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영 석

시소에 앉아

건너편에 앉은 잠자리와 힘을 겨룬다

조금씩 다가갈수록 무거워지는

잠자리의 몸통

시소가 잠자리 쪽으로 기운다

대롱대롱 매달린 두 발을 흔들며

온몸을 뻗어 손가락을 내미는데

번쩍,

수많은 겹눈이 나에게 광선을 쏘아댔다

강철 잠자리의

비록 자연 속의 미물일지라도 나름의 무게가 있다. 존재의 무게는 소중하고 엄격하다. 어찌 잠자리의 무게를 무게라고 칭할 수 있으랴만, 분명히 그의 생명을 담아내는 그릇에는 무게가 있다. 시인은 존재의 가치 혹은 소중함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 세상 삼라만상이 자기만의 존재 가치 혹은 정중한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코 소홀히 여기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그 무엇을 품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