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 산

열 아홉에 집 떠난 소라게 한 마리 어젯밤 부엉이처럼 울었다

나이 쉰이 차도록 집 밖에서 떠돌다 문득 돌아오던 밤

그 소라게 따라 아버지의 고동을 벗어나려 나는 일만 번 쯤 문턱 드나들었다

그게 내 집인 줄 모르고

내 품에서 소라게 몇 마리 꿈틀거리는 줄 모르고

내 옆구리에 집게손이 자라면서 아버지는 가슴을 뚫어 유리창을 달았다

내게 처음으로 가을을 보여 준 것이다

그 가을이 마흔 번째 지나도록

나는 아버지의 고동 속으로 단풍잎만한 가을조차 물어들이지 못했다

오늘 아침 아버지의 고동에선 썩은 살 냄새가 풍긴다

내가 무사하다는 뜻이다, 아버지가 아니라

내 품속의 소라게가 무사하다는 뜻이다

소라게에게 소라는 생명의 요람이요 삶의 근거이기도 하다. 시인이 말하는 소라게는 자신을 포함한 자식이고 소라는 그들을 태어나게 해주고 자라고 양육시켜 성인이 되어 또 다른 소라게의 소라가 되게 해주는 부모를 일컫는다. 운명적으로 이어지는 소라게 소라의 고리를 따스하고 절절한 서정으로 그리고 있다. 아버지 고동에서 썩은 살 냄새가 나고 돌아가시면 다시 자신이 소라가 되어 어린 소라게들을 품고 지키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