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동대산·영덕 옥계유원지

▲ 여름 장맛비가 내리는 시간 속에서도 동대산에 오르고, 옥계계곡과 호박소 등을 둘러보는 동안 마음에 담은 빼어난 풍경들은 마치 선계에 다다른 듯해 기분 좋은 등산코스였다. 호박소아래 개울가에 등산객이 올려놓은 돌탑이 이채롭다.
▲ 여름 장맛비가 내리는 시간 속에서도 동대산에 오르고, 옥계계곡과 호박소 등을 둘러보는 동안 마음에 담은 빼어난 풍경들은 마치 선계에 다다른 듯해 기분 좋은 등산코스였다. 호박소아래 개울가에 등산객이 올려놓은 돌탑이 이채롭다.

지난 주말에는 포항과 영덕 경계에 위치한 동대산을 다녀왔다. 등산의 초입부분이 그 유명한 영덕 달산의 옥계계곡이다. 옥계유원지를 출발하여 계곡을 걸으면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았고, 산에 올라서도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는 자연 밀림 같은 오솔길을 걸으면서 산새소리, 바람 흘러가는 소리에 선계인 듯 느껴진 그 풍경들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경방골→ 호박소→ 동대산 정상→ 전망바위→ 옥계유원지 코스
여섯개 기단으로 이뤄진 육단폭포·37경 간직한 옥계폭포 `볼거리`

오래도록 그 생각에 빠져 심취하다보니 인간이 살지 않은 별천지를 다녀온 기분마저 드는데, 문득 등산 명언 한 구절을 떠올린다. 에베레스트산과 히말리야 십사봉을 제일 먼저 무산소 등정하여 이름을 떨친 이탈리아의 암벽전문 산악가인 라인홀트 메쓰너(1946~ )의 명언이다.

“인간이 살지 않는 지구 위의 별천지, 그러나 이 오지에는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아름다움이 있으며 숲과 야생화와 초원의 천국이다”

이 말은 우리들산악회와 함께 신선들이 사는 선계를 다녀왔다는 황홀감에서다. 그만큼 동대산을 오르내리며 마음에 담은 기암절벽과 아름다운 숲, 그리고 맑은 물의 비경이 절경이라는 것이다. 비록 초원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메쓰너가 느낀 감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한 느낌에는 필자의 고향이 영덕이라는 개인적 사정도 한 몫을 하겠지만, 옥계계곡은 예부터 이미 이름난 곳이기에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여름철 등산은 힘이 덜 소진되는 단일 코스의 등산이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대구의 유명한 우리들

산악회와 함께 1일 코스로 떠난 곳이 바로 영덕 옥계유원지에서 시작하는 동대산 등산이다.

코스는 경방골, 호박소를 거쳐 육단폭포를 보고 바위의 돌숲 길을 걸어 동대산 정상에 오른다. 다시 안부삼거리를 지나 전망바위를 거쳐 비룡폭포로 내려와서 출발지점인 옥계유원지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이곳 인근에 등산을 하려면, 위의 코스와 함께, 더 추가하여 전망바위에서 바데산(646m)를 거쳐 옥계유원지로 내려와도 되고, 포항 죽장의 하옥 마을에서 동대산을 올랐다가 호박소 방향을 택하여 역시 옥계유원지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있는데, 통상적으로 6시간 정도 걸린다.

일행들이 옥계유원지에 모여 멋진 비경을 배경삼아 단체기념사진을 찍고서 간단히 몸을 풀고 파이팅 기세로 등산을 시작했다. 장마철이지만 아침 날씨는 좋은 편이다. 경방골 들머리로 들어서서 계곡을 타고 오르면서 돌숲 길을 맞는다.
 

▲ 영덕 옥계계곡.
▲ 영덕 옥계계곡.

전국에서도 이름난 옥계계곡의 비경을 보고난 뒤에 뿌듯한 마음으로 시작한 등산에서 계속 이어지는 자연의 절경은 탄성부터 나오게 한다.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온갖 모양의 바위는 신비감마저 더해준다. 산 숲과 바위에 둘러싸인 경방골은 수려하다기보다는 소담한 느낌을 주는데 예사롭지가 않다.

마치 그림 같은 풍경 속을 걷는 일행들은 계곡의 물소리나 매미소리가 가슴에 울린다며 좋아한다. 오늘 우리들산악회 회원들과는 처음 산에 오르지만 중년의 산악인들로 구성되어 분위기가 좋은 조직이다 보니 필자의 마음까지 편안하다.

암반길이 많아 위험한 곳은 정비가 되어 있다. 그렇지만 경사도가 심하고 계속 돌길을 걷다보면 특히 우기철인 여름등산에는 등산화에도 신경이 쓰이는데, 미끄럼 방지가 잘된 신발 착용이 필수적이다. 주변의 경관을 살피면서 조심조심 오르니 이윽고 호박소에 당도했다.

호박소는 그 모양이 먹는 호박처럼 둥글 넙적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마치 쟁반처럼 널찍한 곳에 맑은 물이 넘칠 듯 담긴 호박소는 하트 모양으로 물이 고여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달해준다고 하는 말 때문에 젊은 남녀들이 많이 찾고 있는 곳이다. 호박소 아래 개울가에는 등산객들이 하나둘씩 올려 정성스럽게 만든 돌탑이 멋스럽게 보인다.

호박소를 거쳐 육단폭포에 이른다. 폭포의 기단이 여섯 개로 연속적으로 이루어져 있어 육단폭포로 부리어지는 이 폭포는 흘러내리는 물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자연은 역시 순리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시원한 느낌을 주는 폭포와 주변의 이끼 낀 암반의 청정계곡도 멋있고, 저 밑에서 작은 물보라를 내며 하얗게 부서지는 게 모습 또한 아름답다.

폭포를 지나 올라가니 안내판에서 1km 앞이 동대산이라 가리킨다. 동대산은 경북 포항시와 영덕군이 경계하고 있는 산이다. 천연의 요새처럼 긴 계곡이 있고, 기암괴석과 그 밑을 흘러내리는 맑고 깨끗한 물, 웅장한 호박소나 폭포가 있어 이름난 곳이다.
 

▲ 포항 동대산 표지석.
▲ 포항 동대산 표지석.

일행들은 본격적인 산길 등산길을 걸어서 30분 쯤 산행하여 드디어 동대산 정상(791m)에 섰다. 정상에서 저 아래 계곡을 바라보거나 멀리 동해바다를 바라보면서 일행들은 사진도 찍고 휴식을 취했다.

필자는 정상에서 고향 쪽 마을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다. 특히 고향인 영덕의 산상에서 고향 동네를 바라보며 한때 이곳에서 살던 시절을 잠시 떠올려본다. 어린 시절의 유별나게 힘든 시절도 이제는 내게는 좋은 추억의 한 장면이 되었다.

성장하고 나서 “지역의 발전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던 시절을 그려보아도 여전히 그립고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30세 나이에 군의회 의원이 되어 초심의 마음으로 열정을 바칠 때나 도의원으로 진출하여 못다 한 지역사랑에 마음 빼앗기던 때의 소중한 기억들이다. 휴식시간을 틈타 그 짧은 시간 속에서 문득 옛 생각들이 생각났던 것이다.

동대산 정상에서 풍경을 즐기며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비가 올 것 같아 하산을 서두른다. 산을 내려올 때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내려오는 내내 비를 맞았지만 여름 더위에 식혀주는 시원한 비였다. 전망대에 도착하여 잠시 주변 풍경들을 살핀 후에 다시 길을 나섰다.
 

▲ 포항 동대산 전경.
▲ 포항 동대산 전경.

안부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또 하나의 등산코스인 바데산(646m)이 있는데, 일행은 그리로 가지 않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비룡폭포 쪽으로 향했다. 비룡폭포는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마치 하늘을 향해 승천하는 용의 모습으로 `비룡폭포`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녹음이 무성한 숲과 바위틈에서 흘러내린 물이 저 아래서 하얀 물살로 갈라지는 모습이 명품이다.

다시 호박소를 거쳐서 출발지점인 옥계유원지에 다다라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20분이다. 아침 10시 반에 이곳을 출발하였으니 6시간에 가까운 등산이었다. 그 시간동안 우리는 인간계를 떠나서 잠시 선계를 다녀온 기분이다. 여름 등산이라 땀을 흘리고 산을 내려오는 도중에 비를 만났지만 함께 온 산악회원들과 오순도순 등산의 재미를 맛본 보람 있는 일정이었다.

산 좋고 물 맑은 선경(仙境) 옥계 계곡은 계곡 전체가 하나의 큰 암반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비가 쏟아져 내려도 황톳물이 없다. 정말 옥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인데, 이 풍광 좋은 곳에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다.

조선 정조 8년 손성을이 지은 침수정이다. 침수정(枕漱亭)의 이름은 중국 역사서 `진서` 손초전에서 나오는 침석수류(枕石漱流) 즉, `돌을 베개 삼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 한다`는 문장에서 따온 말이다. 세속을 떠나 유유자적하던 옛 선비의 생활상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오늘 비가 오는 속에서도 일행들은 동대산에 오르고, 옥계계곡과 호박소 등을 둘러보는 동안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면서 마치 선계에 다녀온 듯한 좋은 시간을 보냈다. 37경의 아름다운 비경과 전설을 갖고 있는 빼어난 그곳, 옥계계곡은 말마따나 산 좋고, 물 좋고, 반석 좋고, 계곡 좋고, 풍경 좋은 곳이다.

그 좋은 곳을 다녀와 기분마저 좋다.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아름다움이 깃든 고향의 멋진 풍광들을 좋은 인연의 선남선녀들과 함께 보았으니 무엇을 또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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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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