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산세 속 숨은 아기자기한 암릉길 또다른 매력

▲ 용봉산 정상 표지석.
▲ 용과 봉황의 모양을 닮아 용봉산으로 불리고 있는 용봉산, 기암괴석과 작은 소나무들이 조화를 이뤄 `충남의 금강산`이라는 소문대로 웅장한 산세를 자랑한다.

남쪽의 끝자락 제주도에서 소식을 전해온 봄꽃들의 개화 소식은 남해바다를 건너 남도 땅에서 3월 내내 몸살을 앓더니 4월초에 접어드니 전국지역에서 번져나고 있다.

울긋불긋 꽃들의 향연이 시작돼 산야를 온통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중이다.

필자가 경북매일에 산행기를 연재한지도 1년이 막 지났고, 이번 주 산행기가 51회째가 되니 1년 동안 주말에는 빠짐없이 전국의 산에 올랐던 것인데, 혹서기나 혹한에도 등산을 하면서 자신과 독자들에게 약속을 지킨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진다.

이번에는 어느 산으로 갈까 생각하다가 2012년말 충남도청이 이전을 해간 이후부터 내륙의 신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홍성의 명산, 용봉산을 오르기로 했다.

허허벌판에 내포 신도시가 들어서고 신청사를 건립해 도청을 이전했는데 바로 인근에 있는 용봉산의 정기를 받아서 홍성 땅 일대가 번영의 터전으로 탈바꿈하는 시기에 동네산 같지만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해발 381m로 높지 않아 가벼운 등산으로 안성맞춤
바위덩어리 모양 제각각… 수석 경연장 연상 `감탄`

오전 6시40분경 일행을 태운 관광버스는 시내를 돌면서 등산 애호인들을 모두 태운 다음 고속도로에 올라 홍성을 향해 달린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 뒤에 다시 차에 오른다.

홍성은 지난 1월 칠갑산 등산을 한 청양군 인근에 있어 그곳까지 가는 길은 같다. 이윽고 홍성 땅에 도착해서 용봉교를 지나 용봉초등학교 주차장에서 일행들은 하차하니 오전 10시 반이다. 홍성땅을 밟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성은 사방으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충지다. 동으로는 공주시와, 북으로는 서산시와 예산군, 남으로는 보령군과 맞닿아 있는 이곳은 1년 전 충남도청이 이전한 이후 충남 서해안의 중심지이자 행정의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다.

예로부터 이름난 충렬지사들이 많이 배출된 홍성 땅이다. 고려 말, 밖으로는 외적의 침입을 물리치고 안으로는 고려왕실을 지키려 한 명장군이자 재상인 최영(1316~1388) 장군, 이조 때 집현전 학자인 사육신 성상문을 비롯해 한말의 김좌진 장군, 한용운 시인 등이 홍성출신이다.

일행들은 차에서 내려서 보니 저만치에 우뚝 솟은 암봉의 용봉산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홍성 제1경`이라할 만큼 위세가 당당한 모습이다. 이곳에서는 홍성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용봉산을 내세울 만큼 이 고장 사람들은 큰 자랑으로 여기고 있는 산이다.

간단히 몸을 풀고 3월의 화창한 봄 날씨 속에서 산행을 준비한다.

오전 10시30분경에 용봉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용봉산을 오르는 코스로는 용봉산자연휴양림, 용봉초동학교, 중계리 마을이 있지만 이번 일정은 용봉초등학교에서 오르는 코스다.

용보초교에서 오르면 첫 목적지가 용봉산이고, 노적봉, 악귀봉을 지나 수암산을 가로질러 좌측에 있는 예산 땅의 덕산온천지구로 하산하면 산행 일정은 끝난다.

용봉산은 해발 높이가 381m이다보니 등산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높이만 본다면 마치 동네 뒷산 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암반으로 인해 올라가는 데는 조심을 해야 한다.

20분 정도 가니 상하리의 미륵사가 나온다. 법당에 들어가 축원한 다음 경내를 잠시 살펴보다가 본격적인 등산길에 오른다. 뒷산을 해서 치고 올라가니 용봉산 등성이다. 중간지점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산 아래를 보니 도청 청사가 들어선 내포리 신도시는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충청남도청과 충청남도교육청 등 많은 기관들이 옮겨왔으니 신도청시대가 열린 것이다. 용봉산은 내포신도시를 감싸 안으며 또 다른 변화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일행들은 다시 산행을 이어가서 용봉산 아래가 아름길이어서 조심조심 오른다. 이번 일정에서 용봉산을 오르고 나면 수암산까지 능선을 타고 가는 코스는 순조롭기 때문에 시간상으로 3시간 정도면 충분하므로 서두를 것이 없으니 마음은 편안하다.

산은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고 온통 바위 들로 가득한 바위 능선들이 이어지고 있다. 능선을 타면서 보니 조망이 좋다. 오르는 등산로에 바위가 많이 산재돼 있지만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는지 등산로가 잘 개발되어 있다.

등산에 오른지 한 시간 정도 걸려 용봉산 정상에 올라보니 그 비경에 놀랄만하다. 크지 않은 산인데 바위덩어리로 구성된 산의 모습이 웅장하고 바위모양마다 갖가지 형상이 있고 수석의 경연장 같으니 자연의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예전부터 `서해의 금강산`이라 부를 정도로 다른 명산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 용봉산의 매력적인 모습들.

정상에서 주변경관을 살피는데 형상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많아 그런지 경외한 생각마저 든다. 용봉산의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마치 용의 형상과 봉황이 이곳에 사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산 전체에 뒤덮인 바위산으로 인해 느낌이 신선하다.

바위모양을 지어낸 이름들이 많다. 물개바위 용바위, 솟대바위, 일행들이 가는 코스에는 없지만 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하면 용봉산에 오르는 중에 병풍바위, 의자바위, 공룡바위 등 갖가지의 바위를 만난다.

산 전체를 뒤 덮고 있는 기암괴석이 금강산과 비슷하다 하여 `소금강`이라고도 하는 용봉산은 고려시대에는 북산, 조선시대에 팔봉산이라 불러지다가 일제 강점기 때 홍성 쪽은 용봉산, 예산군 지역에 있는 산줄기는 수암산으로 바뀌었다.

용봉산에 돌무더기가 많은 내력이 재미있다. 옛날 용봉산과 인근의 백월산에 살던 두 장수가 소향이라는 예쁜 아가씨를 짝사랑 하던 중, 차지하려고 싸움을 했는데, 자기 쪽 산에 있는 돌을 집어서 상대편 산 쪽으로 던지기 시작했고 백월산 장수가 이겨 소향을 맞게 됐고, 그로 인해 백월산 바위들이 용봉산 쪽에 많이 쌓였다는 것이다.

이 지방에서 전해오는 전설이긴 하지만 바윗돌이 많은 용암산의 내력을 재밌게 꾸며서 후세까지 내려와 지금도 용봉산의 전설을 홍성사람들은 입에 담기를 좋아한다는 것인데, 이 산의 전설을 알고 있는 지역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럴듯하기도 하다.

“요즘은 용봉산으로 돌들을 보러 오는 관광객이 얼마나 많은지 물러(몰라). 전국에서 사람들이 사시사철 몰려 든다구. 용봉산 장수가 싸움에서 지기는 했지만 그 덕분으로 돌이 많이 쌓여서 유명한 관광지가 된 거지”

▲ 용봉산의 매력적인 모습들.
▲ 용봉산 정상 표지석.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물론 전해오는 꾸며낸 전설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용봉산에 바위가 많은지 알만은 하다. 필자는 정상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환상적인 만남과 전설이야기로 인해 비몽사몽을 헤매는 것 같다.

일행들은 갖가지 모양의 바위를 보며 자연 풍광을 사진에 담는 등 자유시간을 마치고서 조심스럽게 정상을 내려와서는 360m 앞에 있는 노적봉에 오른다.

노적봉도 정상에서 보는 풍경과 마찬가지다. 만나는 모양새의 바위마다 이름이 붙여진 이름에 필자는 어쩜 이름을 생김새와 똑같이 지었을까 감탄한다. 산을 내려서서 악귀봉에 오르는데 200여m 다보니 용봉산 정상과 노적봉, 악귀봉이 600m안에 다 들어 있으니 부지런히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악귀봉을 올랐다가 하산해서는 전망대를 지나 산 능선을 타고 계속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가는 길에 쉼터도 몇 개 나타나고 고개도 나오지만 그리 험하지 않으니 일행들의 걸음걸이도 빨라진다.

그렇게 능선 길을 따라 걸으니 앞에 나지막한 산이 보이는데 수암산이다. 능선 길을 동네 뒷산을 걷는 수준이지만 암릉길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다보니 지루하지가 않고 지금까지 다녀본 명산에 견주어 비록 산의 높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아도 풍경이나 산의 위세만은 뒤떨어지지 않는 산이다.

수암산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잠시 쉬고서는 하산지점인 예산 방향으로 내려선다. 가다보니 전망대가 나타나는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보면 도청이 들어선 내포 신도시 건설현장이고, 왼쪽으로 보면 수덕사가 있는 덕숭산이 보이고, 온천으로 유명한 예산 덕산의 온천지구다.

봄빛이 한창 무르익는 3월, 충남도청이 들어선 이후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홍성 제1경을 자랑하는 용봉산 등산은 아기자기한 암릉길과 기암괴석이 만들어내는 갖가지의 형상을 보는 재미로 봄날의 한낮이 어떻게 흘러간지도 모를 만큼 등산 삼매경에 빠졌던 것이다.

오후 4시 경 등산을 모두 마치고서 대구로 출발하기까지 한 시간 반가량 시간을 이용해 덕산온천으로 가서 온천욕까지 즐겼으니 `꿩 먹고 알 먹고`가 이번 용봉산 등산을 두고 한 말같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필자는 최근 등산에서 암릉이 있는 곳을 선택했다. 지난번 다녀온 가평 운악산<경북매일 3월4일자 12면 보도>이 그렇고 이번 등산에서도 암릉의 장관들을 구경하고 멋진 풍광들을 마음에 담았다.

암반 등산은 아직 전문 등산가가 아닌 필자에게는 다소 힘들고 무리가 따르지만 가능한 혹서기나 혹한기를 피한 봄, 가을철에 많이 다녀와서 소개할 계획이다.

그것은 산이 육산이 있고 골산이 있듯 계절의 좋은 환경에 맞춰 전국 산의 진수(眞髓)를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사명감이기도 한데 앞서 언급했지만 산을 사랑하고 등산을 좋아하는 필자의 책임이요 뿌듯한 자긍심이자 경북매일신문 연재 51회를 맞는 또 하나의 기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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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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