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종 환

새해엔 또 어디로 기어 갈 것인가

아직 돌도 안 지난 아이를 노모께 맡기고

겨우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큰애가 문에 서서

빨리 다녀오라고 민들레처럼 손을 흔들 때

자주 오지 못하리란 말일랑 차마 못 하고

손을 마주 흔들라 돌아서며

아내여, 당신을 생각했다

이 싸움은 죽어서도 끝날 수 없는 싸움임을 생각했다

세상을 옮겨간 당신까지 다시 돌아와

아이들을 지켜주어야 하는 싸움임을 생각했다

슬픔보다는 비장함이어야 한다

어린 두 아이와 노모를 남겨두고 서른 두 살의 꽃다운 아내를 사별한 시인의 애절한 심정이 가슴 저미게 하는 순애보다. 아내를 보내고 난 뒤 앞에 놓인 멀고도 험한 길을 그는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절망으로 주저앉지 않고 흐트러짐 없이 곧은 걸음으로 현실을 헤쳐나가겠다는 단단히 결심하고 맹세하는 눈물겨운 시인의 의지를 읽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