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산이 맞닿은 그 곳에 힐링이 있었다

▲ 포항 내연산은 우척봉, 삿갓봉, 매봉, 향로봉, 삼지봉, 문수봉과 함께 12폭포가 있는데다 경북수목원이 자리 잡으면서 사철 등산의 요람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 포항 내연산은 우척봉, 삿갓봉, 매봉, 향로봉, 삼지봉, 문수봉과 함께 12폭포가 있는데다 경북수목원이 자리 잡으면서 사철 등산의 요람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산이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철이 다가온다. 북쪽 산에서 9월말부터 물들기 시작하는 산 단풍은 등산에서 또 하나의 구경거리를 만들어주니 기다려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올해 단풍드는 시기를 살펴보니 설악산이 9월말에 첫 단풍이 들어 10월18일이 절정기를 이룬다고 한다. 그 후 남쪽으로 내려가 속리산은 10월18일쯤 첫 단풍이 들어 10월말이나 11월초에 절정기에 달하고 가야산이나 내장산도 거의 비슷한 시기를 나타내고 있다.

필자는 많은 산들을 다녔지만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 속리산, 가야산엔 제철에 다녀오지 못했다.

단풍 절정기가 비슷한 시기에 그 산을 다 다녀온다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단풍철은 설악산과 오대산 산행을 하면서 아름답게 물든 단풍에 심취했지만 올해엔 시기를 맞춰 단풍 명산에 다녀올 계획이다.

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 설렌다.

연산폭포 등 12개 폭포와 울창한 숲에서 힐링·등산 `일석이조`
고산식물·향토 수종 등 다양한 경북수목원 트레킹 코스도 인기

주말마다 정기등산을 하는 필자는 가급적 일요등산을 즐긴다. 토·일요일 연속등산을 한 적도 있었지만 평일에도 이것저것 하느라 바쁘게 생활하다가 주말에 연속산행을 해보니 힘이 든다.

지난 토요일은 독도사랑산악회에서 밀양 구만산 등산을 다녀왔는데, 일요일 연속으로 등산갈 일이 생겼다. 잘 알고지내는 분이 영남일보가 주관하는 `영남일보 CEO 영남아카데미 산우회`에서 포항 내연산 등산을 가는데 함께 가자는 제안이 왔다.

경상북도수목원 둘레 트레킹 코스라 하니 아직 그곳에 가본 적이 없어 몸은 피곤했지만 따라가기로 하고, 내연산과 수목원에 대한 자료를 정리했다.

일요일 아침 약속 장소를 나가보니 어제 통화를 한 영남일보 사장 등 아는 분 여러사람들이 나와 있었는데, 반갑게 인사를 하고 차에 올라 포항으로 향했다.

경상북도수목원은 포항시 죽장면 상옥리에 있다. 지금은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도 나 있고, 또한 수목원 개발로 인해 주변 교통이 좋아졌지만 과거 `영일 죽장`이라고 하면 오지 중에서도 상 오지에 해당됐던 곳이다.

그러나 2001년 수목원 개장 후 십여년 간 숲을 잘 가꾸고 주변의 내연산, 동대산 등과 연계해 등산코스가 개발되고 나서부터 등산인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로 변하고 있다.

▲ 경상북도수목원 뒤편의 트레킹 코스, 아늑한 `힐링` 나무숲길이다.
▲ 경상북도수목원 뒤편의 트레킹 코스, 아늑한 `힐링` 나무숲길이다.
고속도로와 지방도를 달려 차는 이윽고 경상북도수목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중에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서 자연친화적인 것은 아니라고 하나 수목원으로 인해 이 일대가 자연과 연계되는 쉼터로 제공되고 있으니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좋은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남일보 CEO아카데미 산우회 일행들은 등산을 하기 전에 먼저 수목원 숲 해설 전시장에 들려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수목원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2001년 개장 당초에 내연산수목원으로 불려지다가 2005년 6월에 경상북도수목원으로 이름을 바꾼 이 수목원은 내연산 속에 있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대의 수목원답게 다양한 고산식물들과 지역 향토 수종 등 가치 있는 임목 유전자원들이 2천727ha에 보존되고 있다.

전시장에서 구경한 다음 일행들은 바깥으로 나와 간단히 등산 준비운동을 마치고서는 이제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선다. 코스는 먼저 삿갓봉에 오른 뒤에 왼쪽방향으로 나서 꽃밭등을 지나 매봉으로 회서 수목원으로 돌아오는 등산이다.

이곳이 내연산 일부이니 내연산 등산과 관련해서 참고사항을 적어본다. 포항 내연산 등산은 오르는 봉에 따라 출발지가 다른데 그만큼 내연산이 품고 있는 봉우리들이 많다는 뜻인데, 내연산 육봉은 우척봉(775m 천령산), 삿갓봉(716m), 매봉(835m), 향로봉(930m), 삼지봉(710m), 문수봉(622m)이다.

삼지봉을 중심으로 서남쪽으로 향로봉, 매봉, 삿갓봉, 우척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ㄷ자 형으로 이어져 있고, 그 중간으로 8km이상 되는 청하골이 흐르고 있으며 동쪽으로 문수봉이 자리하고 있다. 그 북쪽은 포항과 영덕 경계인 동대산이다.

▲ 내연산 깊숙히 자리한 경상북도수목원은 힐링 명소로 소문나 있다.
▲ 내연산 깊숙히 자리한 경상북도수목원은 힐링 명소로 소문나 있다.
또한 청하골에는 연산폭도 등 12개 폭포가 있고 협암, 병풍바위 등 많은 명소가 있어 내연산 산행은 등산시기가 봄, 가을 또는 여름철인가에 따라 등산로가 달라진다.

대부분 등산인들은 내연산을 여름철 등산에 제격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계곡이 있고, 폭포가 흘러내리는 보경사쪽 방향이나 하산 지점을 영덕 옥계계곡으로 잡는 동대산 산행이 피서를 겸한 등산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시사철 향로봉, 매봉 삿갓재를 주로 오르고, 인근에 경상북도수목원의 울창한 숲을 한 바퀴 도는 트레킹코스가 개발돼 전국 등산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삿갓재로 오르는 수목원 뒤편은 나무숲길이 아담한 힐링길이다. 일행들은 삼삼오오 편을 이루어 담소하면서 길을 걷는데 아직은 초입길이라 일행들 저마다 여유가 넘쳐난다.

일요일 오전, 선선한 가을 날씨 속에서 아직은 푸른잎의 나무들과 눈을 맞추며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게다가 싱그러운 햇살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평평한 산길의 흙을 밟으며 걷고 있으니 어제 다녀온 구만산 등산 피로가 말끔히 가셔지는 것 같다.

숲길과 흙길을 계속 걸어 일행들은 내연산 삿갓봉(716m)에 도착했다. 주변을 살펴보면서 잠시 쉬다가 숲 속에 갇혀 있는 듯한 정상 표지석 뒤에서 등산 기념 단체사진을 찍었다.

▲ 내연산 삿갓봉 정상 표지석.
▲ 내연산 삿갓봉 정상 표지석.
정상에서 보니 수목원 전망대도 보이고 멀리로 올라야할 매봉의 모습도 보인다. 고개를 돌려 보니 월포리 앞바다도 펼쳐지는데 산에서 바다를 보면 언제나 마음이 찡하다.

삿갓봉을 내려서서 숲길을 걷는다. 계속되는 숲길이라 산 속에서는 위치를 알기가 힘들지만 어느 산의 등산이든지 사전 산행 정보로 얻어서 중간지점과 목적지등을 새기고 방향을 알고 나면 등산 전체의 모습이 그려져 산행길이 편하다.

길을 내려서다가 500m쯤 왔을까 산마루에 쉼터가 있는데 `외솔배기`라는 멋진 노송이 유래를 안고 있다. 그 앞에서 일행들은 서서 유래를 읽어보면서 족히 300년은 돼 보이는 노송 한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지금은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지만 옛날 이곳은 첩첩산골로 마을사람들이 보경장날에 갔다가 여기에 도착하면 안심했다는 고개마루인데, 예나지금이나 길손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쉼터다.

외솔배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일행들은 다시 산행을 시작해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오른쪽 방향은 우척봉(천령산)으로 가는 길이고, 향로봉으로 가는 시명리 길잡이도 된다.

삼거리에서 지나서 직진해 꽃밭등이란 지명의 언덕을 만난다. `꽃밭등`이란 이름이 재밌다. 본래 이곳에는 산등 전체가 아름다운 참꽃(진달래)으로 유명했던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일대에서 산골마을이 없어지고 또 극심한 병충해로 큰 나무들이 없어지자 참나무들이 많이 자라면서 참꽃마저 사라진 채 현재는 꽃밭등이란 지명만 남아 있다고 한다.

내연산 경북수목원 둘레를 걷는 길이 힐링길이고, 트레킹 코스라 하지만 고도가 계속되는 길이니 다소 지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른 산 등산 때와는 달리 편안함 속에서 사색하며 길을 걸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다.

주변에서 가을산으로 변해가는 나무들의 모습과 에전 같았으면 첩첩산중인 이곳 산길을 걷고 있으니 시심이 발동한다. 가을이 익은 산속의 자연과 동화되는 마음의 발로다.

“내연산 깊숙이에서/ 숲길을 걷고 있으면/ 산이 내뿜는 산뜻한 기운에/ 한없이 기분이 상쾌해진다./ 숲과 나무들./ 이름 모를 풀꽃까지 내게/ 슬며시 말을 걸어온다.// 오솔길을 걷다말고/ 고개를 잠시 들어/ 공중을 우러러보면/ 나무 이파리 사이에서/ 훤히 펼쳐지는 푸른 하늘./ 점점 높아져가는 하늘을 이고/ 가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자작시 `내연산 숲길에서`전문)

꽃밭등에서 매봉으로 향하다가 오르막 산길에서 갈림길이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내연산 가운데 가장 높은 향로봉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매봉 방향이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드디어 일행들과 함께 마지막 코스 매봉에 올라섰다. 평지위에 암반 몇 개들이 드러나 있는 작은 공간에 `내연산 매봉`을 알리는 정상석과 정상 표지가 두 개가 있다. 정상에서는 별다른 쉼터가가 없어 잠시 선채로 쉬다가 바로 수목원 쪽으로 내려선다.

수목원이 들어서고 난 뒤에 생태관찰로를 겸한 등산로 정비가 깔끔히 돼 있어 오래도록 걸어도 힘듦이 없는 곳이니 등산 초보자들이나 트레킹을 즐겨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 코스다.

이번 주말엔 계획에 없던 연속 산행을 했다. 영남일보 CEO 영남아카데미 산우회가 마련한 내연산 등산에 나서 약 15km에 이르는 나무숲 길, 힐링 트레킹을 지겹도록 걸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기에 경북 제일의 여행지로 소문난 포항의 내연산 숲길 산행, 경북수목원 둘레 길을 원 없이 걸었으니 빼어난 풍광들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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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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