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규 승

그녀는 수평선을 허리에 두르고 마치 사실인 듯

피처럼 붉은 물을 뚝뚝 흘리며

온몸에 전구 같은 심장을 수없이 달고

박동 소리로 말한다

마치 기계처럼, 쇳소리 같은, 소리를 내며 냉정한 여자인 듯

처럼에게 끝까지 다가가려는 처럼처럼

그러나 처럼이 되지 못하는 처럼처럼

같은에 한 발 물러선 같은 것은

그래도 같은이 되지 못하는 같은 같은

인 듯은 인 듯에 붙어서 인 듯한 듯

어쩌면 인 듯인 듯이 아니 듯

처럼도 아닌 것처럼

같은도 아닌 것 같은

인 듯도 아닌 듯인 듯

그녀는 수평선을 허리에 두르고

붉은 물을 뚝뚝 흘린다

온몸에 반짝이는 심장을 달고

심장박동으로 말한다 냉정하게

인간이 아무리 애쓴다 해도 의도하는 대로 될 수 없고 넘을 수 없는 어떤 한계를 지적하는 시인정신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같은, 인 듯, 처럼이라는 언어를 아무리 바꾸어가며 붙인다해도 똑같은 상황이나 상태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극복할 수 없는 운명적 인간의 한계인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