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 흠

때죽 때죽 꽃들이 피기 시작했네

짐승의 유월, 독오른 풀들이 발목을 휘감고

나는 그녀의 강가를 걸었네

삭아가는 타이어처럼 둥근 달

물은 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지

때죽꽃 냄새를 확 풍기는 그녀

길 밖에 그녀를 눕혔네

사랑해 씨팔, 때죽꽃이 피고 있었네

글러 굴러도 발광하지 않는 달

찢겨진 구름이 느릿느릿 지나갔네

살 썩는 냄새 보릿대 타는 소리

때죽꽃이 피고 있었네 닭이 울고

묵은 갈대는 쇠스랑처럼 몸을 할퀴고

도둑괭이 한 마리 나를 보고 있었네

때죽꽃이 피고 있었네

썩어가는 짐승의 피

때죽 때죽 불타고 있었네

시 전체는 때죽꽃이 피는 밤으로 설정된 목가적인 분위기의 시처럼 보이지만 시인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연가풍의 이 시 속에는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언어와 정서가 섞여있음을 본다. 형편없이 망가지고 오염되어가는 현대 문명의 패악과 독성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문명의 야만성에 대한 우려라는 시인 정신이 내재되어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