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숲·바위 절묘한 조화, 대도시 근교에 이런 산이…

▲ 대구의 진산으로 소문난 팔공산은 최고봉인 비로봉(1천193m)을 중심으로 양쪽에 동봉과 서봉이 있고 특히 동화사나 갓바위 등 명소가 있어 대학입시철이면 전국에서 찾아드는 학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유명한 산이기도 하다.
▲ 대구의 진산으로 소문난 팔공산은 최고봉인 비로봉(1천193m)을 중심으로 양쪽에 동봉과 서봉이 있고 특히 동화사나 갓바위 등 명소가 있어 대학입시철이면 전국에서 찾아드는 학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유명한 산이기도 하다.

여름이 지나가는 시기의 등산은 안도감을 준다. 매주 등산을 다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느끼는 공통점일 텐데, 무더운 한여름을 보내고 겨울이 오기 전까지 얼마동안은 좋은 날씨가 이어져 쾌적함 속에서 등산을 할 수 있다는 기분 때문이다.

그래도 올 여름은 비가 내리는 시기가 많았고, 혹서기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아서 작년에 비해서는 편한 등산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여름철이 다 가지 않고 주변에서 매미 울음이 처렁처렁 들려오기는 하지만 울음 우는 게 시원찮게 들리니 가을이 가까이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주 등산은 중국 설보정 트레킹을 다녀와서 몸살이 난 탓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거를까 몇 번 망설이다가 한번 게으름을 피우게 되면 계속 그런 마음이 들기에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지만 가까운 곳으로 다녀오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산이 대구 팔공산이다. 가까이 살면서 명산이라고 하는 팔공산 정상은 오르지 못했다. 필자가 대구에 살지 않고 다른 곳에 살았더라면 산악회 멤버들과 팔공산 등산은 벌써 했을 것인데, 가까이 있다고 자꾸 미루다보니 그렇게 됐던 것이다.

암벽·숲·나무의 순탄한 코스로 능선마다 삐쭉 솟은 암봉에 취해
대학입시철이면 동화사·갓바위 등에 전국 학부모들로 인산인해


팔공산은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몰린다. 특히 동화사나 갓바위 등 명소가 있어 대학입시철이면 전국에서 학부모들이 찾아와 기원하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대구의 진산으로 소문나 있는 팔공산은 행정구역이 대구와 경북 영천시와 군위군의 경계로 이뤄져 있으며 1천193m높이의 산 정상부를 중심으로 양쪽에 동봉과 서봉이 있다.

대표적인 등산로로 제1노선은 매표소-동화사-부도암-염불암-동봉, 제2노선은 은해사-백흥암-인봉-갓바위-주차장, 제3노선은 파계재-동봉-인봉-백흥암-은해사로 이어진다.

인근에 높고 낮은 산들이 많고 능선들이 여러 갈레여서 그밖에도 등산코스들이 많은데, 산행 들머리로 수태골, 파계사, 부인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몸 컨디션 등을 감안해 이번만큼은 좀 가볍게 등산하기로 하고 먼저 동화사 국민관광단지로 갔다. 그곳에서 동봉에 올라 내려오는 길에 동화사에 들리기로 했다.

팔공산 등산코스 중에서 등산 애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는 수태골에서 출발해 비로봉과 동봉에 올랐다가 염불봉을 타고 하산해 동화사로 내려오는 코스인데, 대체로 무난한 편이다.

또한 비로봉과 동봉으로 다소나마 편하게 가는 방법은 수태골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신림봉에 내려서 낙타봉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인데, 등산과 함께 관광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번엔 필자 홀로 등산하다 보니 쉬엄쉬엄 팔공산 경관을 구경할 겸 해서 케이블카를 타보기로 했다. 표를 구입하니 편도요금이 4천500원이다. 표를 구입해서 승차하고선 산에 오른다.

케이블카 종착지에 도착하기까지 약 8분 정도가 걸리지만 짧은 시간 내에서도 팔공의 자연과 함께 체공의 스릴감을 맛볼 수 있어 좋다. 동화사 경내와 통일대불상도 보인다.

신림봉에 자리한 정상전망대에서 내려서 주변을 살펴보니 팔공산의 진면목들이 펼쳐지고 있다. 올라갈 동봉 능선과 멀리 산들의 모습과 저 아래 동화사나 인근의 마을이 펼쳐진다.

▲ 팔공산 동봉 등산 중 만나는 암릉 타기 코스.
▲ 팔공산 동봉 등산 중 만나는 암릉 타기 코스.

위쪽을 보니 동봉으로 오르는 중턱에 낙타봉이 버티고 서 있는데 거리로는 600m정도다. 쉬고서는 내리막길로 내려갔다가 다시 가파른 길로 올라 낙타봉에 도착했는데 20분이 걸렸다.

팔공산 산등성이에 마치 낙타의 혹처럼 솟아 있다고 해서 이 길을 지나다니던 등산객들이 낙타봉이라 이름 붙였는데, 지금은 일반화되어 봉우리 이름으로 자리잡게 됐다.

낙타봉에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종전에는 봉우리가 좁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몇 사람 서 있을 수가 없던 곳이라고 한다. 대구시가 등산객 사고를 막기 위해 목재테크로 그 자리를 넓히고 난간을 설치했는데 여러 사람들이 안전하게 주변 경관을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여기서부터 비로봉과 동봉으로 오르는 능선과 아래에는 사이사이에 거대한 암벽이 펼쳐진다.

서울 북한산의 인수봉처럼 오르기가 어렵고 위험한 암벽이 아니라 비교적 순탄한 등산코스라서 암벽 등산을 좋아하는 전국의 등산인들이 팔공산을 찾을 때 이 코스를 선호한다고 한다.

쉬엄쉬엄 쉬면서 가다보니 이 암벽들은 주변의 숲과 나무들과 멋진 조화를 이루어내면서 자연풍광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 모습들이 팔공산의 자랑이기도 하다.

▲ 산등성이가 낙타의 혹처럼 솟았다 해 이름 붙여진 낙타봉.
▲ 산등성이가 낙타의 혹처럼 솟았다 해 이름 붙여진 낙타봉.

낙타봉에서 능선을 타고 1.3km정도 올라가니 철탑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800m 가면 비로봉과 동봉으로 오르는 삼거리가 나타난다.

동봉 쪽으로 바라다보니 산 능선마다 비쭉비쭉 솟아난 무더기 암봉들의 모습에서 바위의 절묘함을 새삼 느껴본다.

계속 걸어가니 다시 삼거리가 나온다. 왼편으로 가면 400m 거리에 비로봉과 그 주변에 통신탑들이 있고 오른편으로는 300m 거리에 동봉이 있다.

동봉코스가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그래서 필자는 비로봉 코스는 나중에 컨디션이 좋을 때 다시 한번 오르기로 하고 동봉으로 향한다. 절벽 길을 따라 오르고 계단을 지나서 동봉에 도착했다. 위험한 길은 잘 다듬어져있다.

정상에는 이미 다른 등산팀들이 도착해 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필자는 정상 밑에서 주변을 살펴보다가 차례가 되어 산행 올 때 가져온 `독도사랑산악회` 기를 들고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영토 독도알리기 행사를 했다.

▲ 팔공산 동봉 정상에서 독도사랑 캠페인에 나선 필자.
▲ 팔공산 동봉 정상에서 독도사랑 캠페인에 나선 필자.

많은 사람들이 독도사랑 산악회에 대해 관심을 보여주어 지역의 독도사랑운동본부 총책을 맡고 있는 필자로서 기쁘고 흐뭇한 마음이 든다.

이제 독도사랑은 단체나 일부 개인들이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마음속에서 애국심의 발로로 자연스럽게 독도는 우리 국민의 일상화에서 사랑운동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동봉에서 서면 전망이 탁 틔어져 팔공산뿐만 아니라 멀리 인근의 산들이 오밀조밀하게 펼쳐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앞 비로봉과 서봉, 파계봉이 일렬로 섰고, 반대편으로 보면 신령재 너머 `갓바위` 관봉과 함께 멀리 산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멀리서 보니 갓바위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다. 등산객들도 있을 테고 오늘이 일요일이라 정성을 들이러온 신도들도 많을 것이다. 동봉 정상 밑에서 잠시 쉬면서 팔공산 등산의 이모저모를 생각해본다.

“가까이 있어도/ 오르지 못했던 팔공산에/ 오늘은 조용히 올랐다. 팔월 중순이라 아직 무덥지만/ 동봉에 올라서보니/ 한여름의 끝이 서서히/ 물러서고 있는 기분이 든다.// 옛 사람들은 갓바위에서/ 기우제를 올렸다 한다./ 부처가 자리한 장소가/ 땅 위에서는 가장 높아/ 하늘과 가장 가깝다는 이유였다./ 호국의 땅, 팔공산에 올라/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자작시 `팔공산에서`전문)

산에 올라올 때는 다소 더웠지만 산 위에서 쉬면서 땀을 닦고 바람에 말리다보니 한여름의 무더위가 지나간 듯 한데 가을이 가까이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동봉을 내려서서 900m 지점에 있는 염불붕에 올랐다가 거기서 직진하면 신령재와 갓바위가 나오는데, 필자는 바로 아래 하산 코스를 택해 동화사 쪽으로 내려선다. 염불봉 밑의 하산코스는 조금 위험한 편이어서 조심조심 내려 왔다.

내려오면서도 암릉에서는 천천히 내려서고 등산길에서는 발걸음을 재촉해 연불암과 내원암을 거쳐 부도암까지 내려서니 염불봉에서 1.6km 거리다.

길을 재촉하여 동화사 입구에 도착했다. 산행을 한지 4시간이 지났고 여기까지 거리로는 총 7.3kn였다.

경내에 들어서 보니 동화사가 워낙 유명해서 많은 신도들과 관람객들이 법당과 경내 여기저기에 많이 보인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동화사 창건에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신라 흥덕왕 7년(832) 심지 대사가 중창한 시기를 사실상 창건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한다. 신라시대에 지어진 후 8차례에 걸쳐서 새로 지어 현재의 대가람의 웅장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명사찰로 각인되고 있다.

필자는 대웅전에 들려 정성들여 참배를 한 후 경내를 구경하고서 나오다가 통일기원대전에 들렸는데 등산객들과 관람객들이 8월의 휴일을 즐기는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지난 3년간 필자가 전국 산을 등산했고, 지난해 3월부터 경북매일신문에 전국의 등산 명승지를 소개한 지 71번째로 가장 가까이 있는 대구 팔공산을 연재하게 됐다.

하지만 개인적 생각으로도 가까이 있음은 많은 관심과 애착이지 소홀함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언제나 가까이 있다는 것은 소중함의 증명이요, 믿음의 화신으로 존재하니까 말이다.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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