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구름·숲 눈꽃세상, `백색의 축제`를 연주하다

▲ `칼바람과 상고대의 설산 비로봉 산행`. 이것이 소백산의 트레이드마크다. 눈꽃이 피어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소백산은 등산객들의 마음까지 순백으로 감싸준다.
▲ `칼바람과 상고대의 설산 비로봉 산행`. 이것이 소백산의 트레이드마크다. 눈꽃이 피어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소백산은 등산객들의 마음까지 순백으로 감싸준다.

겨울 등산은 날씨와 오르려는 산의 적설량이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등산지점의 높이, 등산로 길이, 그날의 날씨에 관해 사전 정보를 얻고 필자의 컨디션 등과 비교해 꼼꼼히 살펴야 만이 정해진 계획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면서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다.

새해 첫날 성산 일출봉 등산에 이어 지난 주말엔 강원도 평창의 대관령, 선자령 등반길에서 눈이 내리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 고생을 한 탓인지 이번 주 내내 몸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그런데다가 지난 금요일 밤엔 미국에 살다가 잠시 귀국한 고향 선배님과 하룻밤을 거의 새다시피 했으니 체력이 걱정됐지만 일요일 단양 소백산에 등산하기로 마음먹었다.

겨울이면 눈덮인 주목군락지·능선 고사목들 멋진 풍경 자아내
사시사철 등산객 붐벼… 칼바람·상고대 설산 산행 소백산의 매력

`산이 거기에 있기에 산에 오른다`는 말은 필자가 등산하기 이전부터 자주 들어왔다. 정기적인 등산을 한지가 이제 만 3년이 됐고, 사계절을 세번 번 겪어보니 등산의 맛을 조금은 알 것 같은데 계절마다 등산의 묘미가 각각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필자의 경험으로 친다면 사계절 등산 가운데 어려운 것은 여름 등산과 겨울 등산이다. 그것은 계절의 날씨와 관련된 것으로 우선은 덥다거나 춥다는 기후의 특징으로 인해서다. 그래서 등산하는 날의 컨디션과 체력이 필수적이어서 전반적으로 조심을 하게 된다.

이렇듯 1월의 겨울 등산은 거의가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눈 내린 산의 설경을 보러 가는 코스니 등산 애호가들은 몸 관리와 겨울 등산에 맞는 사전 준비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겨울 등산을 단독으로 갈 수 없으니 산악회나 등산전문 여행사를 찾아 등산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이번에도 대구드림여행사의 등산동호회와 함께 단양 소백산을 가기로 하고, 일요일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를 단단히 했다.

특히 목적지가 칼바람으로 유명한 소백산이라 혹한에 대비하기 위해 옷가지나 장갑, 양말, 모자 등 여분과 함께 오고가면서 차안에서 정리할 산행 메모 등을 배낭에 넣고 약속한 장소에서 일행들과 만나 버스에 탑승했다.

오전 7시45분경 칠곡 IC부근의 구 홈에버 앞에서 마지막 일행을 태운 버스는 중앙고속도로를 달린다. 안동 휴게소에서 드림 산악회가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간단히 마치고서는 필자는 차창을 통해 바깥의 날씨를 살펴본다.

영주 부근을 지나니 산에 눈이 보이고 멀리 보이는 산에는 흰 눈으로 쌓여 있어 또 한 번 겨울 등산의 묘미를 느끼겠구나 상상해보는 사이 차는 단양 새발유원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시계를 보니 10시인데, 등산화에 아이젠을 채우는 등 등산 준비를 끝냈다.

천천히 등산 들머리 길로 일행들과 이동을 시작한다. 출발점에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등산객들이 많다. 이제부터 겨울 산의 대명사인 소백산 산행을 즐길 차례다.
 

▲ 등산객들이 비로봉을 향해 오르는 모습.
▲ 등산객들이 비로봉을 향해 오르는 모습.

`소백산은 겨울이면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전개되는 대설원의 부드러움과 장쾌함이 돋보인다. 눈과 바람, 주목군락의 특이한 눈꽃은 다른 산에서는 보기 힘들다. 주목 군락지와 능선에 늘어선 고사목에 눈꽃이 만발하여 멋진 설경을 자아낸다`는 자료를 다시한번 기억해본다.

소백산 비로봉에 오르는 등산은 여러 코스가 있다. 도솔봉 코스(8.11km, 5시간30분 소요), 백두대간 코스(7.5km, 6시간 소요), 삼가동 코스(5km, 3시간 소요), 어의곡코스(4,9km, 2시간30분 소요), 천동계곡 코스(6.5km, 3시간)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우리 일행들은 어의곡에서 출발해 비로봉에 올랐다가 천동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는데, 등산구간 길이 12km에 총 6시간 정도가 걸린다.

어의곡탐방지원센터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부는 게 아무래도 고생을 좀 해야 할 것 같지만 흰 눈과 더불어 산행을 하는 기분은 상쾌하기만 하다. 계속 눈길을 올라서면서 숲길 사이를 걸어간다.

산은 백설로 뒤덮였고, 나무에도 눈이 남아 있는 멋진 풍경이 반복되는 길을 1km 정도 걷다보니 오르막을 만난다. 일행들과 줄을 이어 조심조심 올라서면서 삼거리 능선에 도착하니 시야가 흐려지고 눈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살을 에는 바람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국망봉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여 400m만 더 가면 비로봉이다.

정상에 다가설수록 세찬바람이 불어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다. 카메라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담아보지만 1m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린 시야에다가 칼바람으로 인해 사진찍기가 곤란한 악천후의 날씨다. 시기적으로 봐도 가장 추운 혹한기이니 오죽하랴.

`칼바람과 상고대의 설산 산행` 이것이 소백산의 트레이드마크다. 소백산은 태백산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소백산맥 중 하나로서 비로봉(1천439m)이 가장 높고, 국망봉 등 많은 봉우리들이 이어져 있다.

소백산은 여러 백산 가운데 작은 백산이라는 의미인데 소백산의 `백산`은 `희다`, `높다`, `거룩하다` 등을 뜻하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과거 삼국시대에는 신라·백제·고구려 3국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 문화유적이 많다.

조선 중종 때의 천문지리학자인 남사고는 소백산을 일러 “허리 위로는 돌이 없고, 멀리서 보면 웅대하면서도 살기가 없으며, 떠가는 구름과 같고 흐르는 물과 같아서 아무런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형상이라서 많은 사람을 살릴 산이다”라고 말한바 있는 산이니만큼 사시사철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겨우 비로봉 정상에 올라서니 더욱 눈보라가 거칠게 몰아치고 있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 주변을 살펴볼 틈이 없다. 몸을 빙그레 돌면서 한 눈으로 사방의 경치를 보지만 운무와 눈보라로 시야 확보가 어렵다. “안전하게 하산해야지”하는 마음뿐인데 몸의 움직임도 둔해진다.

비로봉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난 뒤에 하산할 방향을 정하고 나서 천동마을 쪽으로 방향을 틀어 산을 내려서기 시작한다. 계속되는 급경사의 계단으로 이어지는데다가 등산객들이 몰려 있어 더욱 조심해야한다. 내림길이 대단히 미끄럽다. 다리에 힘을 주면서 스틱에 의지해 한발 한발 내디디면서 등산 초보시절의 걸음걸이 자세를 유지하지만 안면으로 부딪히는 차가운 바람이 보통이 아니다.

그렇게 500~600m 내려와서 주목 군락지에 도달하니 활동하기가 정상보다는 조금은 낫다. 정말 추운 날씨 속에서 소백산 비로봉 정상에서 만난 칼바람의 매서운 맛을 보았다. 아마도 필자가 경험한 겨울 등산 가운데 가장 추웠고 힘든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주목군락지에서 `후유`하고 한숨을 크게 내쉬며 다소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 주변을 살피면서 주목과 백설의 어우러진 조화를 구경하면서 숲나무에 내려앉은 상고대를 보며 자연의 신비감을 느껴본다. 아마도 고사목이 된 주목에 내린 눈꽃들이랑 자연들은 겨울철 소백산 풍경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상고대는 겨울등산에서 경험하는 또 하나의 묘미다. `나무얼음`이라고도 하는 상고대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승화하거나 0℃ 이하로 급냉각된 안개·구름 등의 미세한 물방울이 수목에 동결하여 순간적으로 생긴 얼음이다.

백색 투명하고 부서지기 쉬운 얼음으로 마치 새우꼬리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데, 바람이 강할수록 크게 만들어진다고 하니 오늘 같이 운무와 눈보라가 내리는 말이 상고대를 만나는 적기인 것이다.

눈이 하얗고 하늘도 하얗고 천지에 하얀 산속의 숲길을 걸어 나와 천동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소백산의 다른 봉우리인 연화봉이 있다. 일행들은 직진해 천동쉼터에 도착하고서는 잠시 쉰다.

필자는 무럭무럭 김이 나는 컵라면을 사고 한 입에 넣어보니 그 따뜻함이 몸속으로 파고들어 살 것만 같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칼바람에 맞서 비로봉 정상에서 악전고투했던 모습과 지금 상태를 비교하니 안도감에서 마음이 편안하다.

천동쉼터에서 잠시 몸을 녹이고 난 뒤에 종착지에 도착해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정상 바로 밑에서 도중에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자신과의 약속이고 독자들과의 약속이라 힘든 산행을 했지만 오르내리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고생을 많이 한 등산이기에 소백산 등산이 더욱 가슴 속에서 사무치기도 한다.

비록 일기는 눈보라치는 전형적인 겨울 날씨였지만 소백산의 설원이 펼쳐진 숲길을 걸으며 맑은 생각도 해보고 고사목이 된 주목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슴에 새기고, 비로봉 산등성이 계단 길을 올라서면서 맛본 매서운 칼바람은 소백산 등산의 잊지 못한 또 하나의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펼쳐지는 풍경의 모두가 백색으로 다가와 영혼마저 순결해지는 것 같다.

“여기서는 하나가 된다. 하늘과 구름과 숲들이 백색의 축제를 연주한다. 숲을 거세게 흔들며 눈보라로 몰아쳐오는 북풍의 울음소리에서도 순백의 영혼이 묻어난다. 겨울 등산의 매운 맛! 칼바람에 부대끼며 오른 소백산 비로봉 정상, 힘겹다는 생각만큼 이곳 풍경에 가슴 벅찬데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흩날리는 눈의 잔치판이다” 소백산 등산에서 필자가 느낀 감회다.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떠난 소백산 정기 등산은 그곳에서 만난 힘들거나 또는 상쾌함으로 새겨진 등산의 아름다운 체험들은 한해를 살아가는 기력으로서, 또는 먼 훗날의 인생 여정에서 아련한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남게 되리라.

그러다보니 항상 마음에 새기는 확신이지만. 등산은 심신을 단련시키면서 일상에서 찌든 필자의 정신까지 맑게 해주어서 더욱 자연이 위대하고 산이 고맙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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