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의 한려수도` 대청호반을 품에 안다

▲ 구룡산 정상(373m)에 서면 눈 아래 대청호반이 펼쳐진다. 물은 산을 배경삼아야 하고, 산은 물이 있어야 조화를 이루거늘, 구룡산의 산수(山水)가 빼어남은 자연의 조화다.
▲ 구룡산 정상(373m)에 서면 눈 아래 대청호반이 펼쳐진다. 물은 산을 배경삼아야 하고, 산은 물이 있어야 조화를 이루거늘, 구룡산의 산수(山水)가 빼어남은 자연의 조화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일 새벽에 동네 뒷산을 타는 사람들이 많고 주말에는 가까운 산을 다녀오는 등산 마니아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로 장년층이 늘어난 것도 특색이다.

등산이 아니더라도 새벽에 시내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에 운동하러 나오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살자는 것이니 좋은 생활습관인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등산동호회에 가입해놓고 정례적인 산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주말이든 매월 한번이든 날짜를 정해놓고 가는 등산은 기다려지고 재미가 있다.

현암사 지나 정상길목 등산객들 정성으로 쌓은 돌탑군 `장관`
산 아래 펼쳐진 경치·자연 멋스러워… 높지않아 한결 수월

필자는 대구등산인연합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딱히 어느 한곳에 소속돼 그 등산회에서 가는 행사에 참가하는 것보다는 가보지 못한 산이나, 설령 갔다온 산이라 해도 일부 코스가 다른 행선지를 따라가곤 했는데 지난달부터는 변경을 했다.

매월 첫 주는 고향 영덕사람들의 모임인 화림산악회에서 가는 산을 타고 2~3주는 대구시내 등산전문 여행사 일정 가운데 가지 않은 산을 골라 참가하게 되고 넷째 주에는 대구문학인 등산회인 대문트레킹을 따라 산에 오른다.

한곳에 소속돼 회원들과 지속적인 친목을 다지면서 등산하는 것도 좋지만 시내의 여러 산악회들과 폭 넓게 교류하면서 다녀오는 즐거움도 크다.

이번 일정은 대문트레킹과 함께하는 계획인데, 사전에 알아보니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대청호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충북 청원의 구룡산 트레킹이라 한다.

한때는 출입이 금지됐던 청원 구룡산이 요즘 인기가 있다. 그것은 대청댐 호반위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그리 높지가 않아 1시간 반 정도면 충분한 휴식을 하면서 오를 수 있는 곳이고 그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대청호와 청남대 주변 풍경의 경치가 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등산을 하고서는 대통령역사박물관에서 귀중한 자료를 볼 수가 있고 대통령길을 트레킹하고서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시사철 등산객들이나 일반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됐다고 한다.

청원 구룡산에 오른다는 기대로 일요일 아침 일찍 약속된 장소에 나갔다. 필자의 일정상 한 달에 한 번씩 만나게 되는 문학인 등산동호인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올랐다.

▲ 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게 되는 돌탑들.
▲ 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게 되는 돌탑들.
차가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문의면으로 접어들고 주차장에 도착했다. 회원들이 내려서 몸을 간단히 풀고서 함께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하고선 바로 등산일정에 따른 코스에 오른다.

일정을 보면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현암사 절에 들렸다가 그 다음 구룡산 정상에 오른뒤 하산을 한다. 버스로 이동해 주차장인근에서 점심식사를 갖고 청남대에 도착해 역사자료관에서 전시된 내용물을 보고서 대통령길을 따라 트레킹을 하고서 종료하도록 돼있다.

대문트레킹은 지금까지 다녀온 행선지를 봐도 알 수 있겠지만 등산이 전문은 아니다. 명산, 명승지나 유명한 문인들의 자취가 서린 흔적들을 찾아 자연 속으로 들어가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면서 여유를 찾는 트레킹이다. 그래서 대문트레킹과 함께하는 날이면 볼거리, 쉴거리가 있는 테마산행이어서 마음이 편하다.

등산초입에 나서니 바로 현암사 절로 오르는 철계단이다. 사전에 정보가 없었다면 오늘 힘들겠구나 생각할 테지만 산이 높지 않고 바로 현암사 절이어서 철계단을 타고 걸어간다.

철 계단을 지나 돌계단을 지나 올라서니 신라 때 세워졌다는 조그만 절 현암사가 나타난다. 현암사는 서기 406년 선경대사가 세우고 원효와 혜통국사가 중창을 했다는 기록이 전해져 오는데, 현암(懸岩)이란 이름 그대로 가파른 구룡산 자락에 붙어 있다는 뜻이다.

절의 모습이 고목나무에 제비가 집을 지은 형국이라고 해서 풍수지리상 연소형(燕巢型) 지세라고 하는데, 고목나무에 매달린 다람쥐 같다고 해서 `다람절`이라고도 불렸다고도 전해진다.

동국여지승람에는 `고찰에서 들리는 은은한 독경소리와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보며 선비들이 시를 읊던 곳`이라고 적혀 있으며, 특이한 점은 이 절을 중창하고 2년간 수도를 했던 원효대사가 “현암사 앞이 호수가 될 것”이라고 한 예언이다. 

원효대사는 천년 후 절 앞에 커다란 3개의 호수가 생길 것이라는 점과 또 이 일대가 임금이 머무는 나라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하니 지금의 대청호와 청남대가 만들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하겠다.

현암사에 대한 내력과 원효대사의 예언을 들으니 불심이 전해진다. 마음을 정제히 하고선 대웅보전에 들려 경배를 드렸다. 가족의 화목과 함께 요즘 다소 어지러운 시대상이라 아픔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을 보태주십사 하는 기원이다.

대웅보전을 나와서 다시 삼신각에 올랐다. 절에 들릴 때 마다 꼭 찾아보는 곳이다. 거기서 혼자서 마음을 비우고 한창동안 기도를 올렸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 등산 들머리에서 대문트레킹회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한 모습.
▲ 등산 들머리에서 대문트레킹회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한 모습.
절에서 나와 위로 조금 올라가니 숲길이 나오고 그곳을 지나니 오층석탑이 있다. 오래된 석탑은 아니나 역사가 유구한 현암사가 있는 석탑이니 등산객들이 오르 내리며 눈길을 준다.

정상까지 능선이 이어지는데 편안한 길이다. 정상 가까이로 오르면서 돌탑군이 나타난다. 등산을 하다보면 산 밑이나 중턱, 산상의 어느 위치든지 돌탑군들이 많다.

오가던 등산객들이 하나둘 정성을 들여 올려놓은 돌인데, 어느덧 탑을 이루고, 또 무리를 이루고 있으니 돌탑을 보면서 사람들의 정성을 생각해본다.

구룡산 정상, 삿갓봉(373m)에 섰다. 현암사에서 800m거리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눈 아래로 펼쳐지는 장면은 멋스럽다. 물은 산을 배경삼아야 하고, 산은 물이 있어야 빛을 더한다. 그래야 자연은 더욱 조화를 이루는데 그야말로 산수(山水)풍경이 좋은 이 곳이다.

이곳에 서면 대청호가 왜 `내륙의 한려수도`라 불리고 있는지 그 까닭을 알게 된다. 대청호를 가장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충북 청원의 구룡산 삿갓봉이다. 삿갓봉 정상에는 나무로 깎은 용 한 마리가 자리하고 있다. 산 정상인 이곳에서 솟아 하늘로 올라가려는 모양새다. 여기엔 마을 주민들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

구룡산 아래에 있는 진장골에 10년 전인 지난 2004년 3월 5일에 엄청난 폭설이 내려 엄청난 피해를 입었으나 마을 주민들은 다시일어나 쓰러진 나무들을 주워 모아서 500여개의 장승을 만들어 장승공원을 만들었고, 구룡산 정상엔 용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정상에서 용조각상을 보고, 대청호를 내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그리 높지 않지만 역사의 전설과 현대적인 의미가 담겨진 산이다. 정상에서 휴식하면서 생각에 잠기며 시심에 젖는다.

“대청호를 끼고 있는/ 구룡산 등산로를 걷다보면/ 여기저기서 돌탑을 만나다/ 정교한 무더기는 아니지만/ 산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정성을 모아/ 쌓아올린 정이 가는 돌탑이다.// 위아래를 받들며 엮인 돌들이/ 비바람을 이겨내면서/ 한촌의 산을 오르내리는 이들에게/ 조금 위안을 가져다주는/ 구룡산 그 정상에서 보면/ 저 아래 대청댐 수면 위로/ 첫여름의 태양이 밝게 빛난다//”(자작시`구룡산 정상에 서면`전문)

오전 11시10분경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대청호와 일대의 풍경을 가슴에 안고서 일행들은 하산을 한다. 오르내리는 길이 힘든 길이 아니니 쉽게 하산을 했는데 내려오니 12시께이다. 타고 온 버스로 5분정도 이동을 하니 대청호수몰비가 있는 대형주차장이다. 그곳에서 우리 일행들은 대구에서 일괄 주문한 비빔밥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 구룡산 정상에 서면 대청호반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 구룡산 정상에 서면 대청호반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식사를 마치고서 버스로 이동해 오후 1시 20분경 청남대에 도착했다. 청남대는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변 환경이 빼어나 대통령 전용별장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1983년 6월 착공하고 그해 12월에 완공되었다.

먼저 역사박물관에 들러 15분 정도 관람을 했다. 일행들 가운데 몇몇 회원들은 대통령 집무실로 꾸며놓은 책상에 앉아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박물관을 한 바퀴 돌아 나와서 대통령길 산행을 시작한다. 먼저 김대중길이다.

한 시간 가량 걷고 난 뒤에 이어지는 길이 노태우길(2km)이고, 전두환길(1.5km)이다. 두 길을 지나오는데 50분 정도 걸렸다. 그 다음길이 노무현길(2km)이고 마지막에 있는 길이 이명박길(3.1km)로 1시간20분이나 걸렸다.

대통령길을 걷는데만 3시간 40분이 걸렸다. 트레킹하는 길이 아니라 숫제 등산이다. 계속 이어지니 힘이 들었다. 따지고 보니 도착해서 오전에 2시간 산에 오르고, 점심식사 후에는 청남대 대통령길 9.1km를 5 시간에 완주했으니 오늘 걸은 것만 하더라도 꼬박 7시간이다.

하지만 구룡산에 올랐다가 주변경관과 함께 인근에 주민들이 만들어놓은 장승공원의 해학이 가득한 모습의 장승 500개를 보고, 하산해서는 청남대 역사박물관을 본 뒤에 대통령길을 적당히만 걷는다면 가족들과 올만한 산행지로 좋을 것 같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오후 5시, 청남대 주차장으로 되돌아와서 차에 올라 생각해본다. 대문트레킹 회원들과 함께 오른 구룡산, 그 정상에서 본 대청호반의 그림 같은 모습들, 또한 청남대의 잘 가꿔진 박물관과 정원들을 둘러보면서 보낸 의미 있는 시간들, 차창 밖 대청호 수면 위에 첫여름의 구룡산이 비쳐지니 기분 좋은 날이다.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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