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올해 연중 특별기획으로 ‘소설가 김별아의 경주 월성을 걷는 시간’을 연재한다. ‘신라 천년의 역사 현장’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월성을 둘러싼 갖가지 이야기와 그 속에서 명멸했던 인물들을 현대로 불러올 기사가 모두 20회에 걸쳐 독자들과 만나게 된다. 발굴이 한창 진행 중인 월성 현장 르포와 신라 역사 속 숨겨진 미스터리, ‘월성의 주인’이었던 왕과 여왕들, 석굴암과 황룡사지 등의 유적지 탐방이 게재될 것이다. 이번 특별기획은 2019년 오늘, 천 년 전 신라 사람들의 얼굴을 다시 만나는 유의미한 체험을 독자에게 제공할 것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대략 사자성어가 600개 정도이며 여기에 속담, 격언, 명언들까지 합치면 무려 1천200여 항목에 이른다고 한다. 단순히 뜻을 함축시킨 사자성어도 있지만 고사(故事)에 기인된 ‘고사성어’는 과거의 이야기를 상황이나 감정, 사람의 심리 등을 비유적으로 함축된 내용을 묘사한 관용구이다. 예컨대 다다익선(多多益善)은 한신과 유방이 나눈 대화 중에 나온 말로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인용하면서도 뜻풀이에만 급급한 나머지 정작 여기에 얽힌 고사는 잘 모른다는 것이다. 사자성어를 뒷받침하고 있는 사실이나 역사를 바로
햇볕에 드러나면 짜안해지는 것들이 있다 /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햇살이 닿으면 왠지 슬퍼진다 / 실내에 있어야 할 것들이 나와서 그렇다. / 트럭 실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가 다 보여 민망하다 / 그 이삿짐에 경대라도 실려 있고, 거기에 맑은 하늘이라도 비칠라치면 / 세상이 죄다 언짢아 보인다 다 상스러워 보인다.이문재 시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첫 구절입니다. 자기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그곳을 떠났을 때의 슬픔을 시인은 노래합니다. 저택에서 끄집어 낸 이삿짐이나, 골목길 원룸에서 자취하는 이들의 이삿짐
‘이제 어리바리해서는 밥도 못 먹겠네….’ 얼마 전 집 근처 마트 식당가에서 주문 카운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사람 대신 무인기계가 놓여 있는 것을 보신 이모가 툭 한마디 하셨다. 공교롭게도 그 며칠 후 ‘무인계산대 시대, 무엇을 눌러야할지 몰라 쩔쩔매는 노인들’, ‘무인 주문·계산기 들여놓자 발길 끊은 60대 단골들’ 등의 기사들이 쏟아졌다.액티브 시니어. 요즘 웬만한 60·70대 어른들은 ‘노인’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아 새로 쓰게 된 말이다. 은퇴 후에도 적극적인 소비와 취미, 여가 생활을 즐기며, 최신 상품들을 젊은이들보다
갈등(葛藤)의 갈(葛)은 칡 갈자다. 등(藤)자는 등나무의 등자다. 칡은 왼쪽으로 덩굴을 감고 올라가며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간다. 두 가지가 얽히면 아주 풀기 어려운 모양이 된다. 칡과 등나무는 아주 질겨 자르기도 힘들다. 뿌리까지도 뽑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 식물체의 특성에서 따온 뜻의 말이 갈등이다.사전에서는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의견이나 신념, 목표 등이 서로 달라 상호 충돌하고 상충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심리학에서는 두 개 이상의 상반되는 경향이 거의 동시에 존재하여 어떤 행동을 할지
정초에 발표된 김정은의 신년사에는 ‘핵보유국’이라는 자만심의 여유가 한껏 묻어났다. 이탈리아산으로 추정된다는 초호화 가구가 배치된 거실에 앉아서 성명서를 읽는 방식으로 진행된 신년사 낭독은 그 형식부터가 생소한 것이었다. 그러나 호화판 거실에 앉아서 읽는 그 형식만 바뀌었지, 신년사 내용에는 우리가 걱정해야 할 대목들이 즐비하다. ‘평화’는 낭만적인 의지만 갖고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현실을 다시 한번 깨우쳐준다.김정은은 우리에게 지난 9월의 남북 군사합의서의 범위를 훌쩍 넘은 군사적 요구부터 해왔다. ‘외세’와의 군사훈련 중
오직 미국만이 고용을 포함해 경제환경이 좋아 보인다. 이기적인 정책 덕분이다. 그런데 미국 기업들은 대체로 건강할까? 많은 분들이 미국과 함께 FAANG과 같은 신기술 기업들을 연상한다. 그러나 미국 한편에는 구경제 한계기업들이 널려 있고, 이는 마치 미국의 민낯을 보는 것같다.신용등급이 투자적격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된 기업을 ‘추락한 천사(fallen angel)’라고 부른다. 최근 제록스(Xerox)가 그런 경우였고, 그 뒤를 Ford, GE 등이 이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과거 구경제에서 이름을 날렸지만 이제는 늙었다. 한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선거제도 개혁 합의문을 발표했다.그러나 여당과 야당인 자유한국당 및 나머지 야 3당 간에 합의문의 해석 차이가 드러나는 등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거세지고 있다.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와는 별도로 전국 단위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둬 별도로 선출하는 방식이다.지역구 의원선거에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채택한 결과 당선된 후보자에 대한 투표만 유효하고 나머지 투표는 사표가 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정당에 대한 득표율과
다몬(Damon)과 피티아스(Pythias)는 BC 4세기 피타고라스학파 철학자로 절친입니다. 젊고 총명한 철학자 피티아스는 권력에 맞서 용감하게 자신의 철학을 펼칩니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에 대해 끝없는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절대적인 폭군들은 다름 아닌 정의롭지 못한 왕들이다.” 시실리를 다스리고 있던 참주 디오니시우스 1세는 이런 당돌한 주장에 분노하지요. 피티아스와 동료들을 왕위를 찬탈하려는 반체제 세력으로 간주해 긴급 체포합니다.디오니우스 1세는 한 번의 기회를 줍니다. 자신의 철학적 주장을 취소하고 지금이라도 무릎
가로수들이 자신의 내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서 있다. 매서운 북극 높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쳐도 윙윙 소리만 낼뿐, 끄떡도 않는다. 사람들은 방한복에다 귀마개와 마스크까지 끼고 종종걸음인데, 훌훌 벗은 저 나무들은 매서운 칼바람에 어찌 저리도 의연할까. 그 모습이, 조그만 변화에도 안달인 나를 부끄럽게 한다.지난 늦가을, 이 거리는 나무들이 벗기 경쟁이라도 벌이듯 낙엽이 그득했었다. 붉은 옷, 노랑 옷, 갈색 옷, 모두 벗으며 시나브로 속을 드러내는 나무들의 모습이 마치 성스런 의식이라도 치르는 것만 같았었다. 한줄기 하늬바람에 팔랑팔
11월 달에 설악산을 다녀 온 후 딱 두 달만이다. 꼭 챙겨야 할 준비물은 아이젠과 헤드 랜턴이다. 산행을 갈 때마다 하나씩은 빼먹는다. 지난번엔 아이젠을 못 챙겨서 사야했는데, 이번엔 랜턴을 빼먹었다. 열심히 충전까지 해놨는데 그걸 두고 오다니 한심하다. 다행히 같이 간 일행에게 여분의 랜턴이 있어서 산을 오를 수 있었다만, 2019년에는 덤벙대는 버릇 좀 고쳤으면 좋겠다.밤 10시 반에 만나 대절 버스를 타고 진도까지 갈 예정이다. 점찰이었나, 첨철이었나.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첨찰산(尖察山). 진도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고 한다
올해 우리 나이로 100세를 맞는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일상이 각종 매체에 조명되면서 연초부터 화제다.KBS ‘인간극장’에 등장한 그는 “나이가 두 자릿수에서 세 자릿수로 올라서니 조금 부담스럽다”는 말로 100세 된 소감을 피력했다.3·1운동이 일어난 다음해인 1920년 태어난 그는 일본에서 유학한 우리나라 1세대 철학자다. 옥고를 치르고 나온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연을 직접 들었고 윤동주 시인과는 같은 반에서 수학했다. 1960대 서정적 문체의 ‘고독이라는 병’ 등 다수의 베스트 셀러를 집필한 우리시대 최고의 지성이란 평가를 받
정치권에서 같은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새해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둘러싼 해석이 바로 그렇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아가려는 것은 본인의 확고한 의지”라고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미국이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 일방적 제재와 압박을 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강온양면의 화법을 구사했다.정치권에선 갑론을박이다.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앞으로 있을 북미고위급
미키 기요시(三木淸, 1897.1.5~1945.9.26)라는 옛날 일본의 비평가가 있다. 말을 듣자 하니 나중에 이 사람은 공산주의자를 숨겨주었다는 죄목으로 일제 말기에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한다. 그는 명문인 교토대학을 나왔는데, 니시다 철학이라고, 동양의 선과 칸트를 연결시킨 학파에서 공부를 배웠다고 한다.이 교토대학에는 니시다 말고도 하타노 세이치라는 신칸트주의자도 있었는데, 그는 내가 이광수 연구를 하면서 한 번 살펴 봤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 하타노는 교토대학에 오기 전에 와세다대학에 재직했는데, 그 시기가 이광수가 이 대
동면(冬眠)에 들어간 반달곰은 무술년이 기해년으로 바뀐 것을 알고 있을까.어제 떠오른 태양과 내일 떠오를 태양은 하나임에도 새해 일출 여행객은 줄어들 기색이 없다. 무엇이 저들로 하여금 무리지어 동해안으로 출정하게 하는가?! 오며가는 누추하고 피로한 여정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도록 하는 흥분제 성분은 무엇인가. 미련일까, 회한(悔恨)인가 그도 아니면 신년에 거는 다대한 꿈과 기대일까.구랍 31일 동료교수의 반가운 전화를 받는다. 무겁지 않은 덕담과 회고 끝자락에 그의 모친이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얘기를 듣는다. 여든한 살 연세에
캠핑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아웃도어 열풍이 불었을 때, 여기 저기 참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차 트렁크에 테트리스 게임하듯 캠핑용품을 구겨넣고 말입니다. 캠핑의 하이라이트는 모닥불이죠. 불 피울 때, 처음 얼마간은 고생이 심합니다. 장작에 불이 붙지 않을 때는 연기도 많이 마셔야 하고, 눈물도 쏙 빠질 때가 있죠. 하지만 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캠핑의 맛을 제대로 느끼며 고기도 구워 먹고 은은한 모닥불의 일렁거림을 즐길 수 있지요.생각을 키우는 일도 모닥불 피우기와 비슷합니다. 얕은 생각, 연기만 매캐하게 피우는
지난해도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낸 것같다. 이는 어쩌면 매년 새해를 시작할 때마다 밝은 이야기만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황금돼지의 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인 것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반대로 예견 가능한 위험(Risk) 요인들을 미리 알아보자. 아주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리스크가 있다면 이를 사전 인지해 각 요인별로 지역 각계가 대응책을 마련하거나 한번쯤 생각해두는 것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부지불식간에 닥친 다양한 사건에 대해 혹시라도 발생할 실수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포항경제는 해외의존도가
과거의 마케팅이 고객에게 제품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주었다면 오늘의 마케팅은 고객에게 제품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을 선사한다. 바로 경험경제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경험 경제의 가치 생성메카니즘을 설명하면 이렇다. 커피가루 납품 사업은 커피 한 잔당 2센트의 수익을 만들지만 이를 포장해 판매하면 한 컵당 수익이 10센트로 증가한다. 그러나 커피숍에서 커피를 판매하면 한 잔당 1.5달러로 가치가 높아지고, 새로운 커피 경험을 만들어낸 스타벅스는 한 잔당 2.75달러의 가치를 창출해 냈다. 이는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
지난 해 11월 미국의 우주탐사선 인사이트(Insight)호가 화성에 착륙하였다. 화성은 고사하고 달에도 못 가봤을 뿐 아니라, 겨우 발사체 개발의 초기단계를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우주개발’ 또는 ‘우주여행’은 머나먼 이야기이다. 하지만, 달을 정복하고 화성에 도달하며 우주를 넘나드는 일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는 미국인들의 마음이 궁금하다. 당장 그 어떤 이득도 보이지 않는 일에 어쩌면 그렇게 집착하는 것인지 그리고 열광하는 것인지. 자율주행자동차 테슬라(Tesla)의 CEO인 일란 머스크(Elan Musk)는 ‘화성으로 이주하겠
새해는 역사적으로 참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역사적인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며, 임시정부가 세워진 해이기도 하다. 정부 수립일을 언제부터로 산출하는가 하는 정치적 논란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100주년이란 의미가 크게 다가서는 한해이다.3·1 운동은 일제 강점기에 있던 한국인들이 일제의 지배에 항거해 1919년 3월 1일 한일병합조약의 무효와 한국의 독립을 선언하고 비폭력 만세운동을 시작한 사건이다. 고종 독살설이 소문으로 퍼진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되었으며, 고종의 장례식인 1919년 3월 1일에 맞춰 한반도 전역에