림이 번지는 아침이다.
시
등록일 2017.07.17
게재일 201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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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어간다는 것은 마음 열어 주변과 섞인다는 뜻이다 섞인다는 것은 저마다의 색을 풀어 닮아간다는 것 이니 찬바람이 불 때마다 밀었다당겼다 밀었다당겼다 닫힌 마음이 열릴 때까지 서로의 체온을 맞춰가는 것이다 태양이 어둠을 받아들이는 것도 봄꽃이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내는 것도 마음이 닮아가는 것이고 마음이 닮았다는 것은 편하다는 것이고 편하다는 것은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네가 아프면 곧 내가 아프다는 것이다 자신을 들여다보며 남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자신을 단단히 가둬뒀던 시간들에 대한 성찰이 나타난 시다. 인생은 관계의 연속이 아닐까. 도처에 있는 너는 나이고 하나였던 나는 수많은 너라는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으로 주변과 화해하고 소통하며 아름다운 관계를 이뤄가고자하는 시인의 진솔한
시
등록일 2017.07.16
게재일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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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또 어디로 기어 갈 것인가 아직 돌도 안 지난 아이를 노모께 맡기고 겨우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큰애가 문에 서서 빨리 다녀오라고 민들레처럼 손을 흔들 때 자주 오지 못하리란 말일랑 차마 못 하고 손을 마주 흔들라 돌아서며 아내여, 당신을 생각했다 이 싸움은 죽어서도 끝날 수 없는 싸움임을 생각했다 세상을 옮겨간 당신까지 다시 돌아와 아이들을 지켜주어야 하는 싸움임을 생각했다 슬픔보다는 비장함이어야 한다 어린 두 아이와 노모를 남겨두고 서른 두 살의 꽃다운 아내를 사별한 시인의 애절한 심정이 가슴 저미게 하는 순애보다. 아내를 보내고 난 뒤 앞에 놓인 멀고도 험한 길을 그는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절망으로 주저앉지 않고 흐트러짐 없이 곧은 걸음으로 현실을 헤쳐나가겠다는 단단히 결심하고 맹세하는 눈물
시
등록일 2017.07.13
게재일 201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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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살갗 비비며 우는 바다 바다는 제 몸 닿는 곳이면 언제든 운다 미친 듯이 운다 가끔은 훌쩍거리지만 늘상 그리움 못 견뎌 제 살 물어뜯으며 운다 샛바람같이 운다 지나치는 바람엔 객기일 뿐이라고 칭얼거리면서 신음하듯 운다 퍼렇게 멍든 바다의 상처는 얼마나 깊을까 파도 한 움쿰 손에 담아 본다 멍든 자국은 보이질 않는다 바다는 하늘을 너무 닮아 상처를 삭이면서 우나 보다 유리알같이 투명한 바다 그래서 바다는 이유 없이도 우는가 보다 가만히 바다의 소리에 귀 기울여 처연히 울고 있는 바다의 울음소리를 건져올리는 시인의 간절함을 본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달리 들려오는 물 치는 소리지만 시인은 퍼렇게 멍든 바다의 상처에 집중하고 있음을 본다. 그것은 한 세상 살아오느라 멍들고 상처 입
시
등록일 2017.07.12
게재일 201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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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죽 때죽 꽃들이 피기 시작했네 짐승의 유월, 독오른 풀들이 발목을 휘감고 나는 그녀의 강가를 걸었네 삭아가는 타이어처럼 둥근 달 물은 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지 때죽꽃 냄새를 확 풍기는 그녀 길 밖에 그녀를 눕혔네 사랑해 씨팔, 때죽꽃이 피고 있었네 글러 굴러도 발광하지 않는 달 찢겨진 구름이 느릿느릿 지나갔네 살 썩는 냄새 보릿대 타는 소리 때죽꽃이 피고 있었네 닭이 울고 묵은 갈대는 쇠스랑처럼 몸을 할퀴고 도둑괭이 한 마리 나를 보고 있었네 때죽꽃이 피고 있었네 썩어가는 짐승의 피 때죽 때죽 불타고 있었네 시 전체는 때죽꽃이 피는 밤으로 설정된 목가적인 분위기의 시처럼 보이지만 시인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연가풍의 이 시 속에는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언어와 정서가 섞여있음을 본다. 형편없이 망가지고
시
등록일 2017.07.11
게재일 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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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흐린 우산을 쓰고 흐린 케이크 가게를 찾는다 온통 흐린 크림으로 온통 흐린 꽃으로 무지 흐린 향으로 맛을 낸 우울 케이크를 혀로 핥아먹는다 가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이 조심조심 스며든다 우울이 우물우물해진다 말랑해진 우울과 팔짱을 낀다 우울의 겨드랑이를 만지며 우울과 입맞춤을 하며 우울과 이마를 맞대며 우울히 웃는다 와 사이에 서서 달콤달콤 이야기를 나누고 와 을 주머니에 넣고 명랑명랑 다시 거리로 나선다 시인은 우울이라는 심리현상을 거부하거나 그것 때문에 주저앉고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우울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길을 찾는다. 시인은 그 길을 우울과 함께 하고 그 우울을 삶의 한 조건이거나 여건으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어울리면서 삶의 변주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비단 우울뿐만 아닐 것이다.
시
등록일 2017.07.10
게재일 201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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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져 물이 차오르는 밀물이 드는 조그마한 포구에서 시인은 인생을 느낀다. 포구에 정박한 두 배를 바라보며 시인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를 위로해주고 함께해주는 느낌을 받는다. 거센 물결이 이는 바다같은 우리네 힘겨운 인생길에서 서로의 상처를 위무해주는 아름다운 동행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7.07.09
게재일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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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사라지고 싶은 길을 따라 하늘 저편을 올려다보면 너무 투명해서 눈부신 바람이 깃털처럼 나부끼며 둥글어지는 것이 보인다 거기 앉아 있는 새는 햇살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 햇살이 새 속에서 숨 쉬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지랑이처럼 아슬아슬하게 비껴 사라지는 저것들은? 너무 깨끗해 미칠 것 같은 하늘 끝에 잠자리 날개 같은 슬픔이 걸려 있다 푸르른 하늘이 너무 투명해서 풍덩 빠지고 싶은 유혹을 받을 때가 있다. 시인은 투명한 하늘을 보고 세상을 끝내도 좋으리 만큼 감탄하며 아름다운 슬픔에 빠진다. 그 아름다움은 오래 존재하지 않음에 슬퍼지고, 그 슬픔을 느끼는 우리네 인생도 오래 존재하지 못함을 느끼고 또 슬퍼지는 것이다. 투명한 슬픔은 어쩌면 황홀한 허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
등록일 2017.07.06
게재일 201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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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지는 수면 연못 큰방 벤치에서 바삭거리는 잠자리 날개를 집어 들었지 자신에게 집중하는 자세로 한참 동안 절하던 잠자리였지 그동안 나는 나일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지 그걸 잊고 살았지 잠자리 날개가 움찔할 때마다 내 몸으로 떨림이 증폭되어 펴졌지 이제는 오지 않아도 될 애인을 기다렸지 오래전에 요절한 추억을 기다렸지 먼지들이 더러운 물에 끌려가는 여름 한낮 그늘이었지 시의 처음에 나오는 수면은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매체다. 시인은 낮아지는 수면을 바라보면서 무심히 이어졌던 자신의 시간들을 바라보며 깊이 자신에게로 돌아가고 있음을 본다. 잠자리 날개의 움찔거림도 마찬가지,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계기를 제공하는 사물이다. 사느라고 바쁘고 무심했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자신에게로 돌아가 보는 진지한 시간
시
등록일 2017.07.05
게재일 201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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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 년 모래와 싸워 삽십 센티 자란 풀덤불 하나 귀입니다 덤불을 안고 끝없이 가야하는 모래톱도 바늘집 뒤지며 살아가는 전갈도 사막여우도 귀, 귀입니다 그래서 수만 년 전 얘기가 잘 들립니다 수만 년 후 목소리도 잘 들립니다 모래는 쪼개짐을 반복해 모래로 남고 그 모래들이 펼쳐져서 사막이 되는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무한의 시간을 청각의 파동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본다. 소멸과 생성의 과정은 자연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무수한 사물과 자연의 세계가 이러한 과정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7.07.04
게재일 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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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안주로 먹으려고 사온 조개를 수돗물에 담그자 그것들 일제히 입을 다문다 몸 밖은 죽음 제 안의 어둠을 파먹으며 이승의 삶을 잠시 버티는, 그 불에 닿자 퍽 소리를 내며 다 놓아 버리는 온몸을 환히 열어 보이는 악착같이 잡고 있던 것이 생(生)이라는 암흑이었구나 조개를 구우며 시인은 새로운 깨달음 곧 사물의 존재론적 의미를 인식하는 생각에 이르고 있다. 조개는 다가오는 죽음에 저항하기 위해 입을 다문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암흑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빛이 아니라 또 다른 암흑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우리들 삶과 죽음의 이면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시
등록일 2017.07.03
게재일 20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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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만 잊을 때가 되었다 싶은데 아예 병이 되었다 별 되었다 멀리서 미미하게 반짝거리는 청람빛 저물녘 거리 손바닥만한 창에 종이꽃 오려붙인 찻집 그 창문으로 얼비치는 깊고 검은 눈빛 내 눈과 마주치면서 얼른 고개 돌리던 가무잡잡한 소녀 긴 목덜미 날이 갈수록 새록새록 반짝거려서 큰일이다 짧은 일정 속 만불사 관람뿐이었는데 절 바깥만 보고 왔으니 단단히 장체에 붙들린 셈이다 두고 온 중요한 물건이나 있는 것처럼 언젠가 다시 가야 할 곳처럼 문득문득 지도 펼쳐놓기 일쑤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지구 저편이 아니라 만 명 넘게 부처가 사는 별이다 티벳 여행 중 장체의 어느 골목길에서 시인은 영원의 시간을 느끼고, 그의 영혼을 붙잡는 어떤 마력 같은 것을 시로 풀어내고 있다. 그는 만불사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지만
시
등록일 2017.07.02
게재일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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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에 앉아 건너편에 앉은 잠자리와 힘을 겨룬다 조금씩 다가갈수록 무거워지는 잠자리의 몸통 시소가 잠자리 쪽으로 기운다 대롱대롱 매달린 두 발을 흔들며 온몸을 뻗어 손가락을 내미는데 번쩍, 수많은 겹눈이 나에게 광선을 쏘아댔다 강철 잠자리의 비록 자연 속의 미물일지라도 나름의 무게가 있다. 존재의 무게는 소중하고 엄격하다. 어찌 잠자리의 무게를 무게라고 칭할 수 있으랴만, 분명히 그의 생명을 담아내는 그릇에는 무게가 있다. 시인은 존재의 가치 혹은 소중함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 세상 삼라만상이 자기만의 존재 가치 혹은 정중한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코 소홀히 여기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그 무엇을 품고 있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7.06.29
게재일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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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아홉에 집 떠난 소라게 한 마리 어젯밤 부엉이처럼 울었다 나이 쉰이 차도록 집 밖에서 떠돌다 문득 돌아오던 밤 그 소라게 따라 아버지의 고동을 벗어나려 나는 일만 번 쯤 문턱 드나들었다 그게 내 집인 줄 모르고 내 품에서 소라게 몇 마리 꿈틀거리는 줄 모르고 내 옆구리에 집게손이 자라면서 아버지는 가슴을 뚫어 유리창을 달았다 내게 처음으로 가을을 보여 준 것이다 그 가을이 마흔 번째 지나도록 나는 아버지의 고동 속으로 단풍잎만한 가을조차 물어들이지 못했다 오늘 아침 아버지의 고동에선 썩은 살 냄새가 풍긴다 내가 무사하다는 뜻이다, 아버지가 아니라 내 품속의 소라게가 무사하다는 뜻이다 소라게에게 소라는 생명의 요람이요 삶의 근거이기도 하다. 시인이 말하는 소라게는 자신을 포함한 자식이고 소라는 그들을
시
등록일 2017.06.28
게재일 201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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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 호텔 뒷골목에는 밤만 되면 형형색색으로 아름다운 꽃이 핍니다 이화장, 목련장, 동백장…. 사철 시들 일도 없고 봄여름 구별 없이 여기서는 일년 내내 염문처럼 만발한 꽃이 핍니다 (중략) 그 휘황한 헛꽃에 속아보고 싶은 그런 허공의 꽃들은 다들, 어둠 속에서 향기보다 지독한 불빛을 풍기나 봅니다 그래선지 밤만 되면 내 몸은 어디론가 불려가고 싶고 이화장, 목련장, 동백장…. 그 흐드러진 불빛 따라 나방처럼 퍼드득 날아들고 싶어집니다 밤마다 형형색색의 불을 밝히는 여관촌의 풍경을 보고 인간의 본능적 에로티시즘의 욕망을 정직하게 그려내고 있는 시다.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는 여관들의 풍경은 이제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 화려한 불빛들 속에 내재된 현실적 도덕적 원칙을 벗어나 쾌락원
시
등록일 2017.06.27
게재일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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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은 역시 보이지 않는다 밤은 깊다 살아도 알아도 서투른 곳 이 밤의 마지막 등불 끄고 침대로 간다 잠을 자려고 잠이 들면 보일까 보이지 않는 것은 한 때 지역의 포스텍에서 강의를 하셨던, 우리 시대의 진정한 철학자이며 시인이었던 선생이 얼마 전 타계하셨다. 이 시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와 만나기란 얼마나 힘든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가진 절실하고 끊임없는 욕망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이승을 떠날 때까지 이 문제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궁구의 시간들을 보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모두의 운명적인 의문이고 숙제가 아닐까.
시
등록일 2017.06.26
게재일 201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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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실은 바람은 파도를 놓기 시작한다 파도가 해시시 곤두박질치는 동안 그녀가 오므려 발부터 씻는다 불길하게 따라왔을 발목이 붉다 맨손으로 제안에 것 샅샅이 문지르는 일, 뜨물이 된 물은 서해로 흘러 쌓였을 때 이승은 화창하고 경쾌해야 했다 그녀가 다 씻김으로 흔적은 절정 중이어서 하얗게 여문 소금을 모으는 한 남자가 있다 뜨겁고 매끄러운 살을 혀로 감탄하는 어느 염부의 뻘밭 같은 생애가 드디어 달처럼 올라 서해 염전이 있는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여인을 짠 바닷바람이 스치고 있다. 시인의 시선은 소금을 모으는 염전 염부의 힘겨운 노동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바닷물이 햇빛과 뜨겁게 만나 끝내 여문 소금에 이르는 그 절정의 시간을 놓치지 않고 있음을 본다. 그 절정의 순간 하얀 결정체에 이른 소금을 보며 뻘
시
등록일 2017.06.25
게재일 20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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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산업 봉강공장 사내들 기름때 절어 광택 없는 낡아도 빛나는 안전화 고흐의 낡은 구두는 수십 억 나가는데 청춘을 자식을 남겨둔 부모 가슴 다독이며 시뻘건 쇳물 타넘는 그들의 워커가 빛나던 그 시대 봉강공장 노동자들의 안전화를 모티브로 그들의 빛나는 노동의 가치 혹은 묵묵히 한 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정신을 그려내는 시다. 고흐의 구두는 빛나는 예술적 가치를 품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볼품없는 안전화는 재해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주고 그들 청춘의 진액이 녹아있고 자식과 부모의 생계와 함께하는 빛나는 거룩한 구두가 아닐 수 없다.
시
등록일 2017.06.22
게재일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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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수평선을 허리에 두르고 마치 사실인 듯 피처럼 붉은 물을 뚝뚝 흘리며 온몸에 전구 같은 심장을 수없이 달고 박동 소리로 말한다 마치 기계처럼, 쇳소리 같은, 소리를 내며 냉정한 여자인 듯 처럼에게 끝까지 다가가려는 처럼처럼 그러나 처럼이 되지 못하는 처럼처럼 같은에 한 발 물러선 같은 것은 그래도 같은이 되지 못하는 같은 같은 인 듯은 인 듯에 붙어서 인 듯한 듯 어쩌면 인 듯인 듯이 아니 듯 처럼도 아닌 것처럼 같은도 아닌 것 같은 인 듯도 아닌 듯인 듯 그녀는 수평선을 허리에 두르고 붉은 물을 뚝뚝 흘린다 온몸에 반짝이는 심장을 달고 심장박동으로 말한다 냉정하게 인간이 아무리 애쓴다 해도 의도하는 대로 될 수 없고 넘을 수 없는 어떤 한계를 지적하는 시인정신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같은,
시
등록일 2017.06.21
게재일 201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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