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윤 학

낮아지는 수면

연못 큰방 벤치에서 바삭거리는

잠자리 날개를 집어 들었지

자신에게 집중하는 자세로

한참 동안 절하던 잠자리였지 그동안

나는 나일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지

그걸 잊고 살았지 잠자리 날개가 움찔할 때마다

내 몸으로 떨림이 증폭되어 펴졌지

이제는 오지 않아도 될 애인을 기다렸지

오래전에 요절한 추억을 기다렸지 먼지들이

더러운 물에 끌려가는 여름 한낮 그늘이었지

시의 처음에 나오는 수면은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매체다. 시인은 낮아지는 수면을 바라보면서 무심히 이어졌던 자신의 시간들을 바라보며 깊이 자신에게로 돌아가고 있음을 본다. 잠자리 날개의 움찔거림도 마찬가지,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계기를 제공하는 사물이다. 사느라고 바쁘고 무심했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자신에게로 돌아가 보는 진지한 시간들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