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바다에 펼쳐진 장엄한 해돋이 짜릿한 전율

▲ 가까이 있는 듯, 멀리 있는 듯 성산 일출봉(182m)은 관광명소 제주의 자랑거리로 지난해 300여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이곳을 다녀갔다. 특히 해돋이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무언가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때로 멀리 떠나야 한다. 보물이 존재함을, 그리고 우리 생이 기적임을 믿는 것이야말로 생을 흥미롭게 만들어준다”(파울로 코엘료)

참으로 좋은 말이고,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2년 동안 정기적으로 등산을 해오면서 느낀 점은 `산이 좋다`는 사실은 당연한 것이고, 주말마다 산을 찾아 멀리 떠난다는 행동이 자아를 일깨우는 또 하나의 현실이 됐다. 브라질의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는 `삶은 원래 여행이었다`는 말을 자주 인용했다. 우리 인생이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도는 동안 삶이 여행 같음은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1년의 마지막 날과 다가오는 새해 첫날의 여행지로 제주도 성산 일출봉을 생각했다. 그것은 필자가 매번 주말에 찾는 산과 연관해 2014년 첫날에 떠오르는 태양을 경건한 마음으로 맞이할 요량이고, 그 신선한 태양을 가슴에 새겨두고 그 정기로써 올해도 열심히 하려는 속셈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노 작가의 말대로 `생을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서다.


바다서 솟은 해발 182m 모습 마치 성곽같아 `성산`이라 불려
섭지코지 신양해변백사장 따라 오르면 아름다운 해안풍경 일품

성산 일출봉의 해돋이를 보고 최근에 새롭게 떠오르는 힐링 코스인 사려니숲길을 오르리라 계획했다. 아무래도 2014년 갑오년을 여는 첫날이라서 전문적인 등산보다는 경건하게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에서, 또한 올 한해에도 가족들의 건강과 화목 속에서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소원하기 위해서라도 제주도 산행을 마음에 두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구랍 전남 장흥 노력항에서 배를 탔고, 바다에서 한해를 정리해보는 순간을 맛보고서는 제주도 성산항에 도착해 곧장 성산일출봉 마을로 갔다.

그 일대에서는 `성산 일출, 그 아름다운 설렘` 행사가 21회째 펼쳐지고 있는데 거기서 행사전야제를 구경했다. 다사다난했던 2013년을 보내고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려는 관광객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다양한 체험거리와 풍성한 먹거리 등이 준비돼 있었다.

밤이 늦도록 진행되는 북의 울림 등 공연이 있는 동안 어느덧 시간이 흘러 밤 12시가 다가오자 2014년을 여는 새해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5, 4, 3, 2, 1, 0(제로) 관중들의 호령에 맞춰 마침내 성산포의 하늘아래서 2014년 첫날을 맞았다.

전야제가 끝날 무렵에 만인의 축복 속에서 맞이할 새해의 설렘을 안고서 필자는 숙소로 향했다. 몇 시간 후면 일출봉에 올라야 하는 관계로 잠시간이라도 눈을 붙이려는 심사에서였다.

알람시계를 맞춰놓은 덕분에 새벽 3시30분 정확한 시간에 깨어나 주섬주섬 등산복을 갈아입고 장비를 챙겨 출발점에 모였다. 일출봉 등반로 앞에서 금줄 자르기 행사가 끝나고서 새벽 5시경 일행들과 함께 산에 오른다.

그런데 성산일출봉에는 안전 등을 고려하여 통제하고 있었다. 사전에 예약되거나 행사요원 등 700명 정도밖에 오르지 못했는데 운 좋게도 필자는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시간적으로는 깜깜한 새벽이지만 이날 행사를 위해 상점들과 주변의 불이 켜져있어 쉽게 오를 수 있었다.

▲ `성산일출축제 제21회` 행사가 열린 일출봉 일대.
▲ `성산일출축제 제21회` 행사가 열린 일출봉 일대.

함께 일출봉으로 오르는 많은 인파 속에서 외국인들도 간혹 보였다. 외국인들이 제주도에 까지 와서 새날의 아침해를 보고자 산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이젠 정말 일출을 보는 행사까지도 세계화에 이르렀구나 생각해본다.

작년에 성산 일출봉을 다녀간 숫자가 300만명을 넘었는데 최단 기간 내 이뤄진 인원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외국인이 131만5천명이라 한다.
 

2010년에 187만8천명이 다녀갔고, 2011년도엔 230만2천명, 2012년도에는 292만8천1명이 성산 일출봉에 올랐다고 하니 이제 일출봉은 전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몰려오고 있는 유명한 장소로 자리 잡았다.

새벽 5시50분경 성산 일출봉에 올랐다. 아랫마을과 이곳 요소요소에 켜진 불빛에 비치는 것은 온통 사람들의 행렬이었고, 마을에는 오르지 못한 사람들로 붐볐다. 갖은 사투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전국의 경향 각지에서 일출을 보러 온 단체나 가족 등 개인들이 많아 보였다.

해발 182m인 성산 일출봉은 화산지역이나 제주도의 다른 화산과는 달리 바다에서 분출한 화산이다. 원래 섬이었던 이곳이 후에 모래의 퇴적작용으로 육계사주가 만들어짐으로써 제주 본섬의 신양리와 연결되었다고 하며, 산의 모습이 마치 성곽과 같아`성산`이라 이름지어졌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에서 새해 일출을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지역은 독도로 오전 7시26분 27초로 예상되고 내륙에서 가장 빠른 곳은 울산의 간절곶으로 오전 7시31분26초 였다. 그리고 여기 일출봉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7시36분18초이니 해가 뜨려면 시간상으로는 1시간 반이나 남아 있다.

뉴스를 들으니 올해는 구름이 다소 낀 날씨 영향으로 구름 속의 해돋이로 여겨지는데 아직 날이 새지 않았으니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오전 7시경 정상에서 일출기원제가 거행됐다. 관람객들은 추위 속에서도 바다를 보며 구름 낀 날씨를 걱정하면서도 기대 서린 환호성을 지른다.

일출을 기다리는 장면이 마치 해돋이 구경을 떠난 후 걱정을 하던 고문에 나오는 동명일기 속의 한 장면 같다.“행여 일출을 못 볼까 노심초사하여 새도록 자지 못하고, 가끔 영재를 불러 사공다려 물으라 하니….”로 시작되는 글이 떠오른다.

사람들의 시선이 수평선으로 모아지고 이윽고 해가 뜨기 시작하는지 바다에 접한 구름의 위쪽이 검붉게 변하기 시작한다. 오전 7시45분경에 새날 아침의 해는 구름위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새해 들어 처음 맞이하는 해다. 경건한 마음이 가슴을 찌릿하게 전율을 일으키는데 가슴이 벅차오른다. 새해를 맞는 기분은 언제나 새로운데 아침 해는 희망의 빛으로 모두에게 다가선다.

필자는 경건한 마음으로 해를 쳐다보면서 가족 건강을 먼저 빌고 올 한 해에도 건강하게, 하는 일이 잘 되도록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주말마다 무탈하게 등산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늘에 빌면서 자연에게서 많은 지혜를 얻게끔 기원을 했다. 그리고서는 힘찬 정진을 위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출 장면을 보니 동명일기의 문장`독 같고 항 같은 것은 일색이 모딜이(몹시) 고온 고로, 보는 사람의 안력(眼力)이 황홀하여 도모지 헛기운인듯 싶은지라`는 내용과 똑같이 닮은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렇듯 해돋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감정은 예나 지금이나 같구나 싶다.

일출봉과 저 아래 마을에서는 일출행사의 막바지에 이르러 불꽃이 피어오르고 행사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다시 관람객들은 하늘에 떠오른 아침해의 기운을 받으면서 조심조심 길게 줄을 이어 하산한다.

당초에는 해돋이행사를 마치고 필자는 또 하나 제주의 명품인 바로`사려니 숲길`로 가려고 했지만 행사가 길어져 시간이 되지 않아 바로 인근에 있는 섭지코지 코스로 향한다.

일행들과 함께 섭지코지 들머리인 신양해변백사장을 따라 올라간다. 끝머리 언덕 위까지 평원으로 드리워져 있는데 그곳을 오르면서 보는 성산포 마을과 아름다운 해안 풍경이 일품이다. 새해 아침이라 그런지 한없이 평화롭게 보인다.
 

▲ 성산일출봉에서 내려다본 성산포의 아름다운 풍경들.
▲ 성산일출봉에서 내려다본 성산포의 아름다운 풍경들.

섭지코지에는 선바위에 묻힌 전설이 있다. 선계와 같은 이곳에서 목욕하던 선녀들을 한번 본 용왕신의 아들이 용왕을 졸라 선녀와 혼인하기로 하고 100일 동안 기다렸다. 약속한 그날이 되자 거센 풍랑으로 선녀가 하강하지 못했고, 그러자 용왕이 `너의 정성이 부족해 하늘이 뜻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구나`한 소리를 듣고 슬퍼한 용왕 막내는 선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겨울의 이곳이 이렇게 맑고 빛나거늘 이 좋은 길에 만약 꽃이 피는 봄이나 푸르게 햇살이 갈라지는 여름에 왔다면 더욱 아름다운 경관이 아니었겠나 생각하니 나중에 다시 찾아오고 싶다는 마음이 지워지지 않는다.

섭지코지 답사를 마치고서 일행들은 다시 성산항으로 되돌아와서 노력항으로 오는 배에 올랐다. 배가 성산 일출봉이 가물가물 멀어질 때까지 필자는 선상에서 이번에 경험한 일정을 다시금 새겨본다. 한해의 마지막 날과 새해의 첫날을 떠나온 정말 좋은 여행이었다.

 

▲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성산포의 일출봉에 올라 새해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가슴에 안으며 올 한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그 경건하고 산뜻한 마음으로 섭지코지를 거닐던 잠시간의 시간도 2014년 갑오년 내내 필자의 삶의 원천으로 새겨져 힘을 보태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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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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