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영 민

여섯 살 된 딸이 생선을 먹다가 목에 가시가 걸렸다 밥 한 숟가락을 떠 씹지 말고 삼키라고 했다 딸아이는 울며 입속의 밥을 연신 우물거린다 씹지 말고 삼켜라 그냥 씹지 말고!

어릴 적 나도 호되게 생선가시 하나가 목에 걸린 적이 있다 밥이 삼켜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직접 밥 한 숟가락을 떠 꿀꺽, 씹지도 않고 삼켜 보였다 그리고 아, 입을 벌려 당신의 입속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지금은 이승에 계시지 않은 아버님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스민 참 착한 시 한 편을 본다. 필자가 만난 고영민 시인의 심성은 그지없이 착하고 순하고 진실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제는 시인이 아버지가 되어 아이를 양육하지만 돌아가신 부모님의 그 정성과 사랑, 헌신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따스하고 아름다운 시편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