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창 환

걷다가 사라지고 싶은 길을 따라

하늘 저편을 올려다보면

너무 투명해서 눈부신 바람이

깃털처럼 나부끼며 둥글어지는 것이

보인다

거기 앉아 있는 새는

햇살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

햇살이 새 속에서

숨 쉬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지랑이처럼

아슬아슬하게 비껴 사라지는

저것들은?

너무 깨끗해 미칠 것 같은

하늘 끝에

잠자리 날개 같은

슬픔이 걸려 있다

푸르른 하늘이 너무 투명해서 풍덩 빠지고 싶은 유혹을 받을 때가 있다. 시인은 투명한 하늘을 보고 세상을 끝내도 좋으리 만큼 감탄하며 아름다운 슬픔에 빠진다. 그 아름다움은 오래 존재하지 않음에 슬퍼지고, 그 슬픔을 느끼는 우리네 인생도 오래 존재하지 못함을 느끼고 또 슬퍼지는 것이다. 투명한 슬픔은 어쩌면 황홀한 허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