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천주산

▲ 천주산 오르는 길에 진달래 군락지가 장관을 이룬다.

마침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맞추어 찾아간 것은 아니지만 막상 가보니 화려한 꽃 축제가 펼쳐지고 있으니 이번 산행에서 우리 일행들은 횡재를 한 기분이다. 일요일에 늘 찾게 되는 명산, 그것도 산세의 운치보다는 봄꽃의 향연에 흠뻑 취해 마치 봄 소풍을 온 기분이 든다.

이번 산행에서는 경남 창원시와 함안군이 접경해 있는 천주산에 올랐는데, 이곳은 전국에서도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하다. 마침 `2013 진달래축제가` 천주산 아래 달천계곡 일원에서 개최되었으니 산행도하면서 축제에 참가하는 묘한 기분이 들어 좋은 하루였다.

이원수 선생 `고향의 봄` 노래 창작 배경지 유명
상춘객 마음 빼앗는 분홍빛 진달래 군락지 장관

천주산은 그 이름에서 보듯이 `하늘을 받치는 기둥`을 일컫는 산이다. 본래 이름은 청룡산이고 당산, 적대산으로 불리어져 왔다. 이 산을 등정하는 코스는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달천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약수터를 지나고 만남의 광장을 거쳐서 진달래 군락지를 보고 천주산 용지봉에 올랐다가 임도를 따라 하산하면서 창원1터널이 있는 삼거리로 내려오는 코스다. 종주거리는 5km 가량으로 3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비교적 쉬운 코스다.

또 하나는 천주암 입구에서 시작해 굴현고개를 넘어 만남의 광장을 거쳐 천주산 용지봉을 오르는 코스인데, 진달래 군락지로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용지봉에서 하산하는 길은 앞서 설명한대로인데, 삼거리를 지나 내려오면 외감마을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마금산온천이 있다. 이 온천은 1927년 일본인이 개발한 온천으로 등산을 마친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일행은 달천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택하였다. 오늘은 천주산 진달래 축제가 달천계곡 일원에서 열리는 날이라 전국에서 찾아온 등산객과 창원, 마산 지역의 시민들로 이 일대가 붐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행렬을 지어 등산하기는 모처럼 일이다.
 

▲ 달천계곡에서 펼쳐진 `천주산 진달래 축제`에 참가한 등산객들

행락객들과 무리를 지어 산에 오르는데, 초입은 평탄한 길로 이어진다. 일행들과 또 축제행사에 참석한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걷는다. 여기선 만남의 광장 쪽으로 바로 갈 수도 있지만, 한 바퀴를 돌아 천주봉을 타고난 후에 만남의 광장에서 다시 합류하기도 한다.

천주봉을 가는 길은 대체로 평탄하다. 오늘이 꽃 축제가 개최되는 날이라 그런지 등산로 초입에서 천주산에 오르는 중간지점마다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장사들이 많이 보인다. 다른 산에서는 못 보는 풍경인데,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어보니 상쾌한 느낌이 든다.

드디어 천주봉(483m)에 올라보니 정상이 편편한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가까이 보이는 봄꽃 군락지의 장관들은 상춘객들의 마음을 뺏고 있고, 멀리 보이는 전망도 멋있다. 정봉의 옆 자리, 넓은 평지에서 일찍 온 등산객들은 벌써 삼삼오오 자리를 펴고서는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마치 봄 소풍을 나온 학동들처럼 좋아서 재잘거리는 소리들이 바람에 타고 흩어진다.
 

일행은 다음 코스로 향했다. 만남의 광장에는 더 많은 등산객들이 몰려 있었다. 여기는 정상을 향한 등산로 중 달천공원 출발지와 천주암 입구에서 출발한 등산객들이 만나는 지점이다. 잠시 쉬다가 진달래 군락지로 오르면서 이곳의 등산로와 이정표가 잘 정비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산불감시원들이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한다.

물론 오늘이 지역축제 행사가 있는 날이라 미리 정비를 하였겠지만 등산로마다 잘 정비된 이정표를 만나게 되면 다시한번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지역을 찾는 등산객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초행자에게 이정표는 안도감을 주는 신호등인 것이다.

만남의 광장을 지나면 야산 등성이가 나타나고, 그곳에는 진달래 군락지가 펼쳐지는데 멀리서 봐도 일대가 빨갛다. 오늘 산행 온 일행과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함성부터 지르고 빨리 가려고 총총걸음을 치는 사람들도 보인다.

필자는 등산로 초입에서 예사롭지 않은 노인 한 분을 만났다. 천주산을 등산한다기에 함께 올라오면서 대화했는데 그 사연이 특이하여 적지 않을 수가 없다. 산을 타면서 동요에서 유행가까지 계속하여 노래를 부른다. 성함을 여쭈고 `춘추가 몇이나 되시는지?` 물어본즉, 김성래 씨이고 올해 82세라 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7년 동안 매일 4시간씩 쉬지 않고 노래하면서 등산을 하여 왔고, `세상에 이런 일이`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 천주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전경. 남해고속도로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 노인과 함께 1시간 반 가량 함께 천주산을 등산했는데, 한 번도 쉬지 않고 노래하는 폼이 가수 못지않고 잘 불렀다. 그런 사연으로 오늘 등산에서는 다른 맛을 본다. 통상적으로 등산길에서 필자는 주변 경관을 살피면서 자연을 감상하고 도시의 일상에서 찌들은 찌꺼기들을 말끔히 씻어내곤 했지만 오늘은 노 가수(?)의 진기한 노래를 듣느라 다른 생각할 여지가 없다.

그러다가 진달래 군락지에 이르러서야 꽃구경한다는 핑계로 잠시 명품 노래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정상에 오르는 길에 목재테크로 등산로가 만들어졌는데, 그곳에서 잠시 쉬며 주변을 살펴보니 정말 진달래가 장관이다. 갑자기 노래라도 불러보고 싶어진다. 주위에서는 등산객들이 탄성을 지르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지금은 4월이라 진달래가 피어나겠지만, 진달래가 핀 다음에는 철쭉이 피어날 테고 그 다음에는 야생화들이 야산 천지에 거득 피어나리라.

진달래의 향연에 잠시 넋을 놓았던 일행들은 산등성이를 넘어 천주산 용지봉에 도착했다. 해발 638.8m라는 용지봉 표지석에 앞에서는 미리 도착한 등산객들이 삼삼오오로 사진 찍기에 분주하다. 어느 산 정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정상에 서서 걸어왔던 길을 돌아다보니 진달래 무리의 붉은 빛에 눈이 부시고 마음마저 화사해진다. 그 여유의 그릇에 멀리 보이는 마산만과 산 속을 뚫고 지나가는 남해고속도로를 담는다. 시간도 있고 해서 바윗돌위에 잠시 앉아 봄빛 속에 타는 사월의 풍광을 보며 시름을 앓는다. 걱정이라기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빛나는 계절의 향연에 혼자서 불러보는 봄의 노래다.

오늘 천주산 등산을 하면서 벚꽃 축제에 이어 창원시가 갖는 두 번째 축제인 `천주산 진달래 축제`에 참가하여 산등성이에 뒤덮인 봄꽃들을 보며 좋아진 기분에 또 하나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우리가 다 아는 노래로 이원수 작시, 홍난파 작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곡의 `고향의 봄` 노래 이야기다.

이 노래의 배경지가 오늘 오른 천주산이다. `고향의 봄` 동요를 쓴 이원수(1911~1981) 선생은 경남 양산에서 출생하여 창원의 천주산 아래 소답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봄날 천주산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나 있던 진달래 등 봄꽃들을 보면서 꿈을 키워왔으니, 그 영향을 받아 선생은 소학교 6학년 때 `어린이`란 잡지에 `고향의 봄`이 당선되었다.

`하늘을 받치는 기둥`인 천주산의 아래 계곡에서 펼쳐진 4월의 봄꽃 잔치는 흥겹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는 `고향의 봄` 노래 가사처럼 오늘 등산에서 맛본 진달래 군락지의 풍경이나 멋진 나들이도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애틋한 그리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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