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타고온 상고대의 유혹… 은빛세계에 취하다

▲ 눈꽃이 피어 아름다운 경치를 간직한 선자령은 오르내리기가 수월해 특히 1월에 가고 싶은 전국 제일의 트레킹 장소 가운데 한 곳이다. 등산객들이 눈 내린 숲길 속 선자령 풍차길을 걷고 있다.
▲ 눈꽃이 피어 아름다운 경치를 간직한 선자령은 오르내리기가 수월해 특히 1월에 가고 싶은 전국 제일의 트레킹 장소 가운데 한 곳이다. 등산객들이 눈 내린 숲길 속 선자령 풍차길을 걷고 있다.

경북매일신문에 등산기를 연재한 이후부터는 독자들에게 좋은 산과 등산코스를 알려주면서 산행이야기를 알차게 꾸미기 위해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다녀온 내용을 특색 있게 쓰느라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이번 등산은 겨울산행의 최적지로 꼽히는 대관령 선자령 코스를 택했다. 미리 산악회에 전화해 겨울산행에 대한 준비물 등을 알게 됐고, 등산예정일 전날 밤까지 눈이 온다는 정보를 듣고 단단히 준비하였다.

일요일 새벽, 예정대로 탑승 경유지를 돌아 등산객을 모두 태운 버스는 중앙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오전 11시경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보니 강원도 지방의 산과 들에는 온통 눈이 덮여 설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길마다 인산인해… 전국 대표 눈꽃 트레킹 명소 자리잡아
정상 오르면 펼쳐진 설원 배경으로 백두대간·동해 한눈에

새해 들어 정기적으로 가는 첫 산행이다. 올해 첫 등산은 제주도 성산일출봉에 다녀왔지만 본격적인 등산이라기보다는 새해 첫날 해맞이로 경건하게 소원을 비는 행사였고, 필자가 2014년을 여는 정기적인 산행의 첫걸음은 일요일인 지난 5일에 시작했다.

등산을 한지 만 2년이 가까워오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전문 산악인도 아니고 취미삼아 산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서툴다. 그래서 겨울산행에 대해서는 조심을 많이 하는 편이다.

가고자하는 행선지의 상태, 즉 산의 높이, 산세, 오르막 내리막의 정도, 암릉길 여부도 살펴야 하고 그날의 날씨에다가 동행하려는 산악회의 특징, 산행대장이나 리더의 구성 여부, 산악회에서 준비를 요구하는 사항에 대한 대비 등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처음으로 등산을 시작하던 2년 전, 그때는 겨울의 끝 무렵이었지만 막상 산에 올라보면 한겨울 날씨였고, 초보라서 고생도 많이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겨울과 봄, 여름, 가을을 보내고 1년이 지나니 대충 어떤 시기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겨울등산, 특히 초보자들은 사전 정보를 알고 있어야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게 그간의 체험담이다. 그래서 필자는 가기 전에 어느 산에 오를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산악회에 전화를 걸어 마땅한 산악회가 있는지를 확인하여 정보를 얻고, 마땅한 데가 없으면 행선지를 바꾸기도 한다.

등산의 시발점이자 종착지이기도 한 옛 대관령휴게소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전부가 등산장비를 갖춘 사람들로서 선자령까지 산행하는 사람들이다.

대관령은 등산객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사람들이면 다 아는 이름난 곳이다. 강원도 강릉시와 평창군의 경계에 위치한 이 고개는 서울에서 강릉을 갈 때에 지나는 고개다. 대관령이 특히 유명한 것은 기후로 인해서다. 춥고 비가 많이 오는 지역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서리가 내리는 지역이다.

흔히`대관령의 3다(多)`로 설다(雪多), 풍다(風多), 냉다(多)를 꼽는다. 눈이 가장 많이 내리고, 우리나라에서 바람이 많은 지역이고, 남한에서 가장 추운 곳이라는 뜻이다. 그러니만큼 자연환경 조건에서 선자령 등산은 눈과 함께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이와 별도로 대관령 일대에서는 1월3일부터 12일까지 `2014년 대관령 눈꽃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세계인의 축제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염원하기 위해서다.

이렇듯 선자령 등산이 겨울철 등산코스로 유명하다 보니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특히 2010년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1월에 가장 가고 싶은 곳 5개 지역 중에서 하나인데다가 오르내리기가 다소 쉬워서인지 등산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이번 코스는 평이해 힘이 들지 않지만 눈 내린 설원의 언덕길이 있어 주의를 요하는 코스다. 일행은 간단한 몸 풀기로 등산준비를 하고서는 휴게소를 출발하여 선자령에 오르기 시작한다. 다행히 눈이 그치고 좋은 날씨이지만 총 12km의 거리다보니 부지런히 다녀와야 한다.

무리지어 눈 내린 길을 걸으며 주변의 풍경들을 살핀다. 눈이 없으면 황량한 벌판도 백설로 인해 아름다운 장소로 태어난다. 주변의 모습들을 조망하면서 강릉바우길 1구간으로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선자령에 오르는 코스를 `선자령 풍차길`이라 한다. 참고로 선자령 순환등산로는 강릉 출신의 소설가 이순원씨와 산악인 이기호씨가 개척한 `강릉바우길`의 첫 번째 구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선자령 순환코스를 걸은 뒤에 대관령 넘고 경포대를 거쳐 정동진 바닷가까지 이어지는 강원도 바우길 150km를 개척했다. 그중 대관령에서 선자령까지의 순환코스를 `선자령 풍차길`이라 명명했던 것이다.
 

▲ 백두대간 선자령 정상에선 등산객들.
▲ 백두대간 선자령 정상에선 등산객들.

초입 길을 걸으니 목장이 있고 바람을 막는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다. 눈 덮인 이 길을 먼저 다녀간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다져놓은 산길을 따라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게다가 사람이 밟지 않은 눈 내린 곳을 걸으면 뽀드득뽀드득 하고 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 재밌고 즐거운 길이다.

300m 정도 올라가니 산등성이에 대형풍차가 보인다. 여기가 우리나라 최대의 풍력발전단지이다. 대관령 풍력발전은 2Mw 44기가 있어 총 발전량 98Mw은 국내풍력 보급량의 78%를 차지하는 최대단지다.

친환경발전을 위해서는 풍력발전이 좋지만 가동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게 흠이다. 발전기 1대당 수입가격이 30억원, 조립비가 2억원 가량 들어가는데 비해 연간 수입은 대당 2억원이라 하니 완전 적자 구조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풍력발전 수요가 크게 줄면서 한 해 동안 전년도 대비 15% 마이너스 성장했고, 그 여파로 국내 관련 부품업체들의 실적도 악화되는 상태라니 걱정이다. 보기에는 좋지만 국가입장에서는 손해가 막대한 사업이다.

그러나 관광객들이나 등산객들이 바라보는 풍차는 힘있게 돌아가니 보기가 좋다. 설원에서 흰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풍차 풍경을 보며 백두대간을 언덕길을 걷고 있는 지금은 자연으로부터 축복받은 행보다.

이러한 재미에 사람들은 힘들게 새벽부터 준비하여 등산을 하고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른다. 일행들은 눈꽃 길을 걸으며 풍해조림지과 2구간분기점을 지나 한일목장길을 따라 걷는다.

한참 가다보니 자작나무숲과 낙엽송 숲을 지나고, 다시 걸어가면 우측 숲이 나타나는데 눈 내린 숲은 정말 장관이다. 그 모습에 일행들은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설원을 구경한다.

한일목장 삼거리를 지나 비탈길이 다소 어렵기도 하지만 그곳을 지나면 다시 편안한 길이 펼쳐지고 그 길을 빠져나오니 선자령이다. 정상을 올라가는데 등산객들로 붐빈다.

드디어 선자령 정상에 서서 설원에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멀리 풍경들을 본다. 몇 번을 언급하지만 겨울산행의 맛은 눈의 축복을 누리는 것이다. 산마다, 나무마다, 시야에 보이는 풍경은 하얀 눈으로 뒤덮여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겨울등산코스로 선자령을 최고로 친다. 전국에서 많은 등산인들이나 관광객들이 대관령 선자령을 찾으니 산마다 길마다 인산인해다. 확실히 이곳은 전국에서 대표적인 눈꽃 트레킹 명소로 자리 잡았다.

1월의 날씨라 하나 유난히 맑고 조망이 좋다. 과연 `백두대간의 전망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선자령 정상에서 보면 매봉, 대관령이 바로 보인다. 남쪽으로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보이고 오늘은 날씨가 좋아 저 멀리에 동해까지 보인다.

일행들은 산 정상에서 여기저기를 바라보고, 펼쳐진 설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구경하다가 다시 다음 코스로 향한다. 이제는 왔던 곳으로 향하는 하산길인데 되돌아가지 않고 우회하여 동해전망대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코스가 완만하니 힘들지 않고, 게다가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가는 길에서도 겨울, 이 산하 최고의 풍광을 몸소 보았으니 발걸음이 가볍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무리가 되어 하산한다.

동해전망대에서 잠시 쉬다가 올랐던 산등성이를 보고 있으려니 바람개비 풍차가 돌아가는 모습이나 겨울의 짧은 겨울해가 산등성이를 곱게 비춰주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정초라서 은혜스럽고 자연의 신비에 감사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오전에 출발했던 옛 대관령휴게소로 돌아오니 오후 4시반이 다 됐다. 다섯 시간 이상을 눈꽃 밭에 푹 빠진 기분이다. 그렇지만 마음은 더없이 상쾌하다. 멋진 눈꽃 트레킹을 마치고 이제 다시 귀가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야 한다.

 

▲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필자는 새해 첫 정기산행지로 선자령 눈꽃길 트레킹을 한 것이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산행의 최적지로도 꼽히는 곳이기에 독자들에게도 적극 권하면서 이번 산행에서 마음에 담은 시를 끄트머리에 적는다.

“대관령에서 시작되는/ 평창 선자령, 산행 길은/ 새해 벽두부터/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온통 하얗게 치장하고 있는/ 눈꽃 밭을 걷노라면/ 자연의 은혜가 눈부시다.// 발자국을 남기며/ 올라선 정상에서 만나는 그리운 것들,/ 백설과 바람/ 반짝이는 햇살/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들은/ 새해 들어 첫 산행을/ 마음껏 축복해주고 있다.”(자작시, `평창 선자령 산행`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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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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