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춘 수

열세 살인데 왜 죽어야 했나

스물두 살에 왜 죽어야 했나

일흔일곱 살에도 왜 죽어야 하나

꽁지 톰방한 저 어린 숲종다리는

오늘 아침 어디서 왔나

평생을 인식론과 존재론 같은 인간실존의 문제를 가르치며 시를 써온 노시인이 쓴 시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 묻어난다.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생명을 얻어 태어나고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에 이른다는 평범한 진리지만 시인은 어린 숲종달새를 바라보면서 자신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가만히 묻고 있는 것이다. 잔잔한 감동의 울림이 번지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