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산·아름다운 계곡이 만나 절경을 이루다

▲ 백두대간의 낙동정맥에 속하는 울진 백암산은 울창한 산림지대와 긴 계곡이 있고, 내륙 산들과 동해안 조망을 자랑하는 운치가 있다. 산 아래에 유명한 백암온천이 자리잡고 있다.
▲ 백두대간의 낙동정맥에 속하는 울진 백암산은 울창한 산림지대와 긴 계곡이 있고, 내륙 산들과 동해안 조망을 자랑하는 운치가 있다. 산 아래에 유명한 백암온천이 자리잡고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한 여름철에 다녀온 산에 대해 산행기를 쓰려고 하니 여름등산에서 고생한 일들이 생각난다. 숨이 목에 차오르는 시간에도 백암산 등산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여름 산행은 비교적 가벼운 곳으로 다녀오게 마련인데, KJ산악회에서 울진 신선계곡 트레킹을 간다기에 코스를 알아보니 백암산 등산과 신선계곡 트레킹 두 코스가 있었다.

산행 위주로 하는 사람들은 백암산을 등산하고, 트레킹을 원하는 초보자는 계곡을 걷는 두 가지 코스였는데, 필자는 산과 계곡을 한꺼번에 다녀올 수 있다는 생각에 신청했던 것이다.

산림지대·긴 계곡 지나면 동해바다 한눈에… 온천 매력에도 푹~
금강송·참나무로 울창, 계곡에 들어서면 무더위 일순간 사라져

며칠 전 필자의 사무실에 온 지인이 내게 물었다. 여름 산행을 빠짐없이 하고 있는 것을 알고서 “여름산행과 겨울산행 중 어느 것이 어렵냐”는 물음이었는데, 한 여름 등산이 힘들지 않느냐는 의도였던 것 같다.

무더위 속에서 산에 올라야 하는 여름 등산은 어렵다. 그렇지만 필자는 겨울산에 오르는 것이 경험적으로 더 힘들다. 추운 날 산에 오르다가 칼바람을 맞아보면 정신이 아찔하다. 지난 겨울산행에서 한두 번 경험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매주말을 이용해 빠짐없이 등산을 하는 것은 마음속의 의지를 굳게 다지기위해서다. 여름이나 겨울 산행이 아니거나 좋은 계절의 산행이라 하더라도 육체적 피로를 가져오기에 때로는 빠질까하는 생각도 가져보지만 한번 빠지게 되면 또 빠지고 싶은 게 사람마음이라서 주말마다 산행하는 것이다.

지난 주말엔 울진 백암산을 다녀왔다. 백암산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백암온천을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온천지구 너머 백암산과 또 그 산 아래에 있는 신선계곡은 여름에도 무더위를 식힐만한 이름난 곳이기도 하다.

오전 7시에 대구 범어네거리 앞에서 출발한 차는 시내를 한 바퀴 돌아 일행들을 태우고서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동해안의 7번 국도를 이용해 오전 10시30분경에 백암온천에 도착 했다. 이곳에 오는 동안 필자는 동해안의 내 고향 영해마을의 눈에 익은 풍경을 보며 옛 일도 생각해보다가, 또 울진 땅에 들어서서 자주 다녔던 길도 생각하고, 많은 지인들 중에서도 문인들과 언론인들과 바닷가에서 회 식당에서 또는 백암온천장에서 환담하던 때를 떠올려보았다.

▲ 백암폭포.
▲ 백암폭포.

백암산의 등산코스는 간단하다. 태백장 앞에서 출발해 산행안내소를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 방향을 택해 백암폭포를 지나 백암산에 올랐다가 하산해 천냥묘 쪽으로 내려오거나 아니면 그 반대편인 갈림길에서 천냥묘를 지나 백암산, 고모산성, 백암폭포를 거쳐 하산하는 방법이다.

등산을 원하지 않으면 온천장에서 차를 타고 더티재로 넘어가서 내선미마을에서 출발해 선시골 계곡을 걸으며 물이 합쳐지는 합수곡까지 갔다 오는 트레킹 코스를 즐기면 된다.

필자는 백암폭포와 고모산성을 보고 백암산에 올랐다가 하산코스는 합수곡으로 가서 신선계곡의 상류에서 하류지역으로 내려와 내선미주차장으로 오는 비교적 긴 코스를 택했다.

산도 타고 계곡도 거닐어보자는 꿩 먹고 알 먹고 식의 등산이지만 총 산행로가 16km가 되며, 6~7시간을 쉬지 않고 꼬박 걸어야 하는 코스다.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힘든 코스다.

10시30분께 준비를 해서 태백장 호텔 앞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등산안내소를 지나 산을 향해 걷는데, 백암폭포까지는 임도가 나 있어 차량 이용도 가능한 길이다.

밑에서 위쪽을 올려다보니 산 능선과 1004m를 자랑하는 정상이 보이는데 여름철이라 만만히 볼 산은 아니다. 마음을 다지면서 천천히 올라간다.

올라가는 산 길 좌우편으로 금강송들이 빼곡히 서 있다. 금강송은 울진과 봉화지역에서 자라는 품질이 양호한 소나무로 나무껍질이 붉은 색을 띈다고 하여 적송으로 불리기도 한다.

나이테가 촘촘한 금강송은 기후와 토양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데 울진의 서면 일대가 금강송 군락지로 울진군에서는 금강송 관광코스를 만들었다고 할 만큼 금강송은 유명하다.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갈림길에서 왼쪽을 접어들어 내려가니 계곡에 백암폭포가 있다. 30m 높이에서 떨어지는 이단 폭포는 물의 양이 많지는 않지만 시원하게 흘러내린다.

백암폭포수 아래에서 손을 씻고는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계곡을 올라 왼쪽편을 치고 올라가니 백수산 아래 고모산성이 나타난다. 고모산성은 일명 `할미산성`이라고도 한다. 자료에 의하면, 1597년(선조 30) 평해군수 겸 조방장 윤열이 축조하였다고 하는데, 돌을 쌓아 이룬 석성의 둘레는 약 500m 정도다.

이 성은 북쪽으로 직선거리 4㎞ 지점에 있는 백암산성의 전초기지로서 모성(母城)인 백암산성의 자성 역할이 더 컸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추측하고 있다.

일부는 허물어지고 일부는 옛 모양 그대로 있는 고모산성을 보고서 능선을 따라 오른다. 백암산 정상 아래에서 돌무더기들이 쌓인 곳을 자세히 보니 흰 색깔이 나는 돌이다. 아무래도 이를 보고 백암이란 말이 나온 것 같다.

정상에 다 왔다 싶어 빠른 걸음으로 오르니 다소 평평한 곳에 정상 표지석이 있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조금 지났는데, 백암산 등산의 들머리인 태백장호텔 앞에서 산행을 시작해 정상에 오르는데 2시간 정도는 걸린 것 같다.

▲ 백암산 일대에 서식하는 금강송.
▲ 백암산 일대에 서식하는 금강송.

백암산은 백두대간의 낙동정맥에 속한 산으로 온천 등 매력을 지닌 산이다. 또한 울창한 산림지대와 긴 계곡이 있고, 내륙의 산들과 동해안을 조망하는 운치를 가지고 있는 산이다.

여름 한 낮의 산 정상은 조용하다. 간간히 불던 바람마저 잠들었다. 다만 멀리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조망이 시원하게 터져있어 마음에 청량감을 준다.

정상을 둘러보고 기념사진 몇 컷을 찍고서는 바로 합수곡이 있는 편으로 하산을 한다. 신선계곡으로 소문난 선시골로 내려갈 작정이다.

여름의 백암산 등산은 정상만 보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어 백암산의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마소, 용소, 매미소 등을 보면서 산행할 요량인데, 백암산 북쪽 계곡에서 선시골을 통과하는데만 2시간 반가량 걸리지만 사실 이것이 백암산 등산의 백미이기도하다.

백암산을 내려서서 걷다가 갈림길에서 왼쪽 편 합수곡 길로 향한다. 여기서 직진해 내려가면 산행 들머리인 백암온천이 나타난다.

내려가면서 보니 백암산의 등산로는 일반 육산의 평길 구조를 이루고 있어 그리 험하지 않다. 소나무 숲길의 등산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서니 물이 합쳐지는 합수곡 계곡이 나온다. 합수곡은 신선계곡이라 불리는 선시골의 막다른 골목 격이다. 산에서 이어지는 여러개 계곡의 지류가 한꺼번에 합수하는 곳이 `물이 합쳐지는 골짜기`라는 의미로 합수곡이라 부른다.

신선계곡은 천연기암절벽이 많은 계곡으로 계곡 전체에 금강송과 참나무가 울창하고 계곡 곳곳에 가매소, 용소 등 여러 개의 소가 있다.

더운 여름에 1천4m 높이의 산을 타고 내려왔으니 힘이 든다. 하지만 계곡물이 깨끗하고 갖가지 형상을 한 바위들로 볼만한 비경들을 보면서 조심조심 걸으니 원기가 회복되는 듯하다.

신선계곡 하류 쪽으로 내려오면서 가매소를 지나니 용소가 나타난다. 용소는 옛날 여기에서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데, 등산을 다녀보면 전국 어디서든지 이름 있는 계곡에는 `용소`라는 이름이 있고 비슷한 전설이 깃들어 있다.

매미소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취한다. 주변에는 등산보다는 계곡에 트레이킹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여기서 조금만 가면 종착지 내선미 마을이어서 소에 내려서서 맑은 물에 몸을 적시노라면 뿌듯한 기분에 감싸인다.

무더운 여름날 백암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생각했던 순간들을 다시금 기억해본다. 등산을 마치고서 또는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서 휴식을 겸해 여유를 가져보는 행복한 시간이다.

“백암산을 오르다보면/ 동네 뒷산 같은 기분이 든다./ 길가엔 온갖 산꽃들이 피어/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데/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마저/ 더위를 식혀주고 있으니/ 아기자기한 맛과 멋이 깃든다.//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폭포를 지나/ 능선을 타고 산에 오르다보면/ 소나무 숲 속의 금강송들이/ 바위와 함께 어우러져서/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바람결에 날려 오는 솔향기마저/ 전설의 백암산을 뽐내고 있다.” (자작시`울진 백암산에 오르다`전문)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사실 이번 백암산 산행은 쉬운 게 아니었다. 등산로 초입부터 정상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어서 힘든 산행지였고, 신선계곡으로 빠져 나오는 길까지 합쳐 6시간을 쉬지 않고 걸었다.

그런 산행 코스였음에도 한 여름에 산을 타고, 계곡을 빠져 나와 무사히 등산을 마치고서 생각해보면 내겐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것은 의지가 만들어준 것이다.

마지막 등산길을 마무리해 오후 4시30분경, 내선미 주차장에 도착했다. 거기서 KJ산악회 일행들을 다시 만났는데, 그들은 여름날의 산행이라 다소 힘들어 보이기는 하지만 하나같이 밝은 표정들이었다. 산행의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지니 귀갓길에서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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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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