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복 연

이젠 그만 잊을 때가 되었다 싶은데

아예 병이 되었다 별 되었다

멀리서 미미하게 반짝거리는

청람빛 저물녘 거리

손바닥만한 창에 종이꽃 오려붙인 찻집

그 창문으로 얼비치는 깊고 검은 눈빛

내 눈과 마주치면서 얼른 고개 돌리던

가무잡잡한 소녀 긴 목덜미

날이 갈수록 새록새록 반짝거려서 큰일이다

짧은 일정 속 만불사 관람뿐이었는데

절 바깥만 보고 왔으니

단단히 장체에 붙들린 셈이다

두고 온 중요한 물건이나 있는 것처럼

언젠가 다시 가야 할 곳처럼

문득문득 지도 펼쳐놓기 일쑤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지구 저편이 아니라

만 명 넘게 부처가 사는 별이다

티벳 여행 중 장체의 어느 골목길에서 시인은 영원의 시간을 느끼고, 그의 영혼을 붙잡는 어떤 마력 같은 것을 시로 풀어내고 있다. 그는 만불사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지만 시인은 장체에서의 순간을 불멸화하여 영원의 시간으로 각인시켜 놓고 있는 것이다. 추억과 신비의 장체 골목길에 시인의 눈도 마음도 영혼까지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