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천여m 첩첩이 쌓인 영남알프스의 연봉을 보다

▲ 청도 문복산 너럭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위산 아래 마을 풍경 .
▲ 청도 문복산 너럭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위산 아래 마을 풍경 .

조선시대 영조 때 여암 신경준이 편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산경표에서도 조선의 산맥 체계가 일목요연하게 도표로 정리돼있다.

우리나라 옛 지도에 나타난 산맥들을 산줄기와 하천 줄기를 중심으로 파악하여 산맥 체계를 대간·정맥· 간 등의 표현으로 백두대간과 연결된 14개의 정간·정맥으로 집대성한 책이다.

이번 산행은 문복산으로, 행정구역으로 치면 경북 경주시 산내면과 청도군 운문면의 경계에 자리한 해발 1천14m의 산이다.

산행코스는 운문령에서 출발하여 낙동정맥분기봉과 전망대를 거쳐 문복산 정상에 오른 다음, 하산하면서 가슬갑사터를 지나 계살피계곡으로 내려와서 종점인 산골식당에 집결하는 것이다.

너럭바위 전망대서 바라본 산 아래 풍광에 `환호`
계살피계곡 맑은 물, 산행에 지친 마음 시원히 씻어줘

필자가 산행을 즐기면서부터 산에 관한 자료를 많이 본다. 등산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산에 관한 정보를 얻어야하기 때문이다. 100대 명산이니, 가보고 싶은 산이라니 많은 자료 중에서 상업적인 것은 제외하고 객관적인 자료나 정보 얻기를 노력한다.

우리나라엔 산이 많다. 국토 면적의 67%가 임야여서 호남평야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이 산으로 둘러싸여있다. 등산을 하다보면 산 정보에서 `백두대간에 속하고….` 어떻느니 하는 내용을 자주 접하게 된다.

산악인들에게는 기본상식이지만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를 말한다. 그러다보니 남한의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 등 명산은 모두 포함하고 있다.

여름더위가 남아있는 시기라 일행들은 버스를 타고서 운문령에 내리며 `오늘 땀 많이 흘릴 거다. 힘든 등산일거라`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어차피 등산을 해야 한다면 낙동정맥을 타면서 산의 정기를 받고,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각오를 하면서 일정을 시작했다. 출발점에서 왼쪽을 이용하면 가지산행이지만 이번 일정은 오른쪽 문복산행이다.

등산 초입 길은 평탄하다. 어느 산행처럼 나무숲이 우거진 길을 걸으며 고갯마루에 부근에 가득히 피어나있는 야생화들의 모습을 보고 앞을 향해 낙동정맥분기봉까지 활기차게 오른다.

출발점에서 20분간 산행한 지점에서 등산객들이 모여 쉬면서 소나무를 보고 있다. 다가가 보니 마치 아기를 업고 있는 듯 모양의 특이하게 생긴 기목이다. 소나무는 곧게 올라가는 특성이 있는데 이 소나무는 옆으로 뻗는 법을 먼저 배운 것 같다. 그 모습을 사진기에 담았다.

등산을 하다보면 주요한 지점마다 해발 몇 m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해발 몇 m를 오르는 것과 실제 거리는 큰 차이가 난다. 운문령에서 낙동정맥분기봉까지의 거리는 해발차이로는 250m 남짓 되지만, 산 지형에 따라 걷기 때문에 실제로는 서너 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그 긴 거리를 여름 무더위 속에서 가장 오르기가 힘든다는 895봉을 경유하여 일행들은 낙동정맥분기봉(894.8m)에 도착했다.

낙동정맥은 앞에서 설명한 백두대간 중에서 태백산 줄기인 구봉산에서 남쪽으로 갈라져 경북의 영천, 경주, 경남의 가지산을 거쳐 부산 다대포의 몰운대까지로 뻗어내려 낙동강 동쪽 하구에서 끝나는 산맥이다.
 

▲ 낙동정맥의 산행 길에서 만난 기목 소나무.
▲ 낙동정맥의 산행 길에서 만난 기목 소나무.

일행들은 분기봉에서 잠시 몸을 추스른 후에 다음 코스인 학대산으로 향한다. 아직도 여름더위가 대단하다. 항상 여름 등산은 무더위로 인해 힘이 들어 산행을 할 때에 계곡이 있는 곳을 선택하지만, 등산로를 따라 걷는 동안에 언제나 등산이 끝난 다음의 좋은 기분을 상기해본다.

그러면 잠시 어려운 시간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힘이 솟는다. 일행들은 학대산에 오르다가 전망좋은 곳에서 멀리 시내를 바라보다가 걸음을 재촉하여 학대산에 도착했다. 잠시 쉬는 동안 일행들이 사진 촬영을 하는데, 학대산 표지석을 배경으로 하여 필자도 사진을 찍어두었다.

학대산을 올랐다가 다시 전망대(894m)에서 문복산 주변의 산들을 바라본다. 저 위에 묏봉이 둥글게 보이는 곳이 바로 문복산이다. 영남알프스라고 불리는 경남도와 경북도의 경계의 해발 1천 m가 넘는 산이 무려 아홉 개나 솟아나 있는데 그 중의 막내가 문복산이다. 여느 산처럼 소나무와 바위들이 많고 산이 높으므로 산줄기마다 계곡이 발달되어 있다.

문복산에 오르다가 조금 못미친 지점에 돌무더기 봉우리가 있고, 오른쪽 전망대에 서니 두릅바위가 보인다. 코끼리를 닮았다는 바위다. 일행은 드디어 문복산에 도착했다. 오늘의 정점을 찍는 산에 올랐으니 기분이 산뜻하다. 지명의 유래는 옛날에 문복이라는 노인이 이 산에 들어와 평생 도를 닦고 살았다하여 문복산이라 부른다.

산의 남쪽 3.2km지점이 경북과 경남도의 경계를 이루며, 동쪽으로는 고헌산(1천33m), 서쪽으로 가지산(1천240m)이 위치하며, 남쪽으로는 천황산(1천189m)ㆍ신불산(1천209m) 등 중앙산맥의 고봉에 이어진다. 가히 영남알프스의 영봉들을 만나는 기쁨을 알만하다.

문복산 정상에서 산 아래 펼쳐지는 풍광들에 환호하면서, 일행들은 5분 거리에 있는 너럭바위 전망대로 향한다. 너럭바위에서 바라보는 조망들은 시원하다. 멋진 조망들을 보고서 다시 되돌아 나와서 하산을 한다.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도 연신 비 오듯 하지만 조금 내려가면 계곡이 있고 거기엔 시원한 폭포수가 기분을 산뜻하게 해줄 것이다. 생각하니 마음속엔 벌써 폭포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산기슭 계곡을 따라 길을 걷어 현재 터만 남아 있는 가슬갑사터에 도착했다.

가슬갑사는 600년(진평왕 22) 원광법사가 창건한 절로서, `삼국사기`에는 가실사(加悉寺)로 되어 있으며, 가서사, 갑사 등으로도 불리어졌다고 적혀있다. 원광법사가 이 절에 머물고 있을 때 귀산과 추항이 찾아와서 일생의 계명으로 삼을 교훈을 청하였다.
 

▲ 계살피계곡의 맑은 물이 더위에 지친 마음을 씻어준다.
▲ 계살피계곡의 맑은 물이 더위에 지친 마음을 씻어준다.

이에 원광은 세속오계를 일러주었으니, 충·효·신·용·인의 이 덕목은 신라의 화랑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 윤리가 됐다.

후삼국의 싸움으로 이 절과 일대의 사찰들이 모두 무너지자 고려 초에 크게 중창한 가슬갑사는 고려 태조가 운문선사라는 사액을 내려 번성했지만 그 후의 이 절의 역사는 전래되지 않고 현재 그 터만 남아 있고,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히 자라나 있다.

잠시 절터를 둘러보고 옛날 신라 때는 번성한 절이지만 지금은 빈터만 있으니 바라보는 인생조차 속절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을 하며 10분 정도 내려오니 등산로 왼쪽 비탈길가에 기이하게 생긴 소나무 연리지를 만난다.

`연리지`란 다른 나무끼리 가지가 이어져 엉켜 있다는 뜻이다.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결이 서로 통하다보니,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를 비유해서 이르는 말`로 통용된다.

말이 나온 김에 연리지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더해보면, 부부간의 사랑을 비유하는 말에 `비익연리`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비익조(比翼鳥)라는 전설 속의 새와 연리지(連理枝)라는 나무를 합친 말이다. 이 말은 당나라 때 시인 백낙천이 지은 `장한가`에 나온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는데, 비익조는 눈과 날개도 하나뿐인데, 암수 한 쌍이 한데 합쳐야만 양 옆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날 수 있다.

또 연리지는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허공에서 만나 한 가지로 합쳐진 나무이다. 부부는 비록 다른 집안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지만,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을 이루게 되면 연리지처럼 한 몸을 이루어, 비익조와 같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 준다.

일행들은 연리지를 보고 계살피계곡으로 하산한다. 필자는 걸어내려 오면서 우리 인생에서 연리지의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서 소나무가 한데 엉켜 자라고 있는 모습에서 공생하는 애절함마저 느낀다.

조금 내려오니 계살피계곡이다. 계곡의 바위와 맑은 물이 짙고 푸른 소을 만들며 흐르고 있다. 계살피란 말은 가슬갑사 옆의 계곡이라는 경상도의 방언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피부를 통해 전신에 차가움을 전해주면서 오장육부가 다 시원하다. 지금까지 숱하게 힘들게 산행을 해왔지만, 이 등산의 끝남이 바로 이런 맛이고 멋이다. 그래서 비가 오나 눈이오나 참고 견디면서 등산을 한다.

백두대간 중 낙동정맥의 문복산을 등산하면서 해발 1천m를 형성하며 첩첩이 쌓인 영남알프스의 준령을 직접 목격하며 기분이 좋았다. 또한 콩죽같이 흐르던 땀을 계살피 계곡수로 씻어내며 시원함을 맛보던 느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집결지인 산골식당에서 우리 일행들이 일과를 마치는 간단한 행사를 하면서 다시 출발지점을 향해 원점으로 회귀하는 동안 같은 방향으로 함께 걷는다는 비익조와 연리지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등산은 무한한 지혜의 동산이다. 이번 문복산 등산을 통해 영남알프스의 영봉을 보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함께 산비탈길에서 어느 기목도 만났다. 그 나무를 보며 우리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마다 소중하다는 연리지의 마음을 품게 하였으니 기쁘기 그지없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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