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공룡에 오르면 꿈틀거리는 풍경들이 있다

▲ 주변 비경이 빼어나 `영남알프스`라 일컫는 일곱산 중에서 네 번째 높은 울산 신불산은 칼바위가 번득이는 신불공룡과 억새평원이 이어져 있어 유명한 명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주변 비경이 빼어나 `영남알프스`라 일컫는 일곱산 중에서 네 번째 높은 울산 신불산은 칼바위가 번득이는 신불공룡과 억새평원이 이어져 있어 유명한 명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저기서 가을이 오는 모습들이 완연하다. 생활주변에서 흔히 느끼고 있는 일상사의 경험을 통해 계절의 소리를 알 수가 있다.

하늘이 푸르고 높아져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아침 저녁으로 들려오던 매미 울음소리도 줄어들더니 뚝 끊기고 나면 그 무덥던 여름이 다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도심을 벗어나 야외로 나가면 나무들의 푸른색들이 점차로 옅어지고 누렇거나 갈색 빛으로 변화되는 모습 속에서 찾을 수가 있고, 가을의 전령사라고 하는 억새풀이 하얀 모습을 드러내면서 바람에 나부끼는 것도 가을이 왔다는 증거다.

33m 절벽 홍류폭포수, 봄 무지개·겨울엔 고드름·백설 연출 `장관`
로프구간 뒤 칼바위 형상 공룡능선 지나면 억새평원 가을정취 물씬

이번 등산은 가을을 맛보려 대구 KJ산악회를 따라 가을 전령의 대명사로 알려진 억새풀이 자랑인 영남 알프스의 신불산, 간월산 행차를 했다.

아침 8시 대구 범어네거리에 있는 지성학원 앞에서 탑승해서 시내 곳곳에서 산행팀들과 합류해서는 곧장 고속도로를 달렸고, 산악회가 지급하는 아침식사를 하기위해 휴게소에 쉬었다가 다시 이동해 10시30분 산행시작 지점에 도착했다.

신불산 등산에서 먼저 영남알프스를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영남알프스는 울산에 있는 7개산을 일컫는 이름이다. 가장 높은 가지산(1천241m)을 비롯해 운문산(1천188m), 천황산(재약산·1천189m), 신불산(1천159m), 영축산(1천81m), 고헌산(1천34m), 간월산(1천69m) 등 7개 산군이 마치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 `가을의 전령사` 억새로 유명한 억새평원 모습.
▲ `가을의 전령사` 억새로 유명한 억새평원 모습.

이번 산행지 신불산과 간월산이 그 중에 해당된다. 신불산 등산코스는 여러 곳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을 꼽아보면 간월산장에서 올라가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등억리 온천지대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 간월산장(주차장)에서부터 시작하여 홍류폭포, 전망바위, 신불공룡능선, 신불산 정상으로 가며 약 3시간 걸린다.

이 코스는 등산 후에 간월재나 간월산장으로 원점회기 하는 가장 좋은 코스이기도 하다.

둘째는 가천마을에서 올라가는 코스인데, 가천 수퍼마켓 앞에서 마을길로 30분 거리에 있는 불상사 암자 입구의 주차장을 들머리로 해서 5분정도 들어가면 신불평원을 지나 신불재로 해서 신불산으로 가는 코스로 약 3시간 소요된다.

셋째는 배내고개에서 오르는 길인데, 배내봉을 지나 간월산에 올랐다가 간월재을 지나 신불산으로 가는 코스로 배내봉에서 신불산 까지 약 3시간30분 걸린다.

 

▲ 계속 이어지는 칼바위모양의 신불공룡 모습.
▲ 계속 이어지는 칼바위모양의 신불공룡 모습.

kj산악회의 주 코스는 신불공룡-신불산-억새군락-간월산-간월 공룡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하지만 필자는 시간관계상 달리했는데, 등억온천 인근에 있는 간월사지를 출발해 홍류폭포- 신불공룡- 신불산-간월재- 억재군락지- 간월산를 경유해 간월지로 하산하는 길을 택했다.

간월사지는 등억온천단지에 위치해도 등산 들머리에 있어 등산객들이 아니면 찾지 않는 곳이다. 보기에도 쓸쓸해 보이는 폐사지에 삼층석탑만 외로이 서 있다.

신불산 들머리인 간월지를 지나 올라가다보면 삼거리에 있는 폭포가 홍류폭포다. 여기서 곧장 가면 간월산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 방향이 신불산으로 가는 산 중턱에 폭포가 있다.

홍류폭포 안내판에 의하면, `신불산 정상과 공료응선 사이에서 발원된 물줄기가 계곡을 흘러내려 등산로변에 웅장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약 33m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봄이면 한줄기 무지개를 만들고 겨울에는 벼랑 끝에 고드름이 매달리고 흩어져내리는 물은 백설이 되어 쌓이는 비경을 연출한다.

한 여름 무더위를 식히며 폭포수를 보노라면 중국의 시성 이백의 비류직하삼천척이란 시귀를 연상케 한다`는 설명이 자세하다.

폭포를 지나 7분쯤 산을 타고 올라가니 신불산 암릉지대인 신불공룡이 능선 입구다. 암릉 길이 시작되는데, 칼바위를 타고 올라가려면 암응 구간에서는 밧줄을 이용해야 한다. 첫 번째 로프 구간에서 로프를 타고 암릉으로 오른다.

 

▲ 해발 900m에 자리잡은 아담한 간월재휴게소와 주변 모습.
▲ 해발 900m에 자리잡은 아담한 간월재휴게소와 주변 모습.

특히 이곳 밧줄구간은 바위위에서 길게 늘어뜨려진 밧줄을 타고 올라가야하는데, 초보자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등산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조심해야 한다.

가급적 산행 중 로프 구간을 만나면 안전한 곳까지는 혼자서 로프를 타야하는데 여러 사람이 동시에 오르면 하중을 못 견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언제든 조심해야하는 게 암릉 등산에서 로프 구간이다.

로프를 타고 올라가 두 번째 로프 구간을 만나는데 절벽이 90도 직각으로 서 있는 것 같다. 조심조심 올라서서 세 번째 코스를 올라보니 처음 밧줄을 탈 때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서 주변을 살펴보니 시야가 터지면서 멀리 마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다.

밧줄을 계속 타고 올라 다섯 번째 로프 구간을 지나 공룡능선에 도착했다. 바위위 능선을 걷고 있어도 뾰족한 칼바위들로 형성된 신불공룡 능선이 마음에 위압감을 준다. 칼날같이 번득이는 칼바위의 형상들이 줄지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여기에서는 스틱이 필요 없고, 두 손과 두 발을 이용해 엉금엉금 기면서 산을 올라야하는데 매우 조심해야 한다. 신불공룡코스로 신불산을 등산하는 사람들은 힘든다고 하면서도 등산하고 나서는 칼바위를 타는 재미로 이 코스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신불공룡에서 비탈길을 오르고 마지막 바위구간을 통과해 평지로 돼있는 신불산 정상에 올랐다. 영남알프스의 모습이 눈앞에서 황홀하게 펼쳐지고 있다.

신불산은 울산 울주군과 경남 양산시 경계에 소재한 산으로 높이가 1천159m다. 태백산계의 내방산맥에 속하는 이 산은 북서 2㎞ 지점의 간월산이 있고, 남쪽 2.8㎞ 지점의 영축산(취서산)과는 연속된 형제봉을 이룬다.

신불산 정상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서 주변을 살펴본다. 산 정상에서 멀리 또는 가까이서 장대하게 펼쳐지는 영남알프스의 가을 선경들. 정말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전국의 산을 산행하면서 느끼는 감정이지만 계절에 따라, 지역에 따라, 또한 필자의 기분에 따라 느껴지는 감흥들은 다 다른데, 기본적으로는 이 산하가 절경이라는 것이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전개되는 풍경들에 마음이 아찔할 지경인데 정상에 쌓아진 돌탑을 보면 또 어느 등산객들이 정성으로 저렇게 돌탑을 쌓았는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가을이 익기 시작하는 자연의 한 복판에서 잠시 쉬면서 지나온 칼바위와 앞으로 오를 간월산을 바라보면서 회한에 잠겨본다.

“해발 1천m가 넘는/ 아름다운 산들이 줄지어/ 절경을 빚은`영남 알프스`/ 네 번째 높은 산이/ 신령스러운 신불산이다./ 살아 움직이는 듯, 신불공룡/ 그 모습에 탄성을 지른다.// 누가 산꼭대기에/ 온갖 돌들을 옮겨와서는/ 예술품을 만들어놓았는가./ 하늘이 높아져가는 계절에/ 공룡이 꿈틀거리는 산에 올라/ 억새의 노래를 듣는 이 순간/ 바람도 잠시 호흡을 멈춘다.”(자작시 `신불산의 풍경들` 전문)

신불산을 내려서서 간월산으로 향한다. 1km가 조금 넘는 거리지만 쉬어간다는 간월재가 있고 억새평원이 이어지는 등 아름다운 경관이 줄지어 있으니 산행로치고는 멋진 모습들이다.

영남알프스 일대의 산 주변 평원에 억새군락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하다. 신불산과 취서산 사이의 신불평원 60여만 평과 간월산 밑 간월재의 10만여 평, 고헌산 정상 부근의 20만여 평에 이르는 광활한 황금빛 억새평원은 곱고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오는 10월4일부터 5일까지 `2014 영남알프스 억새 대축제`가 열리는데, 제철에 피는 억새들이 일대장관이라고 하니 여기에서 소개해본다.

간월재에는 간월재휴게소가 있는데, 산행객들이나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이곳은 자연과 어울려 마치 외국의 풍경과 비견될 수 있어 또 하나의 자랑이기도 하다. 넓게 펼쳐진 신불산 억새평원은 가을 정취를 물씬 배어나게 한다.

간월재에서 조금 쉬다가 발걸음을 옮겨 간월산으로 향한다. 1.4km 정도 평원과 산등성이를 걷고 계단을 올라 마침내 간월산 정상에 섰다.

산 정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서 하산하는 길은 흙길이 편안하다.

한참 내려와 계곡을 타다보니 울주군에서 올해 등산로 정비사업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등산객들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 산길을 정비하고 있으니 등산인의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그 길을 하산해 아침에 출발했던 간월사지에 도착하니 오후 5시 반이 가까이 됐는데, 신불산과 간월산 등산에 꼬박 7시간이 걸린 셈이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이번 신불산 등산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에 쌓여 잠시 후에 떠날 차를 기다리면서 오늘 올랐던 신불산을 생각해본다.

칼바위가 번득이고 억새풀이 완연한 가을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시기에 자연 속에서 보낸 하루. 가을의 전령사 억새풀이 멋지게 펼쳐져 바람에 서걱이는 장면들이 눈앞에 삼삼하다. 과연 아름다운 영남알프스의 신불산이다.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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